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이분법의 수순의 논리
없음(無)과 있음(有), 심(心)과 물(物), 인(仁)과 지(知), 나와 남, 가치(value)와 사실(fact), 여(女)와 남(男), 백성(民)과 왕(王), 개인과 국가, 사(思)와 학(學), 수신(修身)과 안인(安人) 등의 이분법(dichotomy)적 인식은 실재(實在)를 반영한 인류의 인식체계로서 분류의 기능을 담당한 언어적 개념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이러한 이분법적 인식이 도리어 주체가 되어 인류의 생각을 고착ㆍ구속하는 폐단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존재하는 생활과 생각이 관계적 틀임을 인식하지 못한 양자가 무관계적(non-relational) 이라는 근대적 인식의 확장은 이러한 이분법의 폐해를 있게 한 근원적인 요소이다.『삶의 정치사상』임효선. 한길사. 1996. p.249
가치의 영역을 사실과 분리시키는 인식론의 확립은 칸트(I.Kant)에 이르러 명확하게 된다. 인간의 '자유의지(自由意志)'를 고양하기 위한 작업으로써 그는 정치의 영역에 있어 '초월적 객관적 기준'을 따르는 '진리의 정치'를 '독단의 정치'요 '구속의 정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였다.「정치철학의 근본문제」이상익.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 세미나 발표문. 2004.
물론 이러한 '분리의 작업'은 당시의 왜곡된 종교 및 국가의 억압적 지배에 대항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지님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정치사상연구(2집/2000년)』「고전적 자유주의 형성의 공동체적 토대」김비환. p.232
그러나 그러한 본래적 의도와는 무관하게 현대의 사회는 이분법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가치의 아노미를 겪고 있다. 더욱이 관계적(relational) 전일적(holistic) 실체를 무관계적ㆍ기계론적(mechanistic)ㆍ원자론적(atomistic)으로 파악하고 동시성이 아닌 '선택의 논리 이분법의 양자 중 어느 하나만을 선택하고 나머지를 배제하는 논리를 일컫는다.
’를 도입한 근대화(Modernization)의 과정은 제국주의(帝國主義)를 거쳐 힘의 논리로 정당화되고 전 세계로 확산되어 갔음을 감안한다면 본래적 의도는 사라지고 새로운 억압의 논리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근대성과 관련하여 현대사회는 다양한 담론들이 제기되고 있다. 칸트적 인식에서 해결하려는 롤스(J.Rawls)와 드워킨(R.Dworkin) 류의 자유주의(Liberalism), 근대성의 폐해를 인식하고 근대적 인식론의 기반을 거부하는 포스트모던(Post-modern)의 시각, 자유주의를 거부하고 공동선(Common Good)의 정치를 주장하는 공동체주의 등이 그것이다.『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치와 문화』김비환. 박영사. 2005. 제3,4,6,장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 역시 선택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 예컨대 다원주의(pluralism)사회의 도래와 더불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는 보편과 특수의 논의는 양자의 이율배반을 기본적 전제로 삼아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그에 따라 '보편=획일, 다수'의 담론은 권리중심의 자유주의를 낳게 하였고, '다양성(variety)'이라는 포스트모던의 시각과도 상치되어 특수를 강조하는 논의를 주장하게 되었다.(그러나 권리중심의 자유주의(right-centered liberalism) 역시 개인과 공동체라는 관계성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보편을 거부하는 포스트모던의 시각 역시 또 다른 보편을 생산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근대성의 폐해를 지적하는 현대의 방안들도 선택의 논리라는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실재관(實在觀)에 근거한 이분법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선택이 아닌 ‘수순의 논리 양자 중 어느 것을 本 혹은 先으로 선택하고 이것을 중심으로 나머지(末, 後)를 모두 포함하는 동시성의 논리를 일컫는다.
