心 에서 敬 으로
우리는 心統性情에서의 統을 살펴봄으로써 어울림의 중요함을 인식하였다. 스피노자 역시 쪽의 完全性을 입증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같은 쪽들과의 어울림을 중요시 하였다. 이러한 어울림에 있어 ‘나’의 문제는 전제적 요소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어울림에 의해 발전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나’는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이것은 수순의 논리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朱子의 두루 갖춤(79p)보다는 수순의 논리를 통한 갖춤을 중시하는 退溪 선생에 있어 이렇듯 ‘나’의 문제는 수순의 주체이자 출발로서 매우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道 혹은 理가 가득 찬 세계에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107p) 이 물음은 스피노자가 생각한 예속에의 탈출 방법 및 필연적 세계에서 자유롭게 사는 방법과도 상통할 수 있는 물음인 것이다. 그 해답으로서 선생은 敬을 제시하신 것이다. 이 敬이야 말로 학문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어느 시간적 상황(일상생활)에서도 노력ㆍ실천해야 한다.(108p) ‘일상생활을 하면서 마음(心)의 눈으로 체험ㆍ음미하고 깨닫고 살펴서 얻음이 있으니 그렇게 되면 敬이 聖學의 시작과 끝이 됨을 알 수 있다’는 선생의 말씀(102p)은 자유로움을 얻기 위한 학문의 방법으로서 敬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 내용이다.「심학도」「경재잠도」「숙흥야매잠도」에서 나오는 心과 敬은 退溪 선생의 心과 敬에 관한 생각을 자세하고 알기 쉽게 나타내주고 있다. (더욱이 각각의 그림 밑 중앙에 있는 ‘孟子의 浩然之氣, 孔子의 從心所慾不踰矩’, ‘오호! 아이들이여! 생각하고 조심하라! 먹 글로 써서 경계를 삼아 감히 영대에 고하노라!’,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노력한다.’, ‘언제나 이렇게 하기를 생각하여 밤낮으로 부지런히 노력할지어다.’의 내용은 구체적인 敬의 방법과 아울러 敬의 결과 혹은 조건으로 등장하고 있다.<이 내용들은 敬의 목적이자 또 하나의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이다.>)
敬을 통해 聖人이 된 사람이 있다면 그 聖人은 어떠한 모습의 사람일까? 우리가 올려다 볼 수 없을 만큼 위대하고 찬란히 빛나는 사람일까?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을 하나로 묶는 훌륭한 지도자일까? 이건희 회장이 말한 만인을 먹여 살리는 1인의 엘리트일까? 후세에 길이 남을 위대한 학자일까? 아니면 우리 어머니 같은 분이실까?
학문의 대상이 그때와 다른 지금, 우리가 배우고 있는 학문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심지어 지금의 학문을 학문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까? 현대사회의 특징을 감안한다면 그때의 학문만을 배우는 것이 옳은 것 일까, 아님 뿌리(根)는 그것이되 가지(葉)는 현대의 학문을 배우는 것이 옳은 것일까?
시각과 청각, 신체의 일부분만을 강화시키는 즐거움(쾌락)이 범람하는 현대사회에서 내 전체와의 대면을 요구하는 외침이 불가능한건 아닌지…. 언제나 그럴듯한 변명으로서 이러한 자기합리화의 과정을 겪는 것은 아닌지…. 알았다 하더라도 실천하지 않는 앎은 아닌지…. 머뭇거림에 있어 강력한 추진력 즉 용기는 중요한 덕목으로 등장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 역시 形而下만을 중시하는 전통에서 나온 획일화된 인간존재에 관한 판단이 아닌지…. 몸과 마음이 하나였더냐! 내가 곧 완전한 우주고 자연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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