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 정신
다음의 글은 인터넷에 나온 한국인에 관한 글이다.
*남이 자기나라 욕하면 싫어하면서 도리어 자기는 한국에서 태어난 걸 후회한다는 민족. 그래서 이민열풍이 불고 있는 한국
*청년실업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데 세계 인터넷 접속1위와 각종 게임대회를 휩쓸어버리는 민족
*땅덩어리도 적으면서 우수한 인재가 많이 나오는 민족
*매운 걸 즐기는 민족
*세계1위의 제왕절개 민족
*조직폭력 영화를 유난히 좋아하는 괴짜민족
*6년 동안 영어공부만 하고도 외국인과 한마디의 대화도 못하는 허무민족
*목소리 큰놈이 이기는 야생민족
*쓰레기들이 나라를 이끌어 가면서도 망할 듯 망할 듯 안망하는 엄청난 내구력의 민족
*해마다 태풍과 싸우면서도 다음해에도 그 다음해에도 똑같은 피해를 계속 입는 대자연과 맞짱 뜨는 엄청난 민족
*아무리 큰 재앙이나 열 받는 일이 닥쳐도 1년 내에 잊어버리고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메멘토 민족
*물건은 비쌀수록 잘사는 미스테리 민족
*매일아침 7시 40분까지 등교해서 밤10시~11시까지 수년간을 공부하는 엄청난 인내력의 청소년들이 버티고 있는 미스테리 민족
*혀까지 잘라가며 조기영어에 헌신하고 영어 교육비 세계 부동의 1위를 지키면서 영어실력은 100위권 수준의 민족
*그러면서 세계 각 우수대학 한국학생들이 1등자리를 휩쓸고 다니는 미스테리 민족
*미국인들로부터 돈벌레라 비아냥 받던 유태인족을 하루아침에 게으름뱅이로 내몰아 버리는 엄청난 생활패턴의 민족
*월드컵에서 1승도 못하다가 갑자기 4강까지 후딱 해치어 버리는 미스테리 민족
*그러면서도 운이었을거라며 시큰둥해하는 속 넓은 민족
*자국 축구 리그선수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축구장 열라 썰렁하지만 월드컵 때는 700~800만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외신으로부터 조작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민족
*IMF경제 위기를 맞고도 2년도 되지 않아 위기를 벗어나 버리는 유일한 민족
*암 사망률/ 음주 소비량/ 양주 수입률/ 교통사고/ 청소년 흡연율/ 국가부채 각종 악덕 타이틀에는 3위권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 유일한 민족
*세계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일본을 ‘쪽바리’라 하며 우습게 보는 유일한 민족 한국
본래 한국인들이 이렇게도 미스테리한 민족 이였던가? 곧이곧대로 위의 내용을 수용하기엔 무리가 있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네티즌의 담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중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왜곡된 현대 한국인의 모습이 원래 한국인의 모습인양 간주하는 이러한 담론들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자기비하의 풍자적인 어조와 더불어 앞에서 밝혔듯이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나온 말들처럼 한국인들은 미스테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민족인가? 이런 담론을 접할 때마다 매번 드는 생각은 우리가 우리에 관해 너무도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한국인은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 민족인가?
그 사람을 아는데 있어 좋은 방법 중에 하나는 그 사람에 대한 다른 사람의 평판을 듣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인의 정신에 관하여 탐구하는 방법적 측면으로써 타국 학자들의 평가를 인용해 보고자 한다. 미국 조지타운 대학의 한국 정치문제 연구소 전임 소장이었던 맥도널드 교수는 1989년 한국인을 평하는 글에서 다음의 3가지를 중점적으로 주장했다.
첫째, 유럽인들이 반라생활을 할 때 한국인들은 이미 고도의 생활문화를 누렸다.
둘째, 일본이 자랑스레 내놓는 문화치고 한국에 그 뿌리를 두지 않은 것이 없다.
셋째, 중국이 세계 최고의 문화를 누릴 때에도 한국을 문화선진국이라 하였다.