'는 동시성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수순의 논리는 선택의 논리가 외면했던 양자를 모두 인식한다. 그럼으로써 둘 다 살수 있는 동시성의 덕목을 제시한다. 그런데 수순의 논리도 역시 문제점이 있다. 어떠한 것을 먼저 중심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둘 다 사는가(相生) 혹은 둘 다 죽는가(鬪爭)의 상이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근대성 역시 처음에는 수순의 형식을 취했었다. 그러나 수순의 잘못은 곧 선택의 논리로 이어져 상대를 인정 않는 독단의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그러한 독단은 해결방법에서도 이어져 모든 담론의 전제가 한 쪽만 전부인줄 아는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전제를 타파하지 않는다면 문제해결은 임시방편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에 맹자(孟子)의 정치사상은 근대와 확연하게 다른 수순의 논리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왜곡된 수순의 논리로 인해 선택의 논리의 폐해가 나타난 현대사회에 있어, 현대사회와 다른 수순의 논리중 하나인 맹자의 정치사상을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의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곧 현대사회의 폐단을 지적ㆍ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바람직한 수순의 논리를 설정하는데 있어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Ⅱ. 맹자 정치사상의 수순의 출발 - 성선설
경험ㆍ감각과 그에 따른 인식 및 과학주의(科學主義)라는 인과율(因果律)을 중심으로 선택한 근대성과는 달리 맹자는 다른 선택으로서 그의 수순의 논리를 진행시킨다. 즉 형이상학(meta-physics)을 배제하려 했던 근대성의 수순과는 달리 맹자는 적극적으로 형이상학을 수용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맹자의 성선설(性善說)이다. 성선설은 천(天)이라는 형이상학적 실체를 규정한 관념이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 착하냐 악하냐의 사실적 문제가 아닌 도덕성(道德性)의 근거를 확보하고자 하는 맹자의 가치적 당위적인 관점의 문제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음의 논문을 참고할 것.
『동양철학연구 제36집』「유가철학에 나타난 인간본성론의 구조와 현실적 의미」이철승. 2004. p.390~411
『논쟁으로 보는 중국철학』「인간의 본성에 관한 논쟁」홍원식. 예문서원. 1994. p.41~69
「맹자와 인간본성의 과정적 개념」R.T.Ames.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외국인 초청강좌. 2004
맹자는 천(天)을 인간의 심(心)ㆍ성(性)에 내재화시킴으로써 천(天)과 사람이 상통할 수 있다고 하였다. 心之官則思 思則得之 不思則不得也 此天之所與我者『맹자』「고자 상」
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則知天矣 『맹자』「진심 상」
그것이 바로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사덕(四德)이며, 이에 대한 경험적 증거로써 제시된 것이 측은(惻隱)ㆍ수오(羞惡)ㆍ사양(辭讓)ㆍ시비(是非)지심의 사단(四端)이다. 孟子曰 人皆有不忍人之心 先王有不忍人之心 斯有不忍人之政矣 以不忍人之心 行不忍人之 政 治天下 可運之掌上 所以謂人皆有不忍人之心者 今人乍見孺子將入於井 皆有怵惕惻隱之心 非所以內交於孺子之父母也 非所以要譽於鄕黨朋友也 非惡其聲而然也 由是觀之 無惻隱之心 非人也 無羞惡之心 非人也 無辭讓之心 非人也 無是非之心 非人也 惻隱之心 仁之端也 羞惡之心 義之端也 辭讓之心 禮之端也 是非之心 智之端也 人之有是四端也 猶其有四體也 有是四端而自謂不能者 自賊者也 謂其君不能者 賊其君者也 凡有四端於我者 知皆擴而充之矣 若火之始然 泉之始達 苟能充之 足以保四海 苟不充之 不足以事父母 『맹자』「공손추 상」
그런데 맹자는 식(食)ㆍ색(色)과 같은 감각적인 오관의 본능 역시 무시하지 않았다. 口之於味也 目之於色也 耳之於聲也 鼻之於臭也 四肢於安佚也 性也 有命焉 君子不謂性也 仁之於父子也 義之 於君臣也 禮之於賓主也 智之於賢者也 聖人之於天道也 命也 有性焉 君子不謂命也『맹자』「진심 하」
그럼에도 인의예지(仁義禮智)의 도덕성만을 천도(天道)와 연계시켜 성(性)이라 주장한 것은 인간 도덕성의 근거와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맹자의 고심에서 비롯된다.『유교문화연구 제4집』「선진유가의 법의식, 그 연원과 전개과정」윤무학. 2002. p.73
그렇다면 인간 도덕성의 근거와 정당성을 천도(天道)와 연계시켜 확보하고자 했던 맹자의 의도는 무엇인가? 이것은 곧 당시 사회에 관한 맹자의 문제인식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맹자가 목도한 당대 현실은 묵가(墨家)와 양주(楊朱)학파가 천하의 여론을 양분한 것이었다. 聖王不作 諸侯放恣 處士橫議 楊朱墨翟之言 盈天下 天下之言 不歸楊則歸墨 楊氏 爲我 是無君也 墨氏 兼愛 是 無父也 無父無君 是禽獸也『맹자』「등문공 하」
