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 仁사상의 재조명
禮가 仁의 형식이라는 정의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공자의 禮에 관한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면 禮뿐만 아니라 仁에 관하여도 반드시 알아야 한다. 본질과 형식은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은 하늘을 天帝로서 인식하여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으로 보았다. 과학이 발달하지 못한 그 시대에 홍수, 가뭄, 벼락 등의 천재지변은 天帝의 노함으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인간은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수단으로 占을 사용하였다. 거북이 껍질, 동물의 뼈를 사용하여 占을 쳤는데 그것이 우리가 흔히 들었던 갑골이다. 이와 같이 처음에 禮가 등장했을 때는 마찬가지로 신 중심의 신에게 드리는 의식의 의미를 가졌다. ‘禮’ 자 자체가 제기에 차린 많은 음식을 의미한다. 초월자에 대한 경외심의 표현 이였던 것이다. 이렇게 보면 최초의 禮는 인간과 자연의 미분리를 상징하는 의식에 기초한 규범이며 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춘추 시대를 거쳐 인간은 더 이상 하늘을 믿지 못하게 된다. 아무리 하늘에 빌고 제사를 지내도 남편, 아들은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식의 변화는「詩經」에 나온 怨天ㆍ罵天詩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하늘을 원망하고 꾸짖는 시의 등장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하늘에 대한 인간의 의식을 잘 말해주고 있다.
하늘은 지금 무거운 고통을 내리시어 화란이 너무나 심하여... 詩經. 小雅. 節南山之什. 節彼南山. 天方薦瘥 喪亂弘多
불행하도다 하늘이여! 우리 백성들을 궁하게 만들지 않았어야 되는 것을... 같은곳 不弔昊天 不宜空我師
하늘의 명은 일정치 않아 이토록 궁한 재난을 내리셨고
하늘이 사랑하지 않으시어 이러한 큰 환난을 내리셨네... 같은곳 昊天不傭 降此鞠訩
昊天不惠 降此大戾
난리와 흉년을 내리셔서 천하 사람들을 죽이고 치게 하셨으니
하늘이 포학하심은 사람들이 올바로 생각하고 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詩經. 小雅. 節南山之什. 雨無正. 降喪饑饉 斬伐四國
昊天疾威 弗慮弗圖
어째서 하늘은 법도에 맞는 말은 믿지 않는가? 같은곳 如何昊天 辟言不信
구슬까지 다 바쳤거늘 제 말은 들어주시지 않는군요... 詩經. 大雅. 蕩之什. 雲漢. 圭璧旣卒 寧莫我聽
하늘의 하느님은 저를 도와주시지 않습니다... 같은곳 昊天上帝 則不我虞
하늘의 하느님은 제게 남겨주시지 않으려는 것 같습니다... 같은곳 昊天上帝 則不我遺
이러한 전환기를 거치며 등장한 사람들이 제자백가이다. 제자백가는 하늘의 권위가 붕괴된 것에 대하여 각각의 대안을 제시한 사람들이다. 그중에서 공자는 지나친 신 중심의 패러다임을 거부하고 인간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공자는 괴이한 것, 무력, 난동, 귀신에 관해 말씀하지 않았다. 子不言怪力亂神. 論語. 述而. 20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한다. 敬畏神而遠之. 論語. 雍也. 20
