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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자유인 칼럼 64]어원으로 본 세상(2)-사랑과 우정 |
| 글쓴이 |
최영록 |
작성일 |
2005년 04월 03일 20시 51분 25초 |
| E-mail |
yrock22@naver.com |
조회수 |
1591 |
어원으로 본 세상(2)-사랑과 우정
한 삶을 살아가면서 부닥치는 영원한 테마 ‘우정과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자. 통계상 오류의 소지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이혼율離婚率이 최근 급신장한 것은 사실이다. 이혼율이 이미 50%을 넘었다고도 하고 미국 다음으로 OECD국가중 2위라고도 한다.
요즘은 정말 한 집 건너 이혼하고 재혼하는 사례를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덩달아 낮아지는 것이 출산율出産率이다. 조금만 미래를 생각해보면 너무 겁나는(?) 일이다.
아무튼 사회가 아무리 다기화多岐化하고 문화의 기준이 급변急變한다해도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무조건 잘못됐고 틀린 일이라고는 말하지 말자.
서해안 어느 섬 숲에 들어섰다. 말로만 듣던 ‘연리지連理枝’라는 나무를 본 것은 ‘경악驚愕 그 자체’였다. 리理는 나무결을 뜻한다. 두 나무의 가지가 맞붙어 하나의 가지로 되어버린 것 말이다. 여태껏 ‘전설’인 줄로만 알았다. 사람으로 말하면 ‘일심동체一心同體’인 셈이다.
연리지를 보면서 뜬금없이 높은 이혼율과 낮은 출산율이 떠올랐다. 부부夫婦란 모름지기 저러해야 할진대,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려고 가정이나 사회생활이 이리도 혼란스러운 것일까.
당연히 눈이 하나이고 날개도 하나라는 전설상의 새, 비익조比翼鳥도 생각났다. 암 수 한 쌍이 한 몸이 돼야 좌우左右를 볼 수 있고 날 수 있다는. 혹시 비익조도 연리지처럼 어느날 내 눈앞에 나타나는게 아닐까.
부부간의 사랑을 빗댈 때 쓰는 말인 ‘비익연리比翼連理’가 여기에서 나왔다. 이 말은 당唐나라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지은 ‘장한가長恨歌’에서 나왔다한다. 우리로서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같이 살자는 ‘백년해로百年偕老’를 기원하는 축원祝願 덕담德談인 셈인데 ‘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바란다’는 최고의 축하말이다.
흔히 부부간의 사랑을 말할 때 암 수새의 사이가 아주 좋은 잉꼬와 원앙鴛鴦(鴛이 수원앙새)이나 금슬琴瑟에 비유한다. 금슬은 둘 다 거문고이나 형태가 조금 다르다. 금琴은 조금 작아 여성이 연주하는 악기인 데 조화를 이뤄야 아름다운 음악이 나온다고 한다. 따라서 부부관계도 서로의 취약점을 보충해주고 장점을 부추겨주며 조화調和를 이루며 살아야 한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만사형통萬事亨通이라는 고래古來의 진리眞理가 왜 있겠는가. 금슬부조琴瑟不調라는 말은 부부사이가 좋지 못한 것을 이름한다.
연리지를 말한 백낙천시인은 ‘살아서는 한 방에서 금슬좋게 지내다 죽어서는 한 무덤에 함께 묻혀 흙이 되기를生爲同室親 死爲同穴塵’ 바라는 진정한 애처가愛妻家였다고 한다. 여기서 동실동혈同室同穴이라는 성어成語가 나왔다.
늙으면 부부가 서로 닮는다는 속담俗談이 있다. 오랜 세월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같이 하다보니 주름살 숫자도 같아진다던가. 같이 의좋게 살다가 한 날 한 시에 죽는 게 최고의 행복이라는 말이다. 늙은 아내의 죽음을 슬퍼한 나머지 단식을 감행, 일주일도 채 안돼 그 길을 따라가고만 시조시인 김상옥金相沃님의 아내사랑이 바로 이런 경우 아닐까. 삼가 옷깃을 여미게 한다.
