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義
義의 의미는 원시형의 어원에서부터 전국시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원시시대에는 羊과 我의 조합으로 품질의 알맞음을 뜻하였고 자형은 白川靜, 『字統』東京: 平凡社. 1984. p.162
의미 확장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 의미가 사람에게까지 확장이 되어 그것은 의관이나 복식을 차려입은 상태가 공중에게 어떻게 보여 지느냐의 문맥에서 사용되었다. 금문이나 『좌전』을 보면 義는 威義의 뜻으로 사용되었다.
『동양철학연구 제34권』「의는 자족적 토대를 갖는가?」신정근. 2003. p.311
그런데 孔子와 墨子에 이르러 義는 그것의 의미를 다르게 나타낸다. 墨子의 義는 친절, 호의, 상호 부조,인정 등에 두루 해당되는 의미를 나타낸다. 묵자는 일어나도록 돕게 되는 이유를 의로 말한다.(『墨子』「貴義」) 위의 논문 p.311 참조
『論語』에서 義는 주로 군자가 재화를 획득할 때 어떻게 처신하거나 실천을 통해 실현하는 맥락에서 사용된다.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論語』「술이」
君子有九思~見得思義『論語』「계씨」
무엇이 義로 밝혀진다면 孔子는 적어도 사람이 그것을 실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見義不爲 無勇也『論語』「위정」
이때부터 실천의 의미가 義에 들어가면서 義가 관습이나 전통의 힘이 강제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의 실현에는 개개인의 차이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 차이는 자연적 사실과 당위적 이상 사이의 거리라고도 할 수 있다. 孔子는 모두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이러한 객관적 거리를 메울 수 있다고 보는지 義를 군자와 관련하여 자주 사용한다. 그렇지만 전국시대에 이르러 극단적으로 義와 생명이 양립할 수 없을 경우 사람은 생명의 유지보다 義를 선택해야 한다고 요구되었다. 백이, 숙제의 죽음에 관한 공자의 평가에서 이 같은 생각은 잘 드러난다.
이로써 義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과제이면서 존중되어야 하는 가치가 된다. 萬事莫貴于義『墨子』「귀의」
生亦我所欲也 義亦我所欲也 二者 不可得兼 舍生而 取義者也『孟子』「고자 상」
이후에 義는 孟子의 仁義禮智로 묶여서 사람다움을 나타나게 되었다. 孟子는 법에 의존하는 政治를 군주가 지배자로서 책무를 포기하는 일이고 인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罔民)으로 비판한다. 孟子는 사람에게는 자체적으로 자신의 과실을 파악해서 교정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이 다름 아니라 義, 즉 부끄러워 할 줄 아는 마음(羞惡之心)인 것이다. 그러나 이 부끄러움으로서의 義는 독립적으로 사용되기보다는 다양한 뒤섞임이 일어날 수 있다. 이로써 義는 어떠한 사태를 판정하는 준거로서 독립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게 된다.『동양철학연구 제34권』「의는 자족적 토대를 갖는가?」신정근. 2003. p.319
결국 義는 기본적으로 무엇을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하는 기준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간의 주관에 있을 수도 있고 그것과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특히 전자의 경우일 때 義는 단순히 사태를 결정하는 참조 체계만이 아니라 특정한 방식으로 행위 하게 하는 동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義는 심리적 계기를 포함하는 사회적 관행, 전통으로 규명될 수 있다.
서양에서 義는 개개인의 권리의 문제와 연관되어진다고 할 수 있다.『정의론』J. Rawls 저. 황경식 역. 2003. 이학사 : 롤스의『정의론』을 간단하게 요약하였다.