계로가 귀신 섬기는 것을 묻자 공자는 “사람을 잘 섬기지 못하면서 어찌 귀신 섬기는 일을 할 수 있는가?”라고 하셨다. 季路問事鬼 未能事人 焉能事鬼? 論語. 先進. 11
제사 지내야 할 귀신도 아닌데, 제사 지내는 것은 아첨이다. 非其鬼而祭之 諂也. 論語. 爲政. 24
공자가 병이 들자 자로가 신에게 기도드릴 것을 청했다. 그러자 공자는 “그런 일이 있었느냐?”라 고 말했다. 자로가 “있습니다. 뇌사에는 ‘너를 천지신명께 기도드리노라’라는 구절이 있습니 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공자는 “나는 그 같은 기도를 한 지 오래되었다!”라고 말했다. 子疾病 子路請禱 子曰 有諸? 子路對曰 有之 誄曰 禱爾于上下神衹 子曰 丘之禱久矣. 論語. 述而. 34
공자는 不言ㆍ罕言의 방법으로써 天에 관하여 부정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선생님께서 性과 天道에 관하여 말씀하시는 것을 들을 수 없었다’라는 자공의 말 子貢曰夫子之文章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 論語. 公冶長. 12
에서도 天에 대한 공자의 이 같은 태도는 명백하다. 즉 지금까지의 天에 집중된 관점에서 인간의 삶을 중시하는 방향의 전환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춘추시대에 나타난 인간 중심의 사유 전환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혼란 속의 인간의 삶에 관한 대안은 없는 것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에서 天과 人의 매개체적인 命에 관한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간은 占을 통하여 聽命ㆍ受命ㆍ畏命의 태도를 취해 왔었다. 그러나 춘추의 시대적 혼란에 기인한 罵天ㆍ怨天의 등장은 이러한 수동적 입장의 근본적인 해체를 요구하였다. 더 이상 聽․受의 방법을 통한 命의 수용은 춘추시대 사람들에겐 무용한 방법이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공자는 命을 어떤 식으로 보았는가?
공자가 말했다. “안회라는 자가 학문을 좋아했었는데 불행히도 명이 짧아 죽었다. 지금은 없다 .” 孔子對曰 有顔回者好學 不幸短命死矣 今也則亡. 論語. 先進. 6
백우가 병으로 앓아눕자 공자가 문병을 갔다. 문 밖에서 그의 손을 잡고 이렇게 탄식했다. “이럴 수가! 운명이란 말인가!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이런 사람이 이런 병에 걸리다니!” 伯牛有疾 子問之 自牖執其手曰 亡之 命矣夫 斯人也而有斯疾也 斯人也而有斯疾也. 論語. 雍也. 8
이에 자하가 이렇게 말했다. “내 들으니 죽고 사는 것은 명에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렸다고 한다. 군자가 공경하고 과실이 없으며 남과 사귐에 공손하고 예가 있으면 사해의 모든 사람이 형제인데 군 자가 어찌 형제가 없다고 근심하는가?” 子夏曰 商問之矣 死生有命 富貴在天 君子敬而無失 與人恭而有禮 四海之內 皆兄弟也 君子何患乎無兄弟也. 論語. 顔淵. 5
공자가 말했다. “도가 장차 행해지는 것도 명이며, 도가 장차 행해지지 않는 것도 명이다. 공백료 가 그 명을 어찌하겠는가?” 子曰 道之將行也與 命也 道之將廢也與 命也 公伯寮其如命何. 論語. 憲問. 38
孔子는 어쩔 수 없는 명의 영역을 수용하였다.
