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 교육의 방법에 관하여...
소학의 교육 방식은 일정한 길을 제시하고 어렸을 때부터 그 길을 정확히 밟아가도록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정한 길이란 곧 유가에서 말하는 성인, 현인의 말씀으로서 모범을 의미한다. 또한 모범을 준수시키도록 하기 위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는 경고성의 문구와 그들 논리에서의 탈선을 본보기로 보여주면서 주장의 타당성을 높이고 있다. ‘왜?’의 문제제기는 그들의 논리에서는 사족의 논의이다. 무조건 적으로 따라야 한다. 이러한 교육 방식은 현대 교육심리학자들이 반대하는 교육 방식이다. 그들은 아이들의 창의성과 자아계발을 중요시한다. 창의성과 자아계발은 자유스러운 교육 분위기에서 신장되는 능력이다. 따라서 그들은 억압적이고 통제적인 방법으로는 말만 잘 듣는 기계만 양성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회주의자들은 지배층의 권력을 보다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서 교육을 바라보고 있다. 즉 교육은 지배정당화의 재생산일 뿐이다. 억압ㆍ착취라는 사회적 진실을 교육을 통하여 피지배자들이 인식 못하도록 하게 만드는 것이 교육이라는 거다. 물론 이 같은 담론의 뒤에는 보편적 가치와 상대적 가치라는 교육 내용에 관한 전제가 모호한 채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선악의 기준 및 그 기준의 가변성을 고려한다면 교육 방식에 앞서 무엇을 교육하는가의 문제가 먼저 제기되어야 할 것이다. 어찌되었든 같은 기준으로써 비교ㆍ대조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논리적 오류가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제시한 교육론에 관한 두 입장은 소학적 교육 방식에 우호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일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모든 입장에는 일장일단의 측면이 다분하다. 문제는 단점의 측면만으로 상대 이론을 비판하고 장점의 측면만으로 자신의 이론을 주장하는 데에 있다. 이런 식의 태도는 소모적인 논쟁만 불러일으킨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등장하는 토론의 대부분이 이 같은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문제 해결은 안중에도 없고 논쟁 승패가 중요 사항이다. 여기에는 토론과 아무관계 없는 나이와 학벌, 성과 가문, 목소리가 등장한다. 근본적으로 고려해야 될 문제는 토론 밖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언제나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이다. 그러한 해결에 있어 우리가 주의 깊게 염두 해야 될 내용은 상황에 따라 어느 한 이론의 장점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상황은 현재와 한국이라는 시공간의 특수성을 의미한다. 반드시 이러한 전제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논의의 창조성을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이러한 전제하에 각 이론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최대한 줄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여기에선 너와 나라는 적대가 있을 수 없다. 오로지 우리라는 문제 해결자들이 존재할 뿐이다.)
현대의 한국이라는 시공간적 상황을 고려한다면 소학의 배경과 현대의 한국은 엄청난 차이의 시공간적 간격이 있다. 농경사회의 중국과 정보사회의 한국은 엄연히 다른 사회인 것이다. 게다가 사회구성의 상이성과 발전 속도 및 활동 영역 등을 감안한다면 농경사회의 서적이었던 소학의 생명성은 정보사회에서 무시당할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따라서 소학에서 그리는 사회와 현대의 사회가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소학을 읽을 때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면이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모든 내용을 무시하는 것 또한 어리석은 태도이다. 사회는 다르더라도 인간이라는 측면에서는 같다. 무슨 말이냐면 어느 사회이든지 인간이 그 사회를 구성하며 이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간이라는 담론의 측면에서 소학의 내용은 충분히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인간과 인간의 관계성을 논한 면에서는 현대 정보사회의 한국에서 놓친 많은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사이의 관계성이란 시각으로 한정할 때 등장하는 대표적인 것이 예절이다. 예절하면 형식적인 면이 많이 강조되는 측면이 있어 딱딱한 이미지를 벗겨내기가 어렵다. 더욱이 예절의 형식적인 측면을 기득권 유지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못된 습관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어 이 같은 폐해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공자 시대부터 강조해 왔듯이 예절은 상대를 배려하고 공경하는 정신이 가장 중요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토록 중요한 정신을 현대 사회 속에서 어떻게 현실화ㆍ구체화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예절의 처음 문제 인식도 이러한 문제인식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예절의 형식인 것이다. 순환적인 논리의 오류를 벗어나지 못하는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러한 생각을 통하여 예절 형식의 가변성이라는 하나의 중요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근본정신을 인정한다면 사회에 따른 형식의 상이성은 유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따라서 소학에서 나오는 여러 덕목들도 역시 재해석이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정신이므로 행위의 의도를 살피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더욱이 여러 덕목들 중에 현대사회에서 쓸 수 있는 것들은 충분히 살릴 수 있다. ‘이것은 지금 시대와 맞지 않아’ 라고 단정 짓고 책을 덮지 말고 한 번 더 생각해보자는 말이다. 특히 일상성을 중시하는 소학의 덕목들은 지금 시대에도 충분히 살릴 수가 있다. 반면 자신의 생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형식적인 무조건적 수용의 덕목은 약간의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즉 소학의 시대적 배경과 현대라는 시대적 상황의 상이함에서 나오는 격차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격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양자가 가까워질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형식에 관한 유연한 자세야말로 소학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자세라 생각한다.