‘닭살부부’도 많고 ‘철새부부’도 많은 요즘 시류時流에서 ‘찢어지는’ 것만이 능사能事가 아닐진대, 이런 낱말들을 한번쯤 되새김질해보면 어떨까.
이제 우정友情을 말하자. 유래는 몰라도 어지간하면 관포지교管鮑之交를 운운한다. 죽마고우竹馬故友를 이야기한다. 관포지교의 ‘관’은 춘추시대 제나라 관중管仲이며 ‘포’는 포숙아鮑叔牙인 데, 세세한 예를 들 것은 없다. 단지 ‘생아자 부모 지아자 관중生我者 父母 知我者 管仲’만 기억하자. 오죽했으면 부모와 비견해 친구에게 고마움을 표했을 것인가.
수년전 80줄의 전직 고위관료가 신문에 쓴 ‘70년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는 추모글을 보았는데, 우정도 그 정도는 되어야 ‘익을 만큼 익은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친구親舊’라는 말을 흔하게 쓴다. 이 때 친親은 가까이에서 본다는 뜻이며 구舊는 오래 되었다는 뜻이니 ‘가까이에서 오래 두고 본 사람’을 말한다.
‘막역莫逆’이란 말도 있다. 서로 상대방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대를 너무 잘 알므로, 어떤 행동을 하든 따로 신경쓸 일이 없는 벗이 막역한 것이다. 그대는 이런 벗을 가졌는가. 함석헌咸錫憲선생의 시구詩句처럼 ‘만리길 떠나는 날 처자를 맡길’ 막역한 친구를 가졌는가. 붕우유신朋友有信은 오륜五倫중의 하나이다. 붕우도 막역한 벗을 일컬는데, 신의信義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친구를 말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에 죽마고우가 있다. 어릴 적 대나무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그 탄력을 이용해 마치 말탄 것처럼 노는 놀이에서 비롯된 말이다. 어린 시절 같이 논 고향친구를 이름이다.
다음으로 잘 쓰는 성어로는 문경지교刎頸之交가 있는데, 문경刎頸은 목을 벤다는 뜻이니, 친구를 위해선 자기 목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사귐을 말한다. 가히 부러움을 넘어 경탄지경이다. 유비劉備가 제갈량諸葛亮을 얻고 기뻐서 했다는 말이 ‘수어지교水魚之交’이다. 물과 물고기의 사이처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를 말한다.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사이라고 할까.
난향천리蘭香千里라는 말처럼 난초蘭草 지초芝草의 은은한 향기를 지닌 채 사귀는 유형이 있다. 이른바 ’지란지교芝蘭之交‘이다. 향기가 나는 우정, 주변에 향기를 풍기는 우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단금지교斷金之交’라는 말도 있다. 단금斷金은 쇠를 끊는다는 뜻이니, 두 사람이 마음을 합쳐 협력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성어로는 ‘지음知音’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에 백아伯牙와 종자기鍾子期라는 친구가 있었다던가. 거문고 연주에 뛰어난 백아의 음악을 들으면 종자기만이 진정으로 그 소리音를 알아知 주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사나이는 자기를 알아주는 군주君主를 만나면 목숨도 바친다고도 했다. 소리를 알아주는 친구가 죽고 없는데 이까짓 거문고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줄을 끊었다고 한다. 그들의 우정은 ‘백아절현伯牙絶絃’으로 남았다. 지기知己라는 말도 있다. 이럴 때에는 지피기知彼知己의 지기가 아니다. 자기를 완벽하게 아는 친구, 알아주는 친구다. 그런 막역지우莫逆之友가 있어야 세상 살 맛이 부쩍부쩍 나지 않겠는가. 그러니 평생 같이 갈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근묵자흑 근주자적 近墨者黑 近朱者赤’이란 말의 뜻을 새기자. 검은 것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검게 되고 붉은 것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빨갛게 물든다는 말이다. 옛 선현先賢도 시조에서 읊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학창시절 짝궁, 단짝도 우정을 세월과 함께 가꾸어 나가면 지음도 되고 지란지교도 될 수 있을 터. 서양 격언格言에도 있다. 포도주와 친구는 오래 될 수록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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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과 글이 구석구석 오염돼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무엇이 어떻게 변질이 되었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아는 이는 별로 없다. 문제는 일제 강점기간과 해방이후 미국에 일방적으로 편향된 체제를 거치며, 두 나라의 말과 글이 고스란히 우리 언중생활에 침투해 익숙해졌다는 것이다.