맹자는 묵가의 공리주의(功利主義)와 양주의 개인주의(個人主義)를 가리켜 양자가 선택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비판하였다. 孟子曰 楊子 取爲我 拔一毛而利天下 不爲也 墨子 兼愛 摩頂放踵 利天下 爲之 子莫 執中 執中爲近之 執中無權 猶執一也 所惡執一者 爲其賊道也 擧一而廢百也『맹자』「진심 상」
이러한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하게 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하는 수순의 논리를 전개시켜 나간다. 공리주의와 위아주의의 폐해를 인식한 맹자의 문제인식은 현대서구사회의 공리주의적 자유주의와 권리중심 적 자유주의의 대비 및 공동체주의와 자유주의의 대비에 있어 동시성을 추구할 수 있는 문제해결 방식을 제 안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법적 형이상학의 논리를 중심으로 한 그의 수순의 논리는 현실적ㆍ역사적 변화를 부인하여『史記』「孟子荀卿列傳」則見以爲迂遠而闊於事情
이념 자체가 주관주의(主觀主義)로 경직될 우려가 있다는 한계를 갖는다. 따라서 성선설과 그에 근거한 이념은 당시 고자(告子)를 비롯한 제가의 현실적 비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같은 유가의 반열인 순자(荀子)에 의해서도 ‘선왕의 도’를 왜곡한 것으로 평가되었다.『유교문화연구 제2집』「천인관계를 통해 본 본원유교에서의 예와 법」윤무학. 2001. p.116
그러나 이러한 맹자에 대한 현실주의적 비판은 맹자의 수순의 논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한계 맹자의 성선설은 당시 신분제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생각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귀족들의 입장에선 자 신들의 성이 하층민들의 성과 같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나라에 이르러 성상품설이 등장하는 여러 요인 중 이와 같은 현실적 이유도 포함되리라 생각한다.
를 지니며, 맹자의 수순의 논리가 선택의 논리로 전환되었을 때에 관한 비판의 내용들일 뿐이다. 이에 맹자는 성선설을 기반으로 현실적인 형이하학적인 것들과의 수순의 동시성 천론과 왕도정치의 정당성을 다룬 다음의 논문을 참고할 것
『한국정치학회보38집1호』「지배의 정당성의 관점에서 본 맹자의 정치사상」유미림. p.67~84
을 추구한다. 그것이 바로 왕도정치(王道政治)이다.
Ⅲ. 수순의 동시성 추구 - 왕도정치
형이상에서 시작한 수순의 논리는 형이하에 이르러 민(民)과 왕(王)이라는 구체적인 두 요소로 나뉘어 진다. 백성과 왕을 두고 볼 때, 왕은 결코 백성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이 말은 곧 정치의 성립과도 상통하는 부분이다. 백성은 왕을 선출하여 자신들의 삶이 보다 인간적일 수 있는 정치적인 삶을 살게 된다. 정치적인 삶의 목표가 '개체보전(self-preservation)'이든 '자아실현(self-development)'이든 간에 인간은 사회를 구성하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순간 정치의 영역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백성은 왕을 선출한 것이고 그럼으로써 왕과 백성이라는 이분법적 인식이 비로소 도출되는 것이다. 이에 수순의 논리는 응당 백성으로부터 시작한다. 백성으로부터 왕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本ㆍ先=백성’의 인식은 왕과 백성의 상생을 위한 동시성의 추구로 이어진다. 왕은 ‘나는 백성 때문에 존재한다’ 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맹자』「진심 하」
라는 사실을 겸허하게 인식하고 그러한 사실로부터 왕 자신과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동시성과 더불어 성선설은 왕의 이익(仁義)과 백성의 이익이 상충될 수 없음을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왕의 이익(利)과 백성의 이익은 언제나 충돌하였다. 孟子見梁惠王 王曰叟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 孟子對曰 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맹자』「양혜왕 상」
왜냐하면 왕의 이익은 곧 ‘왕 개인의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수순의 논리가 아닌 오로지 왕만 존재하는 선택의 논리(覇道)이다. 따라서 맹자는 수순의 이상적인 동시성을 추구하기 위해 왕에 의해 선택의 논리가 되어버린 수순을 바로잡고자 노력하였던 것이다.
맹자 당대의 정체(constitution)인 왕정 하나 대 다수라는 희소성(scarcity) 및 권력(authority)의 영향력을 감안할 때 왕정에서의 왕의 역할은 가장 중 요한 요소이다.
