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緖 論
“고위공직자들의 불법재산증식이 우리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에 이어 홍석현 주미대사가 위장전입을 통해서 거대한 재산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자 분노와 좌절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습니다. 홍석현 주미대사의 재산은 무려 730억원, 일반인들에게는 도저히 상상이 어려운 숫자입니다. 문제는 재산형성과정에서 부도덕 행위나 불법행위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홍대사의 경우 아주 어릴 적에 증조부가 임야를 사주는가하면 부인의 주소를 옮겨 농지를 사기도 했습니다. 또한 재벌 총수의 별장을 사들이며 어머니를 위장전입시켜 부속농지를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서민들로서는 어느 하나 납득할 수 없는 부자의 비뚤어진 행태입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대표하여 미국에서 대사를 한다는 것인가? 여기저기서 거친 항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가 이헌재 부총리나 홍석현 대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독재정권하에 정경유착 비리가 만연하고 경제의 고속성장이 정치논리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사회지도층을 형성하는 사람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 결과 우리사회의 지도층은 불법과 비리로 부패하고 사회를 이끌 수 있는 도덕적 권위를 완전히 잃었습니다.”<이하생략> CBS 노컷뉴스 www.nocutnews.co.kr 이필상 고려대 교수
위의 기사는 얼마 전 있었던 홍석현 주미 대사의 부정비리에 관한 기사이다. 이것은 단편적인 예일 뿐이지만 현대의 政治 체계의 문제점을 들어 내주는 극명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지금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크게는 정치인의 부정부패, 당파싸움, 지역감정, 빈부의 격차와 같은 문제에서부터 개개인의 권리 침해의 문제에까지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흐름 역시 근대적 합리성(modern rationality)에 따른 자유주의의 헤게모니에 대한 많은 도전들이 분출하고 있다. 공동체주의이론(communitarianism) 및 포스트모던(Post-modern)의 시각 등의 움직임은 다원주의(Pluralism)의 도래라는 21세기의 특수한 政治 환경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와 한국의 문제적 상황에 직면하여 우리는 어떤 입장으로 이 사회의 政治체계를 이해하고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한국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맞물려 서구에서 유래한 자유민주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모색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고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기 때문에 사회를 더욱 더 원자화시키고 분리시키며 경쟁적으로 만든다고 비판하면서, 대안적인 政治 공동체 형태를 모색하려는 노력을 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시도는 한국의 儒學的 전통과 민주주의를 결합시켜 자유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해보려고 하는 시도이다. 이른바 '유교민주주의론'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유교민주주의론 역시 IMF를 기점으로 하여 그 열기가 갑자기 식어버렸다. 서양학자들의 자극에 의한 타생적 성격의 원인과 경제실패라는 충격적 결과에도 기인하겠지만, 儒學 및 政治에 관한 보다 장기적이고 깊은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현대의 자유민주주의가 제공하고 보장하는 제도와 절차에 만족하거나 새로운 政治사상 확립의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사회의 모습은 기본권이 보장되는데 그치는 사회가 아니라 보다 더 인간적인 사회여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라고 표현하든 우리가 바라고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사회를 건설하는데 있어서는 먼저 儒學사상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와 재해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儒學이 이미 우리의 가치관의 기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보편적인 가치와 이상을 담고 있는 사상이기 때문이다.
儒學的 전통과 현대의 자유민주주의는 세계관과 인식론, 역사관과 가치론, 인간관과 政治體의 목표를 다르게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닫힌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양자는 한없이 다르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열고 자세히 살펴본다면, 실제 삶의 중요한 논점들에 대하여 놀라울 정도로 지향을 같이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마음을 조금만 더 열고 유연한 자세를 견지한다면, 儒學과 자유민주주의 사이에는 소통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상호보완의 가능성도 풍부하게 존재한다.『유학과 정치학의 만남』「정치철학의 근본문제」이상익. 성균관대 유교문화연구소 세미나 발표문. 2004 11. p.33~39
그렇다면 儒學의 어떠한 측면들이 현대의 자유민주주의와 연관이 되어 있을까? 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의 문제점을 儒學의 어떠한 측면이 극복할 수 있을까? 보다 발전적인 政治 환경의 도입과 政治 철학의 확립을 위해서도 이러한 노력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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