하버마스는 98년도(?)에 있었던 한국경제세미나에서 “유교 불교 등의 문화적 이론적으로 훌륭한 전통을 가진 한국이 왜 외국이론에서 찾으려고 하는가?”라는 의미 있는 주장을 하였다. 또한 미 텍사스 대학 경제학 교수인 로스토 교수는 지역화 시대의 현 세계에서 모든 힘이 집중되는 곳은 아태지방이라 평하면서, 새 시대를 리드하는 역할이야말로 한국만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한국에는 인과 예 사상이 잘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로스토 교수의 주장은 우리를 놀랍게 한다. 역사학자인 토인비는 한국의 가족제도야 말로 동양정신문화의 원류라 지적하면서 새 시대를 구원할 수 있는 보편적 방안이라는 평가를 하였다. 외국 학자의 이 같은 주장에 기대어 권위를 얻으려는 의도는 아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외국 학자들의 이 같은 관점이다. 보다 객관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그네들은 충분히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학자들도 있지만 한국인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살린 것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90년대 말에 일본에서 발간된「추한 한국인」이란 책이다. 제목 그대로 천박한 한국인의 모습만 소개한 책이다. 이렇듯 양 극단의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인, 외국학자들의 이 같은 다양한 견해들이 과연 한국인 본래의 모습을 잘 묘사한 것일까?
흔히들 한국인들은 자존심은 없고 자만심만 있다고 한다. 자만심은 없거나 작은 것을 사실보다 부풀리는 것을 의미하고, 자존심은 있는 그대로 확실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본래 한국인들은 남에게 으스대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들 하지만, 자존심이 없고 자만심만 있는 이유는 다른 이유 하에서다. 자존심이 있으려면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알아야 한다. 내 모습을 확실히 모르기 때문에 자존심이 아닌 자만심으로 흐르는 것이다. 내 모습을 알아야한다는 말은 한국이 문화선진국이 되어야 한다는 백범 선생의 말씀과도 상통한다.(힘이라는 제국주의의 논리가 진리였던 시대에 문화를 강조한 백범선생의 식견은 대단할 따름이다.) 문화선진국의 목표가 이 시대에 이르러 현실성이 있는 이유는 한국이 정치, 군사, 경제 등의 분야로서 세계를 상대한다는 논리는 현실적으로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은 예로부터 고도의 발전된 문화를 누린 민족이기에 충분히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그렇다면 고도의 발전된 문화를 누린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문화는 무엇이 있는가?
여기서는 대표적으로 한글을 다루고자 한다. 세계 어느 언어보다도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한글은 세종대왕의 명으로 집현전 학자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아무리 집현전 학자들이 천재이다 하지만 확립된 언어 형태를 단기간에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다. 한자만 하더라도 전서 예서 등의 글자 형태는 오랜 기간동안의 변화과정을 겪으며 성립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글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예전부터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세종실록을 보면 ‘字形 依古篆字’란 기록이 있다. 또한 한글 창제를 극구 반대했던 최만리 상소문에 ‘~ 이미 쓸모없어 버린 글자를 왜 다시 쓰려하시나이까?’란 표현이 실려 있다. 또한 성삼문이 한글창제 작업에 임할 때 음운학자 황창이 있는 요동지방을 9차례나 방문하여 엉덩이에 구더기가 생겼다는 기록이 있다. 음운학자를 주목하는 이유는 글자는 있지만 읽을 수 없기 때문이란 점에서 이다. 즉 한글이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으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읽을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더욱이 일본 이세신궁이라는 종묘에 한글로 적혀진 석판이 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더욱 신빙성이 있다. 일본은 501년 왕인 박사로부터 한자를 전수 받았고, 7~8세기 경부터 가나를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세신궁의 한글은 언제 쓰여진 것인가? 종이가 생기기 전이라는 학설이 일본 내에서 제기 되었다. 이렇듯 전부터 존재했었던 한글을 ‘가림토’라 하였는데, 1000년 전 발해 무왕의 동생인 대야발이 지은「단기고사」가 이 가림토로 쓰여 졌다고 한다. 그러나 후세에 한문으로 다시 쓰여져 그것만이 전래되고 있다. 1995년 10월에 산청 향토학자 박현 씨가 산청 단속사 터에서 가림토로 쓰여진 1300년 전의 비석을 발견하였다. 16자를 해독하였는데 그 내용인즉 ‘~ 밝고 신령스런 곳에 하늘이 임을 모시기 위해~’라는 뜻이었다. 세종 때 한글이 창제되었다면 이 같은 사실들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보다 자세한 연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어찌되었든 한글은 예전부터 우리 민족이 만든 훌륭한 글자이다. 인터넷에 나타난 논리대로 라면 미스테리한 한국인이 어떻게 한글을 만들었겠는가? 한글을 만든 사실 하나만으로 한국인이 문화민족이라 한다면 억지주장인가? 만일 그렇다면 이 사실은 어떤가? 세계 최고의 문화를 자랑하는 중국문화의 근원이 우리의 문화라면 한국인이 문화민족이라는 사실에 아직도 동의할 수 없는가?