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통치자의 덕성에 관한 문제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더욱이 성선설에 입각하여 맹자는 왕의 덕성과 백성의 덕성이 모두 통할 수 있다는 믿음 堯舜與人同耳『맹자』「이루 하」
聖人與我同類『맹자』「고자 상」
을 전제한다. 여기서 문제는 왕만 사는 선택의 논리의 폐해를 극복하여 왕과 백성 모두의 올바른 덕성을 어떻게 발현ㆍ확충 凡有四端於我者 知皆擴而充之矣 若火之始然 泉之始達 苟能充之 足以保四海 苟不充之 不足以事父母
『맹자』「공손추 상」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그 방법으로서 맹자가 제시한 ‘왕도(王道)’의 정치사상은 형이상에서 시작된 수순이 형이하의 모습으로 나타남을 의미한다. ‘왕도정치’란 인정(仁政)이라는 도덕 정치를 통해 백성들로부터 자발적 복종을 확보하는 정치이다.『맹자』안외순 역. 책세상. 2002. p.184
따라서 맹자는 왕도정치라는 방법을 통하여 백성과 왕의 수순을 바로 잡고자 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맹자 정치사상의 가장 기본적인 관념은 수순에 관한 올바른 인식 즉 민본(民本)에 있다. 왕만 존재하는 선택의 논리를 배제한 수순의 논리가 되기 위해서는 왕이 먼저 수순의 올바른 인식(民本)을 하고 상생을 위한 동시성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王道)을 해야 한다. 따라서 맹자에게 있어 왕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반드시 유덕자(有德者)라야 된다. 聖人先得我心之所同然耳『맹자』「진심 상」
有天爵者 有人爵者 仁義忠信 樂善不倦 此天爵也 公卿大夫 此人爵也『맹자』「진심 상」
즉 백성들 중에서라도 성선이 확충된 성인의 덕을 소유한 사람이면 왕이 될 수 있다는(혹은 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중국철학사』풍우란 저. 박성규 역. 까치. 2002. p.192
그런 사람이라야 백성을 위한 민본의 왕도정치를 잘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리는 그가 가장 이상적인 정권교체 제도로서 제시한 선양(禪讓)『맹자』「만장 상 5, 6」
에서도 잘 알 수 있다.(이것은 후에 살필 역위론(易位論)과도 연결될 수 있는 부분임을 강조해 두고 싶다.) 어찌되었든 유덕자가 왕이 되는 내성외왕(內聖外王)의 정치론은 공자(孔子)의 덕치(德治) 관념을 계승ㆍ발전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덕한 왕이 시행해야 될 구체적인 정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수순의 논리에 기반 한 성선설의 당연한 귀결로 제시된다. 백성들의 ‘선한 본성의 확충(擴充) 및 구방심(求放心) 仁人心也 義人路也 舍其路而不由 放其心而不知求 哀哉 人有鷄犬放則知求之 有放心而不知求 學問之道 無他 求其放心而已矣『맹자』「고자 상」
’에 관계된 제반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1. 여민동락의 양민과 사민ㆍ보민
맹자는 왕도의 첫 단계로써 백성들로 하여금 경제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是使民養生喪死無憾也 養生喪死無憾 王道之始也『맹자』「양혜왕 상」
맹자는 안정된 직업이 없으면 안정된 마음도 없으며 曰無恒産而有恒心者 惟士爲能 若民則無恒産 因無恒心 苟無恒心 放辟邪侈 無不爲已 及陷於罪然後 從而刑之 是罔民也『맹자』「양혜왕 상」
의식주를 충족하고 난 후 백성들의 자아계발 욕구의 실체를 정확히 인식하였다. 此惟救死而恐不贍 奚暇治禮義哉『맹자』「양혜왕 상」
따라서 백성들의 경제문제에 관한 논의들은 왕도의 기본적인 정책으로 제시되는 것이다. 맹자는 일정의 생업을 정해주되 최소한의 생계보장이 아닌 복지 수준까지 제공될 때 비로소 양민(養民)이 충족된 상태라고 인식했다.『맹자』안외순 역. 책세상. 2002. p.185
