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 돋보기(메인 칼럼)
‘돋보기’ 첫 회에서는 우리가 흔히 틀리게 쓰고 있는 동사 ‘삼가다, 치르다, 설레다, 바라다, 나는’등의 원형에 따른 올바른 표기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번 회에는 대부분 잘못 쓰고 있는 이름씨(명사)중 몇 개를 확실히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첫째 어떤 일이나 사람을 윽박질러 잡도리를 하거나 마구 몰아대어 닦아세울 때 우리는 ‘닦달한다’고 한다. 닦달을 으레 닥달로 표기하는 데 이는 잘못이다. 발음만으론 구분이 잘 되지 않으므로 태반이 잘못 표기하는 단어중 하나다. ‘닦’은 몰아댐을 뜻하는 어근(語根)으로 닦다, 닦아세우다, 닦아대다의 ‘닦’은 모두 같은 의미이다. 문장사(말과 글을 전문적으로 갈고 닦는 사람)들조차 ‘닥달을 잘못 쓴 것 아니냐’며 헷갈리기 쉽다. ‘아이를 자꾸 닦달하지 말라’ ‘인간은 자연을 닦달해 왔다’ ‘이제 그만 좀 닦달해라’등으로 쓰인다. 닦달질(남을 을러대어 다루는 짓)도 잘 해야 한다.
한편 쇠를 불에 달구었다 찬물 속에 담그는 일을 ‘담금질’이라 하는데, 죄인의 살갗을 불에 달군 쇠로 지지던 형벌인 낙형(烙刑) ‘단근질’과 혼동하여 쓰기 쉽다. 단근질은 조선 세조때 사육신(死六臣)을 고문할 때의 형벌로 영화 ‘실미도’에서 재현된 바 있다. 혹자는 ‘담근질’ ‘단금질’이 맞는 표기라고 우기는데 모르면 그런가 하기 쉽다.
귀띔도 제대로 쓰는 사람이 드물다. 대부분 귀뜸, 귀띰으로 써놓고 태연자약(泰然自若)하는데 안될 말이다. 아는 것하고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임을 알아야겠다. 귀뜨이다, 귀띄다에서 형성된 이름씨로, 팍팍한 세상 좋은 소식이 있으면 미리 귀띔해주면 고맙겠다. 귀엣말이 맞느냐, 귓속말이 맞느냐, 맞춤법 제법 안다는 사람들도 내기를 하는데, 둘 다 맞는 표현이다. 남의 귀에 입을 대고 소곤소곤하다는 동일한 의미로 사전에 나란히 올라 있다. 귀지(귓구멍속에 낀 때)를 파내는 기구를 뜻하는 귀지개는 ‘귀이개’의 잘못이다. 애매한 상황에 처했을 때 ‘귓볼만 만지다’는 관용구도 있는데 ‘귓불’의 잘못이다. 귓바퀴의 아래쪽으로 늘어진 살을 귓불이라고 한다. 흔히 ‘귓밥을 판다’고 하는데, 이때 귓밥은 귓불을 뜻하지만 ‘귓구멍 속에 생기는 하얀 물질’도 뜻하므로 틀린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휴게실’을 아직도 ‘휴계실’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김치찌개’가 틀리고 ‘김치찌게’, ‘육개장’(쇠고기를 삶아 알맞게 뜯어넣고 얼큰하게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 국)이 틀리고 ‘육계장’이 맞는 표기라고 우기는 것처럼. 고속도로 쉼터나 심지어 캠퍼스에서도 휴계실로 버젓이 표기되어 있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휴(休)나 게(憩)는 둘 다 ‘쉬다‘는 뜻이다. 우리말에 모음 ’ㅔ‘와 ’ㅖ‘는 ’o'을 제외한 자음과 함께 쓰일 때는 구분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잘못 표기된 ‘휴계실’에서 쉬다 보면 어쩐지 쉬는 것같지 않고 찜찜하다.