중국 탕록현에 있는 三祖堂에는 치우, 신농, 황제가 모셔져 있다. 중국 역사의 시작(신화이지만 기록의 시작을 의미함)은 태후 복희씨부터이다.「삼국유사」에서도 태후 복희씨부터 서문이 시작된다. 복희씨는 상체는 사람이고 하체는 구렁이인 존재이다. 뒤를 잇는 염제 신농씨는 소의 머리에 사람의 몸을 하고 있다. 황제 헌원부터 비로소 온전한 인간의 모습을 갖게 되는데, 그것은 그때부터 생활문화를 일으켰다는 의미이다.「삼재도회」라는 그림에 이 같은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황제는 어떻게 생활문화를 일으켰는가? 이족의 자부선인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내황문을 받아 백성들에게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다. 그때 동문수학한 사람이 치우였다. 자부선인으로부터 교육을 다 받은 후 황제가 중국에 가서 신농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자 치우는 스승의 가르침을 욕먹게 한 황제를 치러간다. 결국 치우는 황제에게 패했지만 중국인들의 두려움은 대단했던 모양이다. 치우를 도깨비로 묘사하기 때문이다. 몸은 쇠로 되었으며 붉었으며 입에서는 불을 뿜었다라고 서술한다. 한국 축구 응원단 ‘붉은 악마’의 원형이 바로 이 치우천황이다. 아쉬운 것은 악마의 이미지가 기독교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붉은 도깨비’가 더욱 정확하고 알맞은 표현인 것 같다. 어찌 되었든 미개한 중국인에게 문명을 소개한 사람은 황제이며, 황제는 夷족의 제자였다. 위의 기록은 「단기고사」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에게 고도의 문화를 소개한 夷족의 기록은 많이 있다. 그 대표적인 사람으로서 순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요순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태평성대는 공자가 가장 이상적으로 삼은 대동의 표상이다. 순이 이족이라는 사실은「맹자」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순의 아버지 고수의 존재이다. 공빈의 「동이열전」(「동이열전」은 「단기고사」의 부록으로 실려 있었다.)의 첫 구절을 보면 ‘동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아홉 개 부족 구이가 단군을 받들었다. 요임금과 한 때의 일이다.’라고 쓰여져 있다. 순의 아버지 고수는 단군조선 사농관 고수레의 동생이다. ‘고시레’의 우리나라 풍습은 바로 이 고수레를 기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순의 대효에서 보여주는 여러 가지 살인 미수는 단순한 계모의 질투가 아닌 단군조선과 중국 간의 미묘한 정치적인 의미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순은 요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되고 사도 설에게 명하여 ‘오교’를 펼친다. 이 오교는 후에 인류 역사상 관계윤리의 최고봉인 오륜의 모태가 된다. 공자는「계보록」에서 ‘후세에 누가 있어 창작을 하여도 순임금을 능가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공맹에서 자주 나오는 이가 순임금임을 감안한다면 순의 위대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유가의 집대성자인 성인 공자가 찬양한 인물이 이족의 순임금이라면 한국의 문화수준을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니고 무엇인가? 주나라가 은나라의 발달된 문화를 배우려고 노력했다는 점은 기정사실이 되었다. 더욱이 춘추전국시대를 통하여 행해진 夷족 깎아내리기 작업(예컨대 「맹자」에 나온 助長,「한비자」에 나온 守株待兎 등이 그렇다.)은 중국민족의 夷족에 대한 열등감 표출의 반증이기도 하다. 이렇듯 한국인은 고도의 문화를 이뤘던 민족 이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위대한 문화 뒤에는 어떠한 정신이 담겨져 있을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인 정신에 관하여 알아보자.
