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 비교
-완전성을 중심으로-
孟子의 性善說과 荀子의 性惡說은 양자 반대의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것은 동양철학의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이다. 반대의 개념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孟子와 荀子는 같은 性을 두고 한 사람은 善, 다른 한 사람은 惡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내려야 한다. 즉 동일한 대상인 性을 두고 천사와 사탄이라는 상반된 해석을 내려야 性善과 性惡이 반대개념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孟子의 性善과 荀子의 性惡은 동일한 性을 두고 천사와 사탄이라는 善ㆍ惡 가치를 부여했을까?
孟子와 荀子는 같은 진리를 추구한 사상가이다. ‘무엇이 도덕이냐?’에 관한 물음 및 ‘도덕적 인간의 추구’라는 진리의 목적을 감안할 때, 孟子와 荀子의 본질적 차이는 없게 된다. 두 사상가 모두 위의 질문에 관해서는 동의하기 때문이다. 단지 도덕적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전체적인 사상적 윤곽을 그려봤을 때 孟子와 荀子의 차이는 방법론의 차이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두 사상가의 방법론은 어떻게 다른가? 방법론을 살펴봄에 있어 두 사상가가 사용한 개념의 정의는 중요한 단서로 등장한다.
孟子와 荀子가 말한 性의 의미는 동일한 것이 아니다. 또한 性善과 性惡의 善ㆍ惡 의미 역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천사와 사탄 식의 善ㆍ惡 개념이 아니다. 孟子의 性과 荀子의 性은 용어만 같았지 실상은 전혀 다르다. 비유컨대 유리잔에 물이 반쯤 채워져 있다고 설정해 보자. 완전한 도덕적 인간은 물이 가득 찬 유리잔을 의미한다. 여기서 孟子는 반쯤 채워져 있는 물(있음=완전)을 性이라고 했다. 따라서 孟子는 인간이 조금만 노력하여 자체적으로 물의 양을 늘리면 도덕적 인간 즉 꽉 찬 유리잔을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반면에 荀子는 유리잔의 비워진 1/2(없음=불완전)을 性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인간은 외부로부터 물을 붓는 노력을 통하여 유리잔의 물을 가득 채우는 도덕적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같은 상황을 두고도 孟子와 荀子는 각기 다른 性개념 설정을 전제로 그들의 방법론을 전개했던 것이다. 따라서 孟子의 性善說과 荀子의 性善說은 비교가 불가능하다. 동그라미와 세모는 비교할 수 있어도 동그라미와 빨강은 비교할 수 없는 것처럼, 동일한 性을 논의하는 이론이 아닌 이상 性善과 性惡은 반대개념이 아닌 양자 독자적인 무관계 사상인 것이다.
善과 惡의 의미 역시 천사ㆍ사탄식의 해석은 性善과 性惡의 올바른 해석이 될 수 없다. ‘완전성ㆍ불완전성’의 의미로 해석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惡을 devil로 해석하게 되면 ‘착한 일을 할 수 없음’을 말하기 때문이다. 즉 惡한 사람은 계속 惡한 사람이 된다. 善한 사람으로 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그러나 荀子는 善한 사람으로의 개화 즉 도덕적 인간을 목표로 한다. 모순인 것이다. 따라서 惡은 변화를 허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해석돼야 한다. 惡을 ‘불완전하다’로 해석했을 때, 완전해 질 수 있도록 하는 보충의 의무(re-formation)가 제시되는 것이다. 善 역시도 good으로 해석된다면 현실의 不善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 ‘근본이 착한데 어떻게 惡할 수 있겠는가?’ ‘사회에 의해 오염되었기 때문’이라면 근본이 善하다는 전제는 모순이다. 따라서 善을 다른 의미 즉 ‘완전성’의 의미로 해석한다면 이와 같은 모순적 질문은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위의 질문은 ‘완전한데 현실에서 완전이 발휘되지 않는 이유가 뭐냐?’의 질문으로 바뀌게 되며, 이에 맹자는 발전ㆍ계발(development)의 방법으로 답변하게 된다. 荀子와는 다른 외부의 개입이 필요 없는 방법론이 제시되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孟子는 도덕적 행위를 내부의 심리적 문제로 치환시켜 四端(moral sprout) 즉 내재된 싹의 결실을 추구하게 된다. 싹에서 발아, 성장의 단계를 통하여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발전ㆍ계발(development)의 작업이 필요하다.『맹자』에서 나온 恒産, 敎化, 王道政治, 民本思想, 易姓革命 등이 이러한 발전ㆍ계발의 구체적 모습들이다. 따라서 인간은 마음의 씨를 키울 수 있도록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너무 빨리도(助長) 너무 늦지도 않게 결실을 맺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 결실을 맺는 상태가 곧 浩然之氣인 것이다. 반면 荀子는 불완전한 性을 완전하게 하기 위해(化性) 외부적 개입(起僞)인 배움(學)과 禮를 중시한다. ‘孟子처럼 완전한 인간을 전제한다면 배움의 필요성은 사라지게 된다.’는 주장을 하며, 荀子는 聖人(original)을 본받고 聖人이 만든 禮를 꾸준히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럼으로써 불완전한 性은 완전한 性으로 바뀌게 된다.(re-formation)
이와 같이 孟子와 荀子의 性善說과 性惡說은 본질적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 같은 진리를 추구하는 사상이며, 단지 방법론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 사상일 뿐이다. 따라서 이 두 사상의 단순 반대비교는 바람직하지 못한 학습행위이다. 性과 善ㆍ惡의 의미를 정확히 인식하고 파악한다면 그동안의 오해를 말끔히 씻을 수 있고, 나아가 현대의 교육, 정치, 심리, 철학사상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性善說과 性惡說은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상호대립의 학설이 아닌 상호보완의 학설로 우리들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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