소학의 교육 방법론 역시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현 시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실천의 영역이 바로 그것이다. 형식의 가변성을 인정하였지만 여전히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정신과 형식의 매개적 요소인 실천이다. 정신과 형식이 완벽히 준비되었다 하더라도 양자를 전환할 수 있는 의지의 문제 즉 실천이 없다면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소크라테스는 지행합일을 주장하면서 실천하지 않는 앎은 무지라고 주장하여 참 앎의 문제를 거론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현실적이지 못한 대안일 뿐이다. 소크라테스처럼 인간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한다면 각자 양심의 문제로 규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사회는 근대 서구사상에 바탕을 둔 인간관을 전제로 하여 성립된 사회이다. 인간에 관한 여러 관점들이 있겠지만 주류는 비관론적인 인간관이다. 이러한 인간관에서부터 양심의 영역을 찾고 믿는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시도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제도적 차원의 규칙ㆍ규범들이 발달한 것이다. 이러한 규칙들을 잘 준수한다면 괜찮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수단으로서 등장했던 규칙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운이 나빠서 걸렸다. 법만 피하면 된다. 걸리지 않기만 하면 된다.’등의 흔한 소리가 역시 그러한 풍조의 반영이다. 한국의 사회과학자들은 눈만 뜨면 법치주의를 강조한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법치주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 있다. 법치주의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왜 법치주의가 안 되는지, 법치주의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가장 기본인 법치주의도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법치주의를 하자!’라는 의도는 수긍한다. 그렇지만 법치주의만이 유일한 문제해결의 방법이라는 생각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학의 교육 방법은 이러한 문제 상황에서 어떠한 화두를 제시할까? 앞서 말했듯이 소학이 제시하는 실천의 영역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소학의 실천은 먼저 알고 하는 것이 아니다. 지가 선이고 행이 후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교육방식이다. ‘알지도 못하고 행하는 것이 참다운 실천인가?’ 라는 문제 제기도 할 수 있겠지만 일단 이 부분은 넘어가고 생각하고자 한다. 모든 도덕적 행위 특히 예절의 실천 문제는 몸의 문제이다. 수영할 때 이럴 때 숨쉬고, 이럴 때 팔을 휘젓는다는 생각에서 수영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수영이다. 수영을 가르치기 시작할 때 부력원리 및 저항원리를 백날 설명해 봤자 직접 나가서 물에 빠뜨리는 것만 못하다. 어느 정도 수영에 익숙해지면 부력ㆍ저항의 원리를 설명해준다. 그때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 이것을 기반으로 나름의 수영기법을 개발하기도 한다. 실천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소학은 기존의 관념을 깨고 이러한 방법을 제시한다. 습관화의 방법을 채택하는 것이다. 모르고서 행동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그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무협지에서 어떤 비법을 전수하는 과정에 있어 그 비법과는 무관한 행동만을 사부가 계속 시켜 불만이었는데 알고 보니 자기도 모르게 그 비법을 전수 받았다는 것과 동일하다. 소학에서 등장하는 선생님은 과거의 성인, 현인, 위인 및 경전을 의미한다. 그 외의 것은 이단으로서 절대로 참고하거나 배우면 안 된다. 여기에서 배우는 사람은 가르치는 자의 틀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나쁘게 말하자면 세뇌의 의미인 것이다. 환경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조선시대의 경우, 당시의 주자학은 국가 이념 및 사회 윤리로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적인 인간상을 제시하고 너도 나도 모두가 이상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 어려서부터 노력을 했던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조선의 국가체제를 내부의 아무런 동요 없이 잘 유지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는 확고한 유일의 사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의 세계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조선시대처럼 국가가 주도적으로 사상을 채택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배타적인 학문의 습관을 강요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지배의 구조를 영구히 하기위한 수단으로서 활용된다면 그 폐해는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
소학 교육의 방법론을 다룸에 있어 짧게나마 장단점을 살펴보았다. 앞에서도 지적하였듯이 각각의 부분만을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한다면 건설적인 대안을 찾기가 힘들다. 상황을 고려하여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우리가 해야 될 일인 것이다. 실천은 실천을 통한 참여의 확대로 발달시킬 수 있을 것이다. 참여는 사회학적인 중요한 덕목이다. 더욱이 도덕의 현실적 근거를 갖게 하는 역량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참여의 의미는 중요하다. 모든 일상에의 참여는 개인을 단순한 부분으로 인식하지 않는 동양의 세계관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언제나 무슨 일을 하던 나는 세상의 중심이고 인생의 중심이다. 이름 없는 풀일지라도 그 존재 자체로 자연에겐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이다. 참여의 인식을 통해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면 너 또한 세상의 중심이다. 이렇듯 참여의 덕목은 너의 소중함의 덕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참여란 말은 곧 혼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여럿을 의미하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심이 없다면 이러한 참여는 성립될 수 없다. 전보다 개인주의화되고 자신 둘레에 벽을 쌓아 외부와 차단하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에 이러한 관심과 실천과 참여의 덕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반면 다양성의 원리를 훼손시킬 수 있는 소학의 방법론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다. 생물학적으로도 다양성은 생존의 기본적인 조건이다. 마땅히 다양화의 원리는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는 자본 위주의 관점으로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 더욱이 학문의 영역에서도 이 같은 자본의 횡포는 극에 이른다. 획일화는 참여의 원리와도 상반되는 관점이다. 획일화의 사회에서는 굳이 참여할 이유가 없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의 원리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복종의 원리로 치환된다. 다수의 횡포에 소수는 언제나 무기력하다. 활기 있는 유기체의 모습이 아닌 절망적인 기계의 모습인 것이다. 다양성의 존중은 보다 활기차고 발전적인 사회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원리이다. 어렸을 때부터 오로지 하나의 것으로만 획일 시킨다면 놓치게 되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물론 소학의 내용처럼 그것이 예절이라면 폐해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는 있겠지만 방법론의 측면에선 매우 위험한 방법임을 인식해야 한다.
무엇을 교육하는가에 못지 않게 어떻게 교육하는가의 문제도 역시 중요한 주제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현대 한국의 교육 상황을 감안할 때 소학의 그것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주는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곧 살아있는 소학의 교육론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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