미국에는 개척정신이 있고 영국에는 기사도정신이 있다. 일본에는 무사정신이 있고 중국에는 중화사상이 있다. 한국에는 어떠한 정신이 있을까? 흔히들 화랑도정신과 선비정신이 한국인 정신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자는 지역적 한계, 후자는 계층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인 정신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가 갖는 공통적인 정신이어야만 한다. 그렇다면 한국인 정신은 무엇인가? 현재의 한국인은 개인주의 가치관과 왜곡된 식민사상으로 인해 한국인 정신이 많이 변화된 상태이다. 즉 한국인 정신을 알기위해서 는 현재 한국인 보다 과거의 한국인을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 예로부터 한국을 東夷라 하였다. 夷란 글자는 지금처럼 ‘오랑캐’라는 뜻의 글자가 아니다.「設文解字」를 보면 夷는 人, 仁과 같이 사용된 글자였다. 춘추시대를 거치면서 夷자의 뜻 변화 즉 夷族 깎아내리기 작업은 앞에서 설명하였기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우리가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夷가 人, 仁과 같이 혼용되었다는 사실이다. 고대에는 글자를 만들 때 특징적인 것을 부각시키는 원리를 사용하였다. 이 같은 원리는 지금도 사용된다. 학창시절 친구의 별명을 지을 때, 그 친구의 생김새 혹은 특징적인 성격으로 별명을 지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을 夷라 부른 것도 이 같은 이유인 것이다.
그렇다면 夷는 어떠한 글자인가? 夷는 大와 弓으로 이뤄진 글자로서 큰활을 잘 쏘는 민족 혹은 활을 쏘는 대인의 민족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필 왜 활인가? 평화를 사랑하는 한민족이 전투민족이란 말인가? 활은 당시 최고로 무서운 전투무기이다. 그런데 여러 무기 중에서도 왜 하필 활을 잘 쏘았는가? 궁도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활은 고도의 정신집중이 없으면 제대로 다룰 수 없는 무기이다. 이 같은 성격 때문에 고대에서는 활을 군자의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였다(「중용」에서 공자는 활쏘기를 군자와 비슷하다고 하면서, 정곡을 맞히지 못하면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다고 하였다). 한국인은 몸 보다는 정신을 숭상하는 민족 이였다. 이 같은 특징은 뿌리(정신)를 중시하는 특징을 의미한다. 몸 위주의 철학적 전통을 가진 서양 및 일본에서 순자의 학설을 더 인정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맹자의 학설을 더 중요시 하고 있다.
한편 仁이라는 글자는 두 사람을 의미한다. 중국인들이 볼 때 한국인들은 둘이서 잘 다니기 때문에 仁이란 글자를 쓴 것이다. 공빈이 쓴「동이열전」에 보면 한국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결국 仁은 나보다는 우리에 더욱 가치를 두는 한국인의 특성을 잘 표현한 말인 것이다. 따라서 仁은 단순히 '어질다'라는 의미보다는 '우리' 혹은 人과 같이 쓰였기에 '사람답다'라는 의미의 글자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이처럼 예로부터 한국인은 몸 보다는 정신을 숭상하고 개인 보다는 공동체를 중시하는 민족 이였다. 이 같은 한국인 고유의 정신을 보다 자세히 알아보고 현재 잘못된 한국인의 모습을 한국인 고유의 정신과 관련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1) 우리주의
한국인들은 남과 나를 각각의 個別者로 보지 않고 연결된 하나의 존재로 여기는 정서를 갖고 있다. 이러한 정서가 가장 명확하게 나타나는 것이 ‘우리주의’이다. 술 마실 때 세계 어느 민족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가 남이냐?” 하는 건배의 외침과 우리 집ㆍ우리 남편ㆍ우리 그이ㆍ우리 부모 등의 언어적 표현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사람을 ‘人’이 아닌 ‘人間’으로 표현하는 한국인의 습관적 표현 형태도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우리’란 말을 곰곰이 살펴보면 ‘울’을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울’은 울타리를 뜻하는 말로써 나무가 엮어진 것을 의미한다. 엮어짐을 강조하는 ‘우리’는 곧 共同體라는 한국고유의 사상을 잘 나타내주는 말인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말들은 외국어로 적절하게 번역할 수 없다.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뜻이 통하지 않고 ‘우리’를 ‘나’로 바꾸면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이 같은 언어적 표현 특성을 볼 때 ‘우리주의’는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라 할 수 있다. 한편 표현뿐만 아니라 정서적 차원에서도 ‘우리주의’는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한국인들은 혼자서 식사하기 싫어하고 혼자서 술 마시기 싫어한다. 끝나도 못내 아쉬워 2차 3차로 이어진다. 노래도 그렇다. ‘아리랑’을 대표로 하는 한국의 노래 대부분이 이별가이다. 삼지창과 칼로 고기 먹는 민족이 아닌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유일한 민족이 한국이다. 그리고 인터넷 카페 문화가 그 어느 국가보다 활성화된 나라가 한국이며, 연락 자주 안한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한국인이다. 미국에 자국의 meism과 한국의 weism을 비교연구 하는 연구소가 존재하는데, 그곳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의 제목이 ‘We-Woori'이다.