예컨대 ‘쉰 살 이상은 비단옷을 입고 일흔 살 이상은 고기를 먹을 수 있는 五十非帛不煖 七十非肉不飽 不煖不飽 謂之凍餒『맹자』「진심 상」
’ 수준이 되어야 하며, 소외계층들(鰥寡孤獨)에게 국가가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老而無妻曰鰥 老而無夫曰寡 老而無子曰獨 幼而無父曰孤 此四者 天下之窮民而無告者 文王發政施仁 必先斯四 者 詩云 哿矣富人 哀此煢獨 王曰 善哉言乎 曰王如善之則何爲不行『맹자』「양혜왕 하」
또한 백성들이 풍년에는 1년 내내 배부르고 흉년에는 최소한 죽음을 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樂歲終身飽 凶年免於死亡『맹자』「양혜왕 상」
이러한 수준의 경제적인 보장을 위해 맹자는 백성들로 하여금 농사철을 어기지 않도록 하는 정책 不違農時 穀不可勝食也 數罟 不入洿池 魚鼈不可勝食也 斧斤 以時入山林 材木不可勝用也 穀與魚鼈 不可勝食 材木不可勝用『맹자』「양혜왕 상」
과 더불어 부역을 감하는 정책을 제시 有布縷之征 粟米之征 力役之征 君子用其一 緩其二 用其二而民有殍 用其三而父子離『맹자』「진심 하」
함으로써 백성의 고통을 경감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경제정책을 바탕으로 맹자는 사민(使民)의 방법을 주장한다. ‘백성들 자신의 생활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백성들을 부린다면 백성들은 힘들더라도 원망하지 않는다.’ 以佚道使民 雖勞不怨 以生道殺民 雖死不怨殺者『맹자』「진심 상」
文王以民力 爲臺爲沼 而民歡樂之 謂其臺曰靈臺 謂其沼曰靈沼 樂其有麋鹿魚鼈 古之人 與民偕樂 故能樂也
『맹자』「양혜왕 상」
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백성들을 교묘히 속여서 부리는 정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왕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닌 백성들의 공통된 필요를 위한 사민(使民)인 것이다. 따라서 맹자는 왕도를 위해서는 사사로운 이익을 백성들의 공통된 필요로 승화시킬 것을 주장한다.『맹자』「양혜왕 하」1장, 2장, 4장, 5장, 12장에 여민동락의 예시적 내용이 잘 나와 있다.
이것이 곧 백성과 더불어 즐기는 여민동락(與民同樂)이다. 이러한 여민동락의 사상은 백성을 보호하는 사상으로도 연결된다. 이것은 곧 전국시대 제후들의 패도정치(覇道政治)에 대한 맹자의 강력한 비판의식 爭地以戰 殺人盈野 爭城以戰 殺人盈城『맹자』「이루 상」
을 의미한다. 맹자는 백성을 학대하고 보민(保民)의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자를 엄격하게 배격했다.『맹자의 철학』채인후 저. 천병돈 역. 예문서원. 2002. p.186
그래서 ‘오패는 삼왕의 죄인이고 지금의 제후들은 오패의 죄인이며 지금의 대부들은 지금 제후의 죄인이다’ 五覇者 三王之罪人也 今之諸侯 五覇之罪人也 今之大夫 今之諸侯之罪人也『맹자』「고자 하」
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맹자는 전쟁을 극구 반대 맹자는 전쟁을 방지하기 위해 자국이 강대국이어도 약소국을 섬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有惟仁者 爲能以大事小… 以大事小者 樂天者也『맹자』「양혜왕 하」
하였으며 어떠한 경우든지 간에 전쟁은 평화의 유지를 위한 요인일 수가 없다고 보았다. 春秋 無義戰 彼善於此則有之矣 征者 上伐下也 敵國 不相征也
…仁人 無敵於天下 以至仁 伐至不仁 而何其血之流杵也『맹자』「진심 상」
왜냐하면 무고한 백성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는 전쟁이야말로 인간생명을 중시하는 정치의 본래 목적(生道)과 상반되기 때문이다.