공자가 말했다. “부가 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말채찍을 잡는 일이라도 하겠다. 그러나 만약 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르겠다.” 子曰 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不可求 從吾所好. 論語. 述而. 11
자로가 말했다. “..... 군자가 벼슬을 한다는 것은 그 의를 행하는 것이다. 도가 행해지지못할 것 은 이미 알고 있다.” 子路曰 .....君子之仕也 行其義也 道之不行 已知之矣. 論語. 微子. 7
그러나 공자는 어쩔 수 없는 영역이 있다고 하여 수용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인간의 주체적 차원으로서의 행위를 등장시킨다. 즉 死生, 夭壽, 吉凶, 富貴, 禍福의 成功ㆍ失敗라는 기준의 命에 관한 패러다임을 是非ㆍ善惡의 義에 관한 패러다임으로 전환했던 것이다. 道가 행해지지 않더라도 (어쩔 수 없는 命을 알고 있더라도) 군자라면 義를 다하여 道를 밝히고 지켜야 한다. 인간의 능력으로 장악할 수 없는 命에 의해 한계를 긋는 피동적인 인생의 방향에서, 공자는 義라는 주체적 자각과 그에 따른 책임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天과 人의 관계에서 하향이라는 일방적 방향으로부터 상향적 방향으로 바뀌는 「孟子」 孟子曰 盡其心者 知其性也 知其性則知天矣. 孟子. 盡心上. 1
「易傳」 一陰一陽之爲道 繼之者善也 成之者性也. 繫辭傳. 5
「中庸」 惟天下之誠 爲能盡其性 能盡其性則能盡人之性 能盡人之性則能盡物之性 能盡物之性則可以贊天地之化育 可以贊天地之化育則可以如天地參矣. 中庸. 22章
의 사상적 맹아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전환 속에서 命은 받아들여 경외하는 것이 아닌 知命 子曰 不知命 無以爲君子也. 論語. 堯曰. 3
이 되는 것이며 命의 제한을 통한 義의 확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삶의 기준은 효용ㆍ공리성이 아닌 정당ㆍ당위성으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사마천이「史記」에서 말한 하늘에 관한 물음이 이러한 변화를 잘 대변해 주고 있다. 所謂天道，是邪非邪？ 史記. 伯夷列傳.
안 되는 줄 알면서도 ‘당연히 해야 할 것’을 실천하는 공자의 모습은 命의 제한을 통한 義의 확대라는 義命合一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命의 수용방법의 변화를 통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사람이 타물을 접하는 태도의 변화 즉 주체적인 ‘나’ 자신의 강조라 할 수 있다. 주체적인 ‘나’ 자신의 강조는 다음에 언급할 내용과 더불어 仁의 존재를 설명하는 한 근거가 된다.
춘추시대의 대표적 관념은 禮이다. 이미 원시종교적 의미에서 벗어나 모든 인문세계를 포괄하는 공통이념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공자의 철학. 채인후저 천병돈 옮김. 2002. 예문서원. p81
그러나 周禮의 붕괴는 ‘나’와 만물, ‘너’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며 禮의 유래가 되는 존장의식의 약화와 명분이 혼란한 子路曰 衛君待子而爲政 子將奚先 子曰 必也正名乎. 論語. 子路. 3
사회적 상황을 초래하였다. 그에 따라 춘추후기에는 禮와 儀式을 구분하는 모습 對曰是儀也 不可謂禮 禮所以守其國 行其政令 無失其民者也....而屑屑於習儀而亟 言善於禮 不亦遠乎 君子謂叔候於是乎知禮. 春秋左傳. 昭公. 5년
도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듯 禮에 관한 儀式적 측면의 대두가 특이한 사항으로 나타나는데 이에 관하여 공자의 견해가 子罕 3장 子曰 麻冕 禮也 今也純 儉 吾從衆 拜下 禮也 今拜乎上 泰也 雖違衆 吾從下. 論語. 自罕. 3
에 나타나있다. 삼베와 명주를 통하여 합리성을 고려하고 있으며 당상하를 통하여 교만이라는 그릇됨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儀式과 분리된 禮의 근본에 관하여 임방과 공자의 문답은 공자의 생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林放問禮之本 子曰 大哉問 禮與其奢也 寧儉 喪與其易也 寧戚. 論語. 八佾. 4
이와 같은 논의는 다음에서도 자세히 진행되겠지만 여기에서 간단히 살피고 넘어가겠다. 지하철에서 노인을 위해 자리 양보를 해야 된다는 禮는 내가 하기 싫으면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하기 싫어도 양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들은 공자가 말한 진정한 禮가 될 수 없다. 禮는 내외가 겸비될 때만이 진정한 禮가 될 수 있는 것이다. 禮之用 和爲貴 先王之道 斯爲美. 論語. 學而. 12
禮云禮云 玉帛云乎哉. 論語. 陽貨. 11
人而不仁 如禮何. 論語. 八佾. 3
여기서 공자는 周禮가 붕괴된 원인을 찾았으며 이에 ‘나’에 관한 인격적 수양의 문제를 강조한 것이다. 겉치레의 禮儀의 완비는 외적으로 훌륭한 것 같지만 내적으로 빈약하여 禮의 본질이 아니다. 論語. 鄕黨편은 禮의 실천가 孔子의 생활태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질서의 혼란이라는 시대적 상황에선 각 개인의 인격이 질서의 혼란을 치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치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禮를 행하는 ‘나’라는 점에서 仁의 등장은 보다 높은 禮에 관한 규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겉치레의 禮마저도 붕괴된 春秋의 혼란기에선 이러한 외적 儀式만이라도 복원해야하는 요구가 대두된다. 子曰 恭而無禮則勞 愼而無禮則시 勇而無禮則亂 直而無禮則絞 論語. 泰伯. 2 (혹은 공경하는 마음으로 인사를 할 수 있듯이 인사를 배움으로써 공경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한 복구 작업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爲政者에 의한 국가적 시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孔子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諸侯들을 설득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노력도 물거품이 되었기에 孔子는 後生들을 위한 編纂과 敎化에 임하게 된다.