이별을 싫어하고 남과 나를 하나로 여기는 ‘우리주의’의 사상에서는 너도 나처럼 소중하므로 남을 자신처럼 사랑하고 아껴주는 고귀한 정신으로 발전할 수 있다. 孔子가 말한 仁이 그렇고 부처가 말한 慈悲가 그것이며 예수가 말한 사랑이 그것이다. 이 같은 고귀한 정신은 주체와 객체의 분리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랑(서양의 약자보호 개념과는 본질적으로 다름을 직시해야 한다.)이 아니다. 남의 아픔을 보고 ‘얼마나 아플까?’ 하고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이 곧 자기의 아픔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주의’를 완벽하게 구현한다면 ‘너=나’, 더 나아가 ‘너=나=宇宙自然’의 명제가 성립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永生하게 되고(내가 곧 宇宙萬物인데 宇宙萬物은 죽지 않으므로 나도 죽지 않음) 천하에는 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내가 곧 宇宙萬物이므로 天下에 宇宙萬物 밖에 없는 것처럼 천하에 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의 성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우리주의’에서의 남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은 분명 사회에도 적용 가능하다. 너를 나처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은 다양성과 개성이 인정되는 활기찬 사회 풍조를 조성할 수 있다. 또한 따뜻한 마음의 확대를 통한 도덕성 중시의 사회 풍조는 분명 법, 규칙 위주의 현 사회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이 부분의 명암에 있어서는 자세한 언급이 있을 것이지만, 이 같은 사회 분위기의 조성은 현대의 암울한 한국사회에 있어서 큰 활기와 신바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자고로 우리민족은 신바람 한번 나면 그 결과는 곧 기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우리주의’의 발전은커녕 진정한 ‘우리주의’도 실현 못하는 데에 있다. ‘우리주의’는 나누는 것(分)을 싫어한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인지라 한국인들은 무수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다. 경쟁은 곧 나눔의 원리로서 상생의 ‘우리주의’하고는 먼 원리이다. 특히 ‘우리주의’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있어 경쟁은 약자의 패배를 당연하게 인식하는 서양인들 보다 더 큰 압박을 가져다주고 있다. 한동안 영화계와 드라마계를 강타했던 조폭신드롬도 무엇이든 나누는 현재 상황과 다른, 나누지 않는 의리의 조직을 갈구하는 한국인들의 심정이 투영된 현상이다. 이렇듯 나누지 않는 조직의 갈망이 곧 우리 사회의 골 깊은 문제가 되는 혈연, 지연, 학연의 배타적 분파주의로 발전된다. 혈연, 지연, 학연을 통하여 나누지 않는 경쟁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의식과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타주의적 의식의 발로인 것이다. 이러한 혈연, 지연, 학연의 분리는 정치적으로 사용되면서 그 폐해가 더욱 뚜렷해 졌고, 사회적으로는 엘리트들의 자기합리화 논리로 사용되면서 국민 전체의 통합을 가로 막았다. 더욱이 ‘조선인들은 한 사람은 뛰어나지만 뭉쳐두면 싸움만 한다.’라는 왜곡된 식민사관의 어구도 진실처럼 믿게 되어 혈연, 지연, 학연의 좋은 집단에만 진입하면 인생이 보장되는 잘못된 사회풍조를 조성하게 되었다. 실력이 중시되지 않고 소위 ‘줄’만 잘 타고 ‘빽’만 잘 서주면 성공하는 사회, 대한민국의 삐뚤어진 모습이다.
