4. 德治와 法治
인간은 천명으로서 부여된 선한 품성이 있는가 하면, 물욕 또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天理에 부합되는 倫理政治를 구현하기 위해 修己治人의 과정을 통해 사람의 본성 안에 있는 德을 실현해야 한다.「공자와 맹자의 행정철학에 관한 연구」김항규. 서울행정학회. 1991. p.68
이것이 바로 德治(rule of virtue)이다. 孟子는 통지차는 天命을 받들어 백성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德治를 행하여야 하며(王道), 통치자가 德治를 행하지 못하면 쫓아내도 된다는 이른바 易姓革命을 주장하였다.『주제별 교육학 용어사전』김진희. 지구문화사. 2001. p.79
이러한 儒學의 德治는 현대의 法治(rule of law) 현대의 법치사상을 고대 중국의 법가사상과 비교해보면 양자가 법으로 공포한 다음 효력을 가지 는 공통적인 구조적 특성을 지니는데 반해, 차이점은 법을 만드는 목적적인 측면에서부터 두드러 진다. 중국의 법가사상은 刑名論에 의거한 부국강병이란 목적을 지닌다. 더욱이 당시의 政體가 왕 정임을 감안한다면 현대의 법치사상과 융합하기 힘든 특성을 갖는다. 반면 현대의 법치사상은 공 화주의적 전통에 기인한 민주주의 원리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국 가 및 지배층의 절대 권력을 견제ㆍ제한하기위한 배경적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현대의 법치사상 과 중국의 법가사상은 법을 매개로 하는 구조적인 공통점 이외에는 정체성격, 법의 정당성 및 법 의 목적적 관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와 상충되는 듯한 양상으로 다가온다. 특히 다음의 일화는 德治와 法治의 갈등적 관계에 있어 儒學의 政治觀을 여실히 보여준다.
섭공이 공자에게 말했다. “우리들 중에 정직한 사람이 있는데, 그 아버지가 남의 염소를 훔친 것을 아들이 증언했습니다.”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우리들 중의 정직한 사람은 그와 다릅니다.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숨겨주고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숨겨주는데, 정직한 것은 그 속에 있습니다.” 葉公語孔子曰吾黨有直躬者 其父攘羊 而子證之 孔子曰吾黨之直者 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 其中矣『論語』「자로」
도응이 물었다. “순임금이 천자로 있고 고요가 옥관으로 있는데 고수가 사람을 죽였다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법대로 집행했을 것이다.” “그러면 순임금은 (법의 집행을) 금하지 않았겠습니까?” “순임금이 어떻게 금지 했겠느냐? 이어받은 법이 있는데” “그러면 순임금은 어떻게 했겠습니까?” “순임금은 천하를 버리기를 헌 짚신 버리듯이 하고 몰래 고수를 업고 달아나 바닷가로 가서 살면서, 죽을 때까지 흔연히 즐거워하며 천하를 잊어버렸을 것이다.” 桃應問曰 舜爲天子 皐陶爲士 瞽瞍殺人則如之何 孟子曰 執之而已矣 然則舜不禁與 曰夫舜惡得而禁 之 夫有所受之也 然則舜 如之何 曰舜視棄天下 猶棄敝蹝也 竊負而逃 遵海濱而處 終身訢然樂而忘天 下『孟子』「진심 상」
孔孟은 인간이 중시하는 소중한 인륜적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실정법의 적용을 반대하거나 유예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가치란 부자지간의 인륜적 가치였고, 그 적용이 거부ㆍ유예된 것은 형벌적용을 둘러싼 형법의 영역이었다.『정치사상연구 제6집』「덕치와 법치, 양자 겸전의 필요성을 중심으로」강정인. 2000. p.88
이와 같이 국민의 기본적 가치와 권익을 침해할 위험 서양에서는 계몽주의 시대부터 삼권분립 사상이 발전되어왔다. 물론, 중국에도 삼권분립과 유사한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제3의 사상』심백강. 청년사. 2000. p.46~49) 진한시대에는 승상 과 태위와 어사대부를 배치하여 승상은 정사를, 태위는 군사를, 어사대부는 감찰을 담당했으나 이 들 모두 천자에 의해 임명되어 대체로 천자에게 예속되었고 독립성을 가지기 어려웠다. 더구나 당 나라 중기 이후엔, 군주전제가 강화되어 엄격히 말해 중국에서는 삼권의 구별은 있었지만 서양에 서의 삼권분립과 같이 권력을 분리∙분산 시키는 분권사상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분권제도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민권의 강화를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군권의 유지를 위한 것이었다.
이 있는 경우 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은 서구 法治의 정신(시민권익의 옹호)과도 연결될 수 있다. 물론 法實證主義的 시각에서는 비판받을만한 행위이다. 그러나 서구 역시 自然法的 전통이 존재하며 그러한 원리에 입각해서 본다면 儒家의 德治는 法治와 상충되는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현대 法治의 주요문제인 자율적 遵法精神의 함양에 儒學의 德治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더욱이 孔子는 법적인 문제만으로는 백성의 도덕적 완성은 말할 것 없고 사회규범을 준수하는 것마저도 달성할 수 없다고 믿었다. 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 無情者不得盡其辭 大畏民志 此謂知本『大學』
爲政以德, 譬如北辰居其所而衆星共之『論語』「위정」
이러한 德治의 측면은 法治가 자칫 간과할 수 있는 권위주의적인 색채 역시 부인한다. 더욱이 政治의 교화적 측면을 강조했던 儒學의 政治사상은 ‘정령과 형벌로써 政治를 하면 사람들이 면하기만 할 뿐, 부끄러움이 없고, 德과 禮로써 이끌면 사람들이 부끄러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반듯해진다’ 子曰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耻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耻且格『論語』「위정」
는 德治의 도덕적 효과까지 정확히 인식함으로써 法治가 최선의 정치형태가 아닌 수단적 政治 형태임을 강조한다. 결국 德治는 法治와 상충의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의 관계로서 발전적인 政治의 모습을 제시한다.
德治는 앞서 밝혔듯이 法治를 부정하는 政治가 아닌, 法治보다 높은 수준의 政治를 의미한다. 윤리적 규범으로서의 도덕규범이 법규범의 상위에 있음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법이 지배하는 사회보다 도덕이 지배하는 사회, 도덕만으로 유지되는 사회, 법이 필요 없는 사회가 더 훌륭한 사회임은 말할 것도 없다. 법은 ‘도덕의 최소’(moral minimum)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덕이 이상적인 덕목이라 하여 현실을 외면한 무분별한 법 영역에의 침해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마찬가지로 도덕이 적용되어야 할 영역에 법이 함부로ㆍ지나치게 개입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물론 법적 영역보다 도덕의 영역이 더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일 것이다. 어찌되었든 政治는 분명히 도덕 또는 법 중의 어느 하나가 배타적으로 개입하거나 지배해야 할 영역이 아니다. 법과 도덕이 호혜적인 관계로써 적절하게 유지되어야 하며, 각자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발휘되어야 한다. 政治에 있어 법과 도덕의 관계는 고정적이지 않으며, 政治의 발전에 따라 변화되어 갈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에 儒學의 德治는 현대 法治의 발전 방향 및 문제 해결을 제시하는 중요한 政治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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