이렇듯 義命合一과 禮를 보완하는 측면에서 공자는 ‘나’라는 주체적 개인을 중심으로, ‘너’ ‘天’과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관계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등장하는 덕목이 바로 仁인 것이다. 仁에 관한 고찰 전에 巫계급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최고의 지위를 누렸던 엘리트 계급인 巫는 周 시대에 들어와 每卜을 담당한 世俗적 巫와 殷의 전통적 의식을 고스란히 간직하여 儀禮儀式을 맡았던 巫의 분화가 생겼다.(물론 인문의식의 발달에 따른 史 계급의 성장도 있었다) 이에 儒라는 계층의 성립은 후자의 巫계급으로부터 기인한다. 孔子는 有敎無類적 평등성에 기인한 君子와 儒라는 계층의 合一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에 따른 君子儒와 小人儒의 구분은 仁의 중요한 역할을 보여주고 있어 의미가 크다.
仁이라는 범주는 공자 이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자연에 대한 인간의 자각적이고 실천적 주체로서의 규정이라는 의미에서 仁을 사용한 것은 공자에서 비롯되었다. 윤무학.「천인관계를 통해 본 본원유교에서의 예와 법」
안연이 인에 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사심을 극복하고 예를 실천하는 것이 인이다. 하루라도 사심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간다면 이 세상 누구로부터도 어질다는 말을 들을 것이다. 인을 행하는 일이 내게 달려있지 남에게 달려 있겠느냐?” 顔淵問仁 子曰 克己復禮爲仁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 爲仁由己 而由人乎哉. 論語. 顔淵. 1
인이 멀리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인을 바라기만 하면 인은 곁에 있다. 子曰 仁遠乎哉 我欲仁 斯仁至矣. 論語. 述而. 29
외적인 것에서부터 삶의 근원을 찾지 않고 ‘나’로부터 찾는, 개개인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강조하는 공자의 모습에서 ‘나’라고 하는 인간의 심리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仁에 관한 여러 덕목들이 제시된다. 예전이나 지금의 학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내용은 仁이 모든 덕목의 총칭이라는 점이다. 사람다움, 우리, 孝, 忠, 恕, 中庸, 義, 智, 信, 恭, 寬, 惠, 敏, 愛, 生, 공동창조성 동아시아학술원외국인학자초청강좌. Roger T. Ames「예와 원시유학의 비신론적 종교성」2004년 1월 28일
등이 바로 그렇다.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모든 덕목의 총칭으로서의 仁에 관한 실천적 측면이다.