나누는 것의 대표적인 예가 ‘왕따’이다.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따돌림으로써 나머지는 일체감의 희열을 느끼고 경쟁 사회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너도나도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주류에 합류하여야 한다. 生하고자 하는 지극히 당연한 욕구인 것이다. 그러나 확고한 주체적인 틀이 부재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재 인류의 주류는 서양이다. 전 세계인들이 세계화라는 명분을 구실삼아 무비판적으로 서양의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독신자의 증가, 아기 없는 부부의 증가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사항에 관하여 시비를 가리는 작업은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현상의 결과로 인하여 초래되는 국가적 상황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노령 사회의 진입과 출생인구 저하는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도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굳이 이러한 문제들에 관하여서는 긴 언급이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주류의 잘못된 개념 정의는 한국을 자기 비하적으로 해석하는 식민지적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 보이는 것 모두가 한국 비하적인 것들이고 급기야는 한국을 떠나서 살고 싶다는 극단적인 모습에 이르기까지 한다. 주체성이 결여되어 잘못된 주류를 모방하는 삶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주체성의 확립과 주류를 서양이 아닌 自然萬物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내 것이 네 것이면 인도주의 정신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네 것이 내 것이면 의타주의로 타락하게 된다. 그리하여 힘 있고 재력 있는 사람에게 의지하여 득을 보려고 하는 못된 심정이 발동하게 된다. 의타주의가 강해지면 자신의 주체성이 약해지고 책임감이 없어진다. 주체의식과 책임감의 상실은 곧 국가 전체의 일체감 약화라는 크나큰 심리적 위협을 가져오게 된다. 아버지가 대통령이면 나도 대통령이고, 미국의 정치적 거물과 같이 사진을 찍으면 나도 잘나가는 한국의 정치인이다. 이것은 의타주의의 구체적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이러한 의타주의가 배타적 분파주의와 합쳐져 보다 큰 해악을 한국사회에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인들에게 있어 이러한 의타주의와 분파주의는 한국인의 자기 비하적 진리(?)가 되어 버렸다. 누구 모씨 집안은 예로부터 어떻고, 서울대 출신만 되면 선배들이 출세 보장해 주고, 전라도 사람들은 어떻고 하는 담론들이야말로 심리적 위협 차원을 벗어나 어느새 한국사회의 진리(?)가 되어버렸다.
‘우리주의’의 또 다른 부정적 일면의 폐단은 ‘자기중심주의’이다. 남과 나를 하나로 보는 정서는 잘못되면 자신의 욕심을 중심으로 남을 생각할 수 있다. 남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모든 경우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지하철 안에서 큰소리로 전화통화를 한다든가, 자신이 수업 끝나면 타인이 수업 받는 중인데도 시끄럽게 떠들며 지나간다든가 하는 모습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자기중심주의가 발전하게 되면 편협성과 폐쇄성을 지니게 된다. 편협해진 한국인은 자기와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현재 한국의 남녀간 갈등, 세대간 갈등, 이념적 갈등의 모습이 바로 그러하다. 더욱이 편협성과 폐쇄성은 배타적 분파주의와 쉽게 결합되어 민족의 분열을 조장한다. 사회적 통합을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할 지금 시점에서 분열은 시간과 힘의 낭비가 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 괴리감 회복에도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괴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공적영역의 일에 무관심한 국민들이 증가 되고 있으며, 국가의 이데올로기 및 사명감에 큰 의의를 두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정신적 차원에서 남과 하나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인 다양성과 개성의 차이를 존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남과 하나 되기를 현실 속에서 찾으려는 사람은 획일주의의 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러한 획일주의가 한국의 모든 조직에서 적용되고 있다. 획일주의 하에서는 모든 것을 상관 위주로 조정하고 맞추어야 한다. 물론 상관을 모시는 禮의 차원이면 바람직하지만 상관의 눈치를 살피고 모든 일이 상관의 기호에 따라 획일화 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조직원들의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고, 각기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고 활발하게 개진할 수 있다면 발전적인 조직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게 획일적으로 움직이고, 구성원들이 주위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특히 軍에서 지휘관의 이취임 때마다 행해지는 대다수의 일들이 사병들의 전투력 증강, 사기 진작의 軍 본질적 존재이유와 전혀 무관한 일임을 돌이켜 볼 때 軍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 있어 획일주의의 폐해는 심각하다.