롤스(J. Rawls)는 이러한 개인의 권리의 문제와 자유주의적 공동체 형성에 있어서 正義의 문제를『정의론』에 잘 나타내었다. 사회계약론(social contract theory)이 논리적으로 전제하는 자연상태(State of Nature)는 롤스에게 '원초적 입장'(original position)이라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원초적 입장'이란 계약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나 타인과의 모든 차이에 대해 전혀 모르는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에 가려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합의(consensus)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합리적이면서 동시에 이기적인 존재로서 도덕적 인격과 권리, 기회, 자유, 협동 등과 같은 사회적 기본 가치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약자들이 맺게 되는 계약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최소화하는 원리를 담게 된다. 이 원리로부터 모든 사람은 자유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자유 우선성의 원칙'(equal liberty principle)과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하고 불평등의 원인이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difference principle)이 도출된다. 이것이 롤스『정의론』의 핵심이 되는 正義의 두 원칙이다. 이중 자유의 원칙은 차등의 원칙에 우선하고 차등의 원칙 중 기회균등의 원칙 공정한 기회균등의 조건 아래 만인에게 개방된 직책과 직위에 결부되는 원칙
은 수혜의 원칙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이익을 주는 원칙으로서 실적주의를 반대하는 복지국가의 이론적 원칙
에 우선한다. 이러한 원초적 상태에서의 계약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의 계약을 롤스의 핵심 정의관인 '공정으로서의 정의'(justice as fairness)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롤스는 正義는 옳은 것(the right), 정당성을 의미하며 이러한 正義를 전제로 해서 좋은 것(the good, 善)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법철학연구 제6권 제2호』「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구성원리 :정당성과 선”에 대한 논평」
황경식. 2003. p.374
이와 같이 유학적인 義와 서양의 正義관념은 상호보완이 가능한 발전적인 관계를 가질 수 있다. 이는 인간 사이의 조화로운 관계유지에서부터 국가적인 측면의 사회 구조적인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규범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義의 가치에 대한 문제는 利에 가리어져 잘 드러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천민자본주의 및 왜곡된 자유주의의 현실 속에서는 각 개인의 이익의 추구가 삶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사로운 이익의 추구는 독점의 방향으로 치닫고 있고, 그로 인해서 타인의 권리의 문제에 있어서 무관심하거나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시되어도 괜찮은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공익(public good)을 위한 공적 참여 및 공적 영역에 관한 관심의 고양이야 말로 義로운 시민의 중요한 덕성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과 관련하여 다음의 글들은 정의에 관한 유학적 입장과 롤스의 입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람이 지나치게 부유하면 교만해지고 지나치게 가난하면 절망에 빠진다. 사람이 절망하면 도둑이 되기도 하고 교만해지면 난폭한 짓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일반 사람들의 형태이다. 성인은 일반 사람들의 형태에 의거해서 사회적 혼란이 생겨나는 유래를 파악한다. 따라서 그이는 사람의 도리를 제정하고 위와 아래의 차별을 둔다. 그러면 부자는 명예를 드러낼 수 있지만 교만에 이르지 않고, 빈자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절망에 이르지 않는다. 이로서 절도를 마련해서 조화롭게 하면 물질적 재화도 부족하지 않고 위와 아래가 서로 안정되어 질서를 잡기 쉬워진다. 지금 세상은 이러한 제도를 내버리고 각기 자신의 욕망을 방임하니 욕망에 어떠한 제한도 없다. 풍속도 각자 마음내키는 방식으로 흘러가 이런 추세가 끝이 없다. 대인은 위에서 부족한 생활로 고통을 겪고 일반인들로 아래에서 병약해진다. 부자는 더욱더 이익을 탐내지만 義를 돌보지 않고 빈자는 날로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만두게 할 수 없다. 이것이 세상이 질서를 회복하기 어려운 연유이다.” 大當則驕, 大貧則憂, ~ 是世之所以難治也『春秋繁露』「度制」
“공리주의는 행위 공리주의, 규칙공리주의 등 여러 가지 형태가 있지만, 종국에는 개인의 도덕적 가치보다는 전체의 효율성을 추구하게 만드는 이론이 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노예제의 사회 혹은 다른 소수의 인권을 유린하는 것이라도 그것이 전체적 효율성을 높이는 체제라면 공리주의에서는 그에 반대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롤스는 그러한 체제는 아무리 전체적 부가 증진된다고 하여도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가우리블로그정보센터(GBC)「자유주의와 법철학」http://blog.naver.com/uuuau.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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