중궁이 인에 관해 묻자 공자는 “문을 나가서는 큰손님을 만남 듯이 하고 백성을 부리기는 큰제사를 받들 듯이 하고 자기가 하고자 아니하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아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仲弓問仁 子曰 出門如見大賓 使民如承大祭 己所不欲 勿施於仁. 論語. 顔淵. 2
공자가 말했다. “그것은 서일 것이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仁. 論語. 衛靈公. 23
공자가 말했다. “....인이란 내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서게 하고 내가 이루고자 하면 남도 이루게 하는 것이다. 가까운 자신을 가지고 남의 처지를 미루어 보는 것이 인을 행하는 방법이다.” 子曰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 論語. 雍也. 28
결국 仁을 행하는 방법은 자기의 경우로부터 남의 처지를 유추해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能近取譬의 방법은 推己及人, 絜矩之道, 克己復禮와 상통하며 증자가 말한 공자의 일관된 道인 忠恕를 뜻하는 것이다. 안으로는 仁으로써 ‘나’를 완성하고 밖으로는 ‘너’를 완성하여 상호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을 아는 차원에서만 머문다면 의미가 없다.
공자가 말했다. “.......군자가 인을 버리면 어떻게 군자라는 이름을 이루겠는가? 군자는 밥 먹는 동안이라도 인을 어기지 않고 급한 때에라도 반드시 그것을 지키며 역경을 당하여도 반드시 이렇게 한다.” 子曰 ...君子去仁 惡乎成名 君子 無終食之間 違仁 造次必於是 顚沛必於是. 論語. 里人. 5
공자가 말했다. “인에 있어서는 스승에게도 양보하지 않는다.” 子曰 當仁 不讓於師. 論語. 衛靈公. 35
증자가 말했다. “선비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되니 책임이 중대하고 갈 길이 멀기 때 문이다. 인으로 자신의 책임을 삼으니 막중하지 아니한가? 죽은 뒤에야 끝이 나니 멀지 아니한가 ?” 曾子曰 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仁以爲己任 不亦重乎 死以後已 不亦遠乎. 論語. 泰伯. 7
실제 생활 속의 실천을 떠나서는 절대로 仁이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시종일관 철저히 행해야 하고 이해득실 때문에 바꾸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공자가 말했다. “지사와 인자는 삶을 구하여 인을 해치는 일이 없으며 몸 바쳐 인을 이룩하는 경우 는 있다.” 子曰 志士仁人 無求生以害人 有殺身以成仁. 論語. 衛靈公. 8
육체적인 생명까지도 포기하여 仁을 완성하는 것을 강조한 공자의 말에서, 仁은 유한한 인간의 존재를 초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무한한 가치로까지 승화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채인후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仁을 실천한다는 것은 주관정신(덕성을 완성하는 것, 인자가 되는 것, 성인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객관정신(내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서게 하고 내가 이루고자 하면 남도 이루게 하는 것, 수양을 하여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는 것 등은 모두 주관적인 것으로부터 객관적인 것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가정과 국가의 천하를 하나가 되게 하는 것이다)을 표현하는 것이며, 동시에 절대 정신(아래로부터 배워서 위를 총달하고 인을 실천하여 하늘을 알며 하늘과 사람이 도덕적으로 하나가 되어 사물과 대립되지 않는 경지)을 나타내는 것이다. 공자의 철학. 채인후저 천병돈 옮김. 2002. 예문서원. p116
이 때에 인간과 우주 만물의 관계는 하나로서 새롭게 정립되는 것이다.(天人合一) 그것은 공자가 70세에 도달한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르나 도를 넘지 않는다.”(從心所欲不踰矩) 라는 자유의 경지인 것이다.
孔子는 당시 周禮의 변화와 붕괴에 직면하여, 天에 관한 새로운 관계적 패러다임으로서 인간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강조하였다. 그것의 근거로서 공자는 仁을 제시하였으며 仁을 통하여 단절된 ‘나’와 대상 간의 접근을 시도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세상은 정명을 이룰 수 있으며 모두가 조화, 화합을 이루는 大同社會를 이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공자의 이러한 사상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춘추 못지않은 혼란한 상황을 겪고 있는 현대의 우리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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