다행히 수년전부터 ‘바른 말 고운말’등 방송 프로그램을 비롯해 ‘우리말 바루기’등 신문의 고정칼럼을 통하여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게 그나마 위안은 된다. 여기에서는 토씨(조사)의 대표적인 난맥상에 대한 사례를 몇 개 짚어보도록 한다.
관형격 조사 ‘의’의 남발을 보자.
첫째 ‘마다+의’가 있다.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하고’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른다’는 ‘저마다 타고난 소질을’ ‘창조하는 힘과 개척하는 정신’으로 바꾸어야 한다. 뜻의 전달이 명확하다. 이 때의 ‘의’는 완전히 일본말투에서 온 것이다.
둘째 ‘로부터의’ ‘으로부터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저자야 너무 훌륭한 분이지만 어법은 어색하다. ‘감옥의 사색’ ‘감옥에서 보내온 사색’정도면 어떨까. ‘미국으로부터의 경제원조를 얻는 데’는 ‘미국의 경제원조를 얻는 데’로 하면 얼마나 간단한가. ‘해외로부터의 통신’은 그냥 ‘해외통신’하면 된다. ‘진실의 복권은 거짓으로부터의 해방에서만 기약된다’를 ‘진실은 거짓에서 벗어나야만 복원된다’로 바꿔보자. ‘필 feel’이 틀리다.
셋째 ‘에의’ ‘에게로의’ ‘와의’이다. ‘새로운 도약에의 길’은 우습다. ‘예술에의 꿈’도 ‘예술에 대한 꿈’이 바른 표현이다. ‘부모에의 의존도가 높다’고 흔히 쓴다. ‘부모에게 많이 의존한다’고 하면 얼마나 가뿐한가. ‘미국에서의 교통사고’로 번역하기 쉬운데, 일본어 직역에서 버릇된 것이다. ‘대통령선거에서의 압승을 통해’는 ‘대선에서 압승하여’로 바꾸면 된다. ‘한반도에서의 남북대화의 진전은’은 ‘한반도에서 남북대화 진전은’으로 하면 아무런 흠이 없다. ‘AIDS와의 전쟁’은 ‘에이즈 퇴치’로, ‘정부와 교직자 단체와의’는 ‘정부와 교직자 단체의’로 고쳐야 한다. ‘부모와의 대화때’는 ‘부모와 얘기할 때’로 하면 된다.
넷째 ‘으로의’ ‘만으로의’ ‘으로서의’ ‘대로의’. ‘일본지역으로의 진출’ ‘앞으로의 의원외교’ ‘집시들의 독일로의 이주’‘한글만으로의 길’ ‘체육강국으로서의’ ‘문화국민으로서의 긍지’ ‘나름대로의 기준’을 보자. ‘의’자가 왜 필요한가. 한번만 생각하면 자연스런 우리말로 누구나 고쳐 쓸 수 있다.
‘의’자의 남발은 군더더기여서 뿐만 아니라 되레 의미를 헷갈리게 한다. 이는 일본어와 영어의 번역상 직역에서 온 오래된 폐단으로 하루바삐 추방해야 할 찌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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