2. 교 화
정치의 기본임무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지만 품격 있는 인간적 삶이라면 물질생활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고 도덕적ㆍ정신적 만족이 반드시 요구된다.『맹자』안외순 역. 책세상. 2002. p.188
성선설에서 보았듯이 맹자는 인간다움의 근본(人之所以爲人)을 도덕성과 결부 시킨다. 더욱이 도덕성이 본래 내 안에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확충ㆍ발전시켜야 한다. 여기서 맹자의 수양론이 등장하는데 본고는 정치사상을 다루므로 이 부분에 관하여서는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겠다. 그런데 맹자의 왕도정치는 이러한 수양의 문제 역시 개인의 차원으로만 한정하지 않았다. 국가 차원의 노력(敎化)도 제시하였던 것이다. 善政不如善敎之得民也『맹자』「고자 상」
요컨대 맹자는 왕도정치를 경제적 문제에서 시작하였다면 그 완성을 인륜(人倫)의 교육에 두었다. 공자가 말했던 ‘부유하게 한 다음 교육 시킨다’는 의미인 것이다. 曰富之 曰旣富矣 又何加焉 曰敎之『논어』「자로」
상ㆍ서ㆍ학ㆍ교 등의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인민을 교육해야 합니다. 이런 교육의 목적은 모두 인륜을 깨우치는 것입니다. 제후, 경대부들이 인륜을 깨우친다면 서민들은 서로 친애하고 단결할 것입니다. 設爲庠序學校 以敎之 庠者養也 校者 敎也 序者 射也 夏曰敎 殷曰序 周曰庠 學則三代共之 皆所以明人倫也
人倫 明於上 小民 親於下『맹자』「등문공 상」
맹자의 왕도정치에서 국가가 교육하는 인륜의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는 이것에 관하여, 성선설에 입각한 도덕성의 내용임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즉 선한 백성들의 본성을 확충ㆍ발전시켜야 하는 국가의 교육적 의무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사단의 확충과 아울러 맹자가 제시하는 교육의 내용은 다름 아닌 오륜(五倫)이다. 使契爲司徒 敎以人倫 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맹자』「등문공 상」
오륜은 유가의 대표적인 관계론적 인간관이다. 더욱이 오륜은 선한 본성의 확충이라는 나의 문제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닌 너와의 관계까지 아우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나의 영역에서 시작한 수순의 논리가 너의 영역까지 포함하는 동시성의 구조를 우리는 오륜을 통하여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인간이라면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가족 이 내용과 관련하여, 공자와 맹자가 가족적 인륜을 법질서보다 우위에 두고 있음은 우리가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러한 내용을 오해하여 편협한 가족주의만을 옹호하는 유가에 대한 왜곡된 해석을 했다는 것에 있다.『논어』「자로」에 나온 직궁 일화 및『맹자』「진심 상」의 고요와 순의 일화는 덕치와 법치의 조화를 강조하는 사상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
『정치사상연구 6집』「덕치와 법치: 양자 겸전의 필요성을 중심으로」강정인. 2002. p.88
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오륜의 관계론을 발전시켜 나간다. 老吾老以及人之老 幼吾幼以及人之幼『맹자』「양혜왕 상」
관계론의 시각은 일방적인 질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호혜적인 상호의무를 지시한다. 이러한 호혜적 관계를 발전시켜 군자는 백성을 인(仁)하게 하고 더 나아가 만물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孟子曰 君子之於物也 愛之而弗仁 於民也 仁之而弗親 親親而仁民 仁民而愛物『맹자』「진심 상」
이와 같이 동심적이고 원심적이며 점진적인 유가적 방식에서는, 인간관계의 모범은 오륜이며 다른 모든 인간관계의 양식은 그 모범적 관계의 유비적 확충이라고 할 수 있다.『동서문화와 철학』이광세 외. 철학과 현실사. 1996. p,72
결국 맹자는 모든 인간관계를 각각의 호혜적인 몫으로 배려함으로써 공자의 정명(正名)사상 君君臣臣父父子子『논어』「안연」
을 발전시켰다. 이러한 정명론의 발전은 정치관계에 있어서 그의 역위론(逆位論)과 연결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Ⅳ. 수순의 오류에 관한 보완책 - 역위론(방벌론)
우리는 맹자의 수순의 논리가 형이상학적 담론에서부터 시작하여 인간에 대한 믿음 및 도덕성의 정당화를 통해, 나만을 주장하거나 혹은 너만을 주장하는 양주와 묵가의 선택의 논리에서 벗어났음을 앞서 확인한 바 있다. 더욱이 나를 중심으로 한 너와의 공존이 경제와 교육 등의 방법으로 왕도정치를 통해 나타나는 것 또한 인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동시성의 추구는 부국강병(富國强兵)에 혈안이 된 현실과 괴리된 인상을 버릴 수 없었다. 수순의 논리가 선택의 논리로 타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맹자는 자신의 정치론의 한계를 현실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대비책을 마련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역위론(易位論)이다. 동시에 역위론은 선택의 논리가 되어버린 현실을 수순의 논리로 바꿀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기도 한다. 역위론은 앞서 밝힌 공자의 정명론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다.『철학연구』「맹자의 명실론과 그 발전」윤무학. 1994. p.14
즉 ‘임금이 임금답지 못한 경우’ 혁명이 가능하다는 논리이다. 그렇다면 임금이 임금답지 못한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 유덕자가 아닌 무덕자로서 인도(仁道)가 아닌 폭정을 행한다면 임금의 자리에 있을 까닭이 없다.
