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난 그들의 시각으로:
이슬람 민주화 가능성의 전제>
세계적인 민주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아랍을 민주주의의 불모지라 일컫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슬람 국가들의 민주화 전망을 살피기 위해서는 ‘이슬람’이라는 전통을 살필 필요가 있다. 그동안 서구의 학계에서는 정치적 저발전의 요인을 이슬람으로 규정지었다. 그러나 이러한 서구 학계의 결론을 수용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아랍-이슬람의 문화적 전통 및 특수성을 간과한 서구 중심적 시각의 결론인지에 관한 여부이다. 더욱이 서구와는 판이하게 다른 아랍의 특수한 역사ㆍ전통ㆍ갈등관계ㆍ관습 등의 문화적 측면과, 권위주의적 정치현실로 인한 객관성 있는 정보ㆍ자료수집 제한 등의 현실적 측면을 감안한다면 또 다른 근대화이론의 오류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에 관한 생각이 杞憂가 아님은 분명해 진다.
이슬람과 민주화의 상충을 주장한 학자로는 루이스(B. Lewis), 케두리(E. Kedourie), 헌팅톤(S. P. Huntington) 등이 있다.(『한국중동학회논총 제24-2호』「이슬람과 정치발전」최영철. 69~71p)
이들은 祭政分離와 世俗主義의 부재를 지적하면서 아랍의 정치전통과 민주주의는 조화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더욱이 헌팅톤은 이슬람을 好戰的인 暴力的 종교로 단정 지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은 피쉬(M. S. Fish)의 객관적ㆍ실증적인 연구에 의해 비판받게 되었다. (같은 책. 73~75p)
이슬람 국가들이 非이슬람 국가에 비해 덜 세속적이며, 정치적인 폭력의 정도가 더 높다는 주장들은 피쉬의 실증적인 검증 결과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지 이슬람 국가가 非이슬람 국가에 비해 여성의 지위가 낮고 차별적이라는 주장만이 근거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이슬람에 관한 왜곡된 인식은 그들의 눈이 아닌 서구의 눈으로 바라보는 폐해의 심각성을 경고한다. 이러한 서구 중심적 편견은 이슬람 국가의 민주화에 있어 큰 장애로 다가올 수 있다. 도이치(K. Deutsh), 립셋(S. M. Lipset) 등의 근대화론자들이 주장했던 ‘민주화의 전제ㆍ기본 단계로서의 경제발전’ 명제는 이슬람국가에서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한국중동학회논총 제18호』「아랍사회 변동과 정치발전」금상문. 45~48p)
또한 ‘人權’이란 미명하에 미국이 행한 아랍에서의 만행은 이슬람의 민주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없다. 물론 미국이 후세인의 權威主義를 붕괴시킴으로써 新헌법제정, 국민투표 등의 민주적 제도의 시행이란 공로(?)는 있지만, 우리가 말하는 민주화는 제도적 측면만을 의미하는 슘페터(J. Schumpeter) 류의 엘리트주의적 민주주의는 아니다.(『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치와 문화』김비환. 박영사. 2005. p.175
)서구의 눈으로 보는 실익의 수단ㆍ명분적 민주주의가 아닌 실질적인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노력과 추구를 이슬람 국가뿐만 아니라 서구국가들도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이들 아랍국가에서 실시한 현지 설문ㆍ여론 조사는 아랍국가 국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한국중동학회논총 제24-2호』「이슬람과 정치발전」최영철. 83p)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의지가 서구식의 민주주의와는 다른 이슬람적인 정부형태에 있다는 것이다. 서구식 민주주의 강요에 따른 외세의 개입과 더불어 테러에 의한 혼란은 에리히 프롬(E. Fromm)과 한나 아렌트(H. Arendt)가 말한 ‘오히려 부담이 된 자유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suicide escape from freedom)’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틈을 이용해 權威主義 세력과 군부세력이 등장하여 이슬람의 민주화를 가로막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더욱이 石油자원이라는 특수한 경제자원을 독점하고 있고, 민족과 종교 간 갈등이 복잡하게 심화된 아랍국가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가능성이 어느 지역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슬람 국가들에 관한 편견 및 무지 그리고 그들의 역사ㆍ문화적 전통에 관한 무관심 등은 단순히 우리의 눈으로 그들의 현실 및 민주화를 오판하게 만든다. 이슬람 국가들의 민주화에 있어 장애 요인은 이러한 외부의 왜곡된 시각이다. 물론 이슬람 국가들의 주체적인 노력도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그러한 요구를 함에 앞서 우리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태도는 서구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그들을 정확히 알려고 하는 시각의 전환 노력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현재위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