2) 정신적인 삶을 지향하는 정서
환웅이 백두산에 내려와 이상사회 실현을 위해 弘益人間의 뜻을 드높인 일은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삼국유사」紀異 고조선) 弘益人間은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모든 사람이 불만 없이 만족하는 사회 창조의 이념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는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의 사회이다. 그렇다면 환웅의 弘益人間은 말도 안 되는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만일 그러하다면 현실적 감각이 전혀 없는 弘益人間이라는 단어를 자랑스럽게 드높이고 있는 한국인은 바보란 말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 민족에게는 정신적 삶을 지향하는 정서가 있다.(人乃天) 그래서 모두가 하나 되는 정신적인 삶을 추구하는 세계를 지향한다. 이러한 정서가 충실하게 발휘되면 모든 사람은 한마음 한뜻이 된다. 이처럼 사람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면 전체의 입장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전체의 바람직한 방향에서 개인의 입지를 정할 것이다.(개인의 희생을 통하여서라도 전체를 살리는 단순한 전체주의 입장과는 다르다. 生을 중시하는 弘益人間의 사상에서는 희생이라는 말부터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러므로 전체가 잘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실시된다면 모든 개인은 이에 만족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는 것이 弘益人間이다. 따라서 弘益人間은 정신적 삶을 중요시하는 우리 민족만이 가능한 사상이다. 정신을 중요시 하는 弘益人間의 사상은 서구의 성악설과는 다른 성선설적 입장을 고수한다. 성악설적인 육체 중심의 삶은 투쟁이며 욕망 처리의 문제를 항상 고심한다. 이에 방법론적으로 투쟁적 상황과 욕망 처리로 인해 야기되는 불안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법과 제도의 필요성이 등장한다. 따라서 서구의 善과 惡의 개념은 법과 규칙의 준수여부에 의해 판가름된다. 반면 성선설적 정신 위주의 삶은 조화이며 공동체적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善惡의 구별이 법, 규칙보다는 양심 즉 도덕관념의 영향이 더욱 크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이 꿈꾸는 사회는 법에 의해 통치되는 사회가 아닌 법 없어도 되는 사회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도덕성의 상실은 물론 법치의 원리도 위태하여 최후의 보루로서 법치국가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법치국가가 수단의 효용은 있어도 궁극적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위에서 보았듯이 한국인들은 본래적으로 법과 규칙을 중시하는 성향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법과 규칙을 위반해도 그 이유가 도덕적이면 인정하고 용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관용의 정신이고 속되게 말하면 ‘봐주기’ 정신이다. 이 봐주기 정신을 오용하여 현대 한국은 엄청난 위기에 빠졌다. 봐주기 정신이 악용되어 뇌물을 주고받는 풍토로 연결된 것이다. 정경유착, 차떼기 등의 부정부패의 고리가 모두 뇌물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뇌물비리로 인하여 국제적 위신도 많이 실추되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명제가 법칙이 된지 오래다. 제도적인 처벌보다 지금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은 아름다운 정서를 본래 모습으로 지키면서 악용되지 않도록 그 풍토를 조성하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자기의식 가운데 하나가 假化 상태의 의식이다.(假化란 말은 神의 모습을 감추고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남을 의미한다.) 춘향전이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가 바로 이 假化意識 때문이다. 한국인의 정서가 恨이라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의 나와 본래의 나 사이의 괴리감이 곧 恨이라는 것이다. 본래는 하늘같은 사람이었는데 돼지가 되었다면 그 돼지의 인생은 이중구조로 인하여 돼지로서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살 것이다. 결국 죽음으로써 돼지의 삶은 종결되고 다시 본래의 모습인 하늘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흔히 육신의 생명이 다하는 것을 ‘돌아가신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러한 정서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국인들의 높은 종교성과 음주문화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의식에 기반 하여 발달한 것이다. 수많은 종교가 한국 사회를 이루고 있어도 그 흔한 종교전쟁과 종교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 세계의 기독교 전파 기간과 교회 수를 따져 보아도 한국 따라올 국가는 없다. 