‘율’과 ‘률’의 올바른 표기를 알아본다. 출생률과 사망률이 낮아져 한 가정의 문제를 넘어 국가적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이때 ‘률’은 ‘율’이 맞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율이나 률이나 한자로는 ‘率’이다. ‘통솔’(統率)할 때의 ‘거느릴 솔’도 된다. 원칙은 이렇다(한글맞춤법 11항). ‘率’은 일반적으로 ‘률’로 적되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 이어지는 경우엔 ’율‘로 적는다. 예를 들어보자. 당연히 ’출생률‘ ’사망률‘이다. ’능률‘ ’전율‘ ’백분율‘ ’환율‘ ’입원율‘ ’이자율‘ ’당선율‘ ’발병률‘ ’완치율‘ ’가입률‘ ’출산율‘....... 알고 나면 이렇게 쉬운데, 글을 쓰거나 읽을 때마다 헷갈려 짜증나게 한다. 어떤 공기관의 팸플릿을 보니 같은 페이지에 같은 단어가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공신력(公信力)에 있어 치명적이다. 유념하자. 받침이 없거나 ’ㄴ‘받침 다음엔 ’o‘이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한자로 ‘列’(벌릴 열)이 있다. ‘列’은 보통 ‘렬’로 적으나 모음이나 ‘ㄴ’받침 뒤에 이어지면 ‘열’로 적는다. 따라서 ‘行列’은 ‘행렬’이고 ‘羅列’은 ‘나열’이 올바른 표기이다.
은행통장 운운할 때 아직도 ‘구좌’(口座)라고 쓰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구좌’는 일본어 ‘고자’에서 유래된 일본식 한자어이므로 ‘계좌’(計座)로 바꾸어써야 바람직하다. 계좌는 부기(簿記)에서 쓰이는 말로 ‘은행 계좌번호’로 널리 쓰이며, 언론에서도 10여년전부터 앞장서서 사용하고 있다. ‘이 구좌로 입금해달라’면 어쩐지 촌스러운 느낌과 함께 무식함을 퐁퐁 풍기는 것같다.
이제 손톱깎이(손톱깎개는 잘못된 표기이다)를 ‘스메키리’라고 하고, 도시락을 ‘벤또’, 통조림을 ‘간수메’ 단무지를 ‘다꾸앙’, 오징어를 ‘수루메’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사람은 보기 쉽지 않다. 그렇게 우리말과 글을 차근차근 갈고 닦아 일산(日産)과 미제(美製)의 언어오욕(言語汚辱)과 오염(汚染)의 공해(公害)를 벗어나 겨레의 얼을 빛내야 할 때이다.
우리 민속 인형극중 표기가 틀리기 쉬운 것으로 ‘꼭두각시놀음’이 있다. 신문에서도 곧잘 ‘꼭둑각시놀음’으로 쓰는 것을 보는데, 허깨비를 뜻하는 ‘곡도’에 여자를 뜻하는 ‘각시’의 합성어임에 틀림없다. 곡도각시에서 곡독각시, 꼭두각시로 바뀌었다는 게 정설(定說)이다.
또하나, 정월 대보름날 어린 아이들이 즐기는 ‘숨바꼭질’놀이는 숨박꼭질인가, 숨박곡질인가. 정답은 ‘숨바꼭질’이다.
중요 무형문화재 8호로 지정된 ‘강강술래’는 또 어떤가. ‘강강수월래’가 맞는 게 아닐까. 어원에 대해선 설(說)이 무성하다. ‘강으로 강으로 돌아라’라는 뜻이라는 견해도 있고 ‘강한 오랑캐가 물 건너 쳐들어왔다’는 의미의 한자로 ‘强羌(오랑캐 강)水越來’를 쓰기도 한다. ‘불멸의 이순신(李舜臣)’장군님이 왜적(倭賊)들에게 우리 무리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얀 옷을 입고 ‘둥글게 둥글게’ 춤을 추게 했다는 설도 있으니 어느 게 맞는 말인지 모르지만, ‘강강술래’가 맞다는 것이 유력하고 사전에도 그렇게 올라 있다.
맞춤법상 헷갈리는 이름씨를 열거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일이다. 여기에서는 지면을 고려해 그래도 흔하게 쓰이는 말을 중심으로 열거해보는 것으로 그치자.
풍지박산(X) 픙비박산(O) 風飛雹散(바람에 날리고 