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전 대 제 특강을 듣고..
- 중국이여! 유학열의 가면을 벗어라! -
최용수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중국의 유학열과 현재 중국에서 국가 차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문화열이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며칠 전에 막을 내린 중국 전국인민대회에서도 후진타오 주석은 ‘조화로운 사회와 과학적 발전관’을 강조했었다. ‘과학적 발전관’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화열은 곧 서구의 近代的 合理性과 科學性에 그 기반을 두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사회주의의 이념을 계속 고수하는 한 중국에서의 포스트모던적 인식의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그들의 국가 체제로 인정하는 사회주의가 唯物論的인 인식 및 방법론의 토대 위에 있기에 科學性의 개념은 앞으로도 계속 강조될 것이다. 이러한 문화열의 상황과 아울러 발 맞춰 진행되고 있는 유학열 역시 중국의 전통에 관한 현대적 조화를 위한 운동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 같은 유학열이 문화열의 한 부분으로서 진행되는 한 유학이라는 진정한 학문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학의 근본이념과 近代的 合理性ㆍ科學性 개념은 너무나도 판이한 사상체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학문적 담론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유학열이란 사회현상의 배경 및 근원을 고려해 볼 때, 유학열은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 혹은 전통의 재해석이란 순수한 목적 하에 진행되지 않는 것이란 점이다. 더구나 국가 주도라는 특성을 감안한다면 뒤에 숨은 그들의 의도가 있다고 생각된다. 국가란 개념은 국내적으로는 지배ㆍ피지배의 정치 개념과 더불어 나아가 국제사회에 있어 그들이 국제사회의 한 일원임을 강조하는 주권 개념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漢제국은 陽儒陰法의 통치방식을 취했다. 그에 따른 三綱의 도입과 忠ㆍ孝 윤리의 왜곡은 관학화된 유학의 모습을 지배계층을 위한 허위의식(false consiousness)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유학의 모습을 본래의 유학이라고 말한다면 그 폐해가 크다. 더욱이 자칭 아시아적 가치로써 싱가폴을 발전시킨 이광유 역시 이러한 漢 유학의 복사판일 뿐이다. 유학의 德治 관념은 지배층의 덕망에 그 핵심이 있다. 지배층의 덕망으로써 백성들을 바르게 이끌도록〈正〉교육〈手〉시키는 것이 곧 ‘政治’인 것이다. 따라서 지배층의 덕망이 결여된 상황에서 피지배층의 덕망만을 강조한다면 ‘아무 말 않고 우리 하라는 대로 하라’란 의미이다. 지배층이 무엇을 하건 오직 ‘나라에 충성, 윗사람에게 충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더구나 지배층의 정당성은 감히 말할 엄두도 나지 않는다. 단순히 유학은 지배계층의 지배구조를 정당화ㆍ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할 뿐이다. 이러한 폐해를 낳는 정치를 공자께서 강조하셨던 걸까? 진정한 유학의 통치이념은 지배층의 덕성과 더불어 피지배층의 恒産이다. 恒産이 없는 덕성만의 강조는 유학의 왜곡된 정치수단화를 낳을 뿐이다. 현재의 중국 역시 이 같은 움직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미명아래 진행되고 있는 유학열의 뒷면에는 이와 같은 의도가 숨어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중국정부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중국 내 소수민족의 저항의식을 약화시키는 것에 있다. 多元主義라는 국제사회의 거대한 흐름과 그와 더불어 고개를 들기 시작한 民族主義의 양상은 중국의 최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소수민족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이 크다. 그들이 사상적ㆍ문화적ㆍ역사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수많은 공정들의 의도는 이 같은 중국 내 소수민족과 관련이 있다. 소수민족의 분열은 곧 중국 국가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는 중대 사건이 될 수 있다. 이것 때문에 미국은 국제사회 내 중국의 입지를 약화시키기 위하여 ‘人權’이란 개념으로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헤게모니(Hegemony)를 강화시키려고 한다. 중국 내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의도는 단순히 지배층ㆍ피지배층이라는 계급관계를 떠나 한족의 지배구조를 보다 공고히 하려는 민족관계에 까지 그 범위를 아우르는 것이다. 민족 간 문제가 국가 체제와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유학열을 단순한 학문열로 판단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놓치는 것이 많다.
미국과 대적할 수 있는 강국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단연 중국이다. 미지의 발전 잠재력은 중국의 존재를 더욱 두렵게 만드는 한 요소이다. 더욱이 미국과는 상대도 안 되는 장구한 역사와 풍부한 문화를 가진 중국은 인문학적인 요소에서도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국가이다. 중국은 그들의 역사를 통하여 문화의 거대한 힘을 몸소 체험해 왔다. 元ㆍ淸이라는 이민족에게 점령당해도 중국인(漢族)들은 그들을 중국인화 해버렸다. 칼보다 붓의 위대한 힘을 아는 그들이 붓을 그대로 놔둘리 없다. 그러한 중국이 동양 사상 및 문화에 관한 관심이 증대되는 세계적 추세를 간과할리 만무하다. 자신들의 학문(?)이라 할 수 있는 유학을 통하여 동북아는 물론 전 세계에 어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화적 콘텐츠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상 한국의 유학이 더욱 발전ㆍ심화되었고 유학의 본류가 한국(殷)임을 감안한다면 우리로선 억울한 면이 많다. 그러나 유학에 관하여 모르는 사람들에게 있어 孔子, 孟子, 朱子의 국적은 유학이 곧 오로지 중국만의 고유한 전통임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모순을 초래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아직까지 유학적 전통이 남아있는 동북아에서 중국이 취하게 될 문화적 제국주의의 모습은 눈에 선하다. 물론 唯物史觀의 사회주의 학자들이 연구하는 유학의 질적인 측면은 한계를 가짐에 틀림이 없다. 허나 적극적인 국가적 지원 및 수많은 연구인력 등을 감안한다면 양적ㆍ수적 성과에 질적 성과는 가려질 수도 있다. 특히 대중에게 있어 이 같은 결과는 상당한 파장을 수반한다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 高句麗뿐만 아니라 유교의 통치이념을 내세운 朝鮮에 관한 역사적 인식, 한국의 전통에 관한 불분명한 개념 정립 등은 충분히 중국인들이 억지주장을 할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홀로 외로운 길을 걸었던 한국의 유학 연구자 및 유림들에게 있어서 중국의 유학열은 동지를 만나는 반가운 소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중국인의 의도를 간파한다면 반가움은 분노로 변하게 된다. 러시아인만큼이나 모르는 중국인의 속셈을 그 누가 알랴? 중국의 유학열에 고무되어 ‘드디어 유학의 부흥이 시작되는구나!’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중국의 동북공정이 시작되었을 때 ‘고구려의 유물을 보존해주는 중국이 고맙다!’라고 생각했던 어리석음을 다시 밟는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문화 뒤에는 사람이 있고 사람 뒤에는 정신적인 實體的 眞實(substantial truth)이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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