흔히들 일본에 불교가 발달되었다고 하지만 일본인들은 정신적 차원인 해탈을 이해할 수 없어서 장의불교로 발달되었다. 게다가 한국인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恨을 달래기 위해서거나 안타까워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 경쟁 위주의 육체적 삶과 남과 하나가 되는 정신적 삶의 이중구조에서 술은 정신적 차원으로 승화시켜 주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물론 무엇이든지 과하면 모자란 것 보다 못하지만 한국의 종교 혹은 음주문화의 내면에 이러한 假化意識이 있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자신만을 하늘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한국인은 남들에게 군림하고 대접받으려는 욕구를 가진다. 이러한 욕구는 자신은 대접받기 원하면서 남은 존중해 주지 않는 못난 한국인의 자화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에게 대접받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돈이 곧 지상 목적이 되어버린다. 돈을 벌면 대접을 받기위해 어떠한 일이라도 한다. 좋은 집, 좋은 차, 호화 가구, 좋은 옷 등을 구입하고 과시적인 해외여행을 즐긴다. 더불어 그러한 행위가 목적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왜곡된 변화는 이러한 졸부근성을 더욱 북 돋게 한다. 걸어 다니는 집값인 명품족들이 있는 반면 하루하루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도 우리 사회엔 많다. 특히 VIP문화가 발달된 한국 사회의 모습에서 추한 한국인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돈뿐만 아니라 대접받기 좋아하는 잘못된 한국인들은 국회의원 등에 출마하여 정치적 지위를 높이려 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당선되기 위하여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투자한다. 한국 국회의원만큼이나 비서진이 많은 국회의원도 없다. 또한 외유하기 좋아하는 국회의원의 특징도 그것이 더 대접받고 특권을 누리는 방법이라 그들 자신이 생각하기에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분명 국민을 위한 정치를 목적으로 하여 출마한 것이 아닌 대통령이 되기 위한 한 과정으로서 출마했을 것이다. 그것이 최고의 대우를 보장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대접받고 싶어 하는 한국인이 권력을 갖게 되면 웬만한 법은 무시해도 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내가 누군데 감히..’라는 잘못된 생각이 자리 잡는 것이다. 민주정당에서 ‘가신’이라는 봉건적 용어가 쓰여 지고 있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역대 한국의 대통령이 헌법을 무시해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형태로 개헌하려는 모습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정신적인 하나됨을 추구하는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남을 잘 믿고 신뢰하기 때문에 상대에 대하여 잘 의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격은 평화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바탕이 될 수도 있지만, 반면에 적대적인 민족이나 사람들에게 침략당하기 쉬운 취약성을 노출한다. 역사적으로 한국이 주변 국가의 수없는 침공을 받아 온 것도 약자의 비애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러한 연유에서도 해석 가능하다. 한국이 다시 일본의 침략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드물 것이다. 국제정세가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는 인식 때문에 그러하다. 그러나 침략의 빌미를 잡기 위해 독도 문제를 계속 거론하고 있는 일본의 대외적 상황과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전방위적인 침략 방식을 연구하고 있는 일본의 대내적 상황을 전제한다면 우리는 냉철하고 치밀한 계획을 강구해야 한다. 단순한 감정적인 대응은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한국인 정신을 살펴보며 잘못된 한국인의 현재 모습도 보았다. 문제는 현재이다. 우리주의라는 고도의 정신적 문화를 가지고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거나 정신을 전부 잃어버렸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에 왔어도 한국을 보지 못했다’라는 어느 독일인의 말이 현재의 한국을 잘 묘사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인 정신을 되찾고 올바른 한국인의 모습을 갖는다면 왜곡된 현재 한국 사회에 있어 희망의 등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우리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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