(왕실종친의 경은) 군주에게 큰 과오가 있으면 간하고, 반복해서 간해도 임금께서 듣지 않으시면 임금의 자리를 바꿉니다. 曰君 有大過則諫 反覆之而不聽則易位『맹자』「만장 하」
인을 해침을 적이라고 하고 의를 해침을 잔이라 합니다. 이렇게 인의를 해치는 사람은 필부에 불과합니다. 필부인 주를 베었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습니다. 曰賊仁者謂之賊 賊義者謂之殘 殘賊之人謂之一夫 聞誅一夫紂矣 未聞弑君也『맹자』「양혜왕 하」
정명의 명실론을 바탕으로 한 역위론과 방벌론(放伐論)의 정당성은 곧 군주의 무덕에 기인한다. 무덕한 군주에의 혁명을 강조함으로써 맹자는 왕도정치의 현실성을 보완하는 것이다. 따라서 군주는 자신의 지위 혹은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민본정치를 시행해야 한다. 물론 인자(仁者)라면 지위 혹은 목숨을 보전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것이다. 진리를 발견하고도 세상에 봉사하기 위해 무지의 동굴로 내려오기 꺼려하는 플라톤(Plato)의 哲人(『국가 론』이병길 역. 박영사. 1996. p.295)과 如保赤子의 마음으로 세상에 봉사한다는 의식까지 초월한 성인은 명 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한 본성의 발현이라는 원리와 격리된 현실의 군주들에게 완벽한 인자(仁者)는 아니더라도 인자(仁者)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강압적 방법의 마련은 맹자 입장으로서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이것은 인간의 물질적 감각적 욕망을 인정하면서도 도덕성의 발현을 주장하였던 맹자의 인간에 관한 깊은 이해에 기인한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백성에게는 교육이라는 국가의 개입 물론 교육이 맑스적인 지배이데올로기의 정당화 수단이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전제하지만 군주에게는 군주를 제어할 수 있는 어떠한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후에 기술할 군주의 독단을 방지하기 위해 신하의 본분이 강조되기는 하였지만 ‘패도’란 현실에서 볼 때 그것은 군주에게 있어 별로 위협적인 방안이 못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군주의 덕성만을 믿고 맡긴다는 것은 백성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이 많다. 그러므로 맹자는 보다 안전적이고 확실한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역위론의 논리 역시 그의 성선설과 왕도정치에 이르는 맥락과 연결됨을 고려할 때 그의 혁명론은 민본주의(民本主義)의 당연한 귀결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맹자 당대의 신분제적 사회에서 이러한 혁명론이 제시되었다는 것은 그의 민본에 관한 열의와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유학의 본 모습을 알 수 있게 한다.
맹자는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역위론의 방법뿐만 아니라 그 전 단계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신하의 본분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당연히 신하의 역할은 군주의 애민ㆍ민본정책을 보좌하는데 있다. 신하는 군주의 나쁜 마음을 바로 잡음 惟大人爲能格君心之非 君仁莫不仁 君義莫不義 君正莫不正 一正君而國正矣『맹자』「이루 상」
으로써 군주를 바른 곳으로 이끌어야 君子之事君也 務引其君以當道 志於仁而己『맹자』「고자 하」
한다. 이러한 신하의 본분 역시 왕도정치의 이론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결론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결국 모든 수단이 민본에 근거한 왕도정치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치가는 개인의 사욕 추구가 아닌 백성을 위한 인정(仁政)을 해야 하며 그렇지 못한 경우 정치가로서의 자격조차 유지할 수 없다. 물론 백성을 위한 인정(仁政)이 백성의 이기심 민심의 이중성과 관련하여, 이상익 선생은 주자학의 공론론이 민심의 이중성을 극복했다고 하였다.
『정치사상연구 제10집 1호』「동서양에 있어서 정치적 정당성의 비교」이상익ㆍ강정인. 2004. p.90
을 채우는 정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천심(天心)과 연결된 민심(民心)을 위한 정치야 말로 백성을 위한 인정인 것이다. 천심과 민심과 왕의 마음이 하나로 합일(天人相通)하는 것, 이것이 바로 맹자 왕도정치의 목표인 것이다.
Ⅴ. 맹자와 수순의 논리
공자는 일찍이 선택의 논리를 경계하였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논어』「위정」
그러나 근대성은 思를 배제한 學만이 진리이고 우등하다는 합리화의 담론을 전 세계로 확산시켰다. 더욱이 學은 힘을 가진 강자였기 때문에 思와의 투쟁에서도 승리하였다. 어느새 思와 學은 헤겔(G.W.F.Hegel)의 변증법(辨證法)이란 미화로 인해 투쟁관계로 바뀌었으며, 여기서 승리한 學은 合이란 이름으로 정당성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면에서 헤겔의 변증법은 이분법의 잘못된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즉 正과 反을 재판하는데 있어 내버려두면 양자가 투쟁하게 될 것이고 이후 남게 되는 合이 옳다는 선택의 논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투쟁은 곧 힘의 논리이다. 적자생존(適者生存) 및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논리인 것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일초라도 살 수 없을 것이다. 인간사회가 이토록 절망적인 사회였던가? 學의 힘이 컸기에 學만이 존재한다는 근대성의 오류는 인간뿐만 아니라 지구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게 되었다. 思가 존재함에도, 더욱이 思와 學이 같이 존재함에도 學은 思의 존재를 망각하고 독존의 방법을 취했던 것이다. 이제 근대성의 폐해는 문화적 영역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게 되었다.
學만 살겠다고 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學만 있다는 실재관도 지양해야 한다. 그러한 인식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면 學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임시변통적인 해결책 제시 밖에 할 수 없다. 다시 思로 돌아가서 學과의 올바른 관계모색을 시도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방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것이 수순의 논리인 것이다. 앞서 밝혔듯이 수순의 논리는 둘 중 어느 하나를 중심으로 먼저 함으로써 그것의 상대(相對)를 포함하는 동시성을 지향하는 논리이다. 앞서 예를 들었듯이 思와 學의 이분법이 있다고 하자. 여기서 수순의 논리는 두 가지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思를 먼저 선택함으로써 思를 중심으로 學까지 이르는 방법, 學을 먼저 선택함으로써 學을 중심으로 思에 이르는 방법이 그것이다. (먼저 선택만 하고 상대에 이르지 않는 선택의 논리는 앞서 그 폐단을 언급하였기에 다시 논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수순의 논리에서 어떤 것을 먼저 취하냐의 문제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왜냐하면 잘못된 수순의 논리는 선택의 논리가 될 수 있으며 그에 따라 양자가 모두 동강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무엇을 선택하고 중심으로 해야 하는가에 관한 논의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 이라크를 침공한 부시가 일개 개인의 안락사 문제로 휴가를 못 갔던 상황을 생각해보자. 단순히 자국민 사랑 이라는 덕목으로 해석하기에는 부족한 요소가 많은 일화이다.
이러한 인류의 과제에 있어 맹자의 정치사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으로부터 시작하여 관계적인 공존의 문화에 까지(오륜), 형이상학에서부터 시작하여 형이하학까지(성선설과 왕도정치), 경제로부터 시작하여 문화에 이르기까지(양민, 교화), 백성으로부터 시작하여 위정자에 이르기까지(민본, 왕도) 등의 모습에서 우리는 맹자 정치사상의 수순의 논리와 그에 따른 조화로운 동시성의 추구 모습을 살필 수 있다. 물론 맹자가 선택한 수순과는 판이한 수순의 정치사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 보다 나은가의 문제보다는, 수순의 논리를 택함으로써 그들이 지향하고자 했던 조화로운 동시성의 추구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어떤 것을 먼저 선택할 것인가는 조화로운 동시성의 추구 노력과 전제 없이는 제기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시성의 시각을 확보하고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관한 성찰의 시점에서 맹자의 정치사상은 올바른 수순의 논리를 제시할 수 있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물론 당대에는 실패한 사상이었지만 단지 그 이유만으로 비현실적이란 비판으로서 맹자의 정치사상을 간과하면 안 된다. 이러한 사고 역시 전형적인 學 위주의 사고임을 본인은 명백하게 밝히고 싶다. 인류의 생명을 보장하고 새로운 문명적 도약을 도모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맹자의 정치사상은 미래를 위한 보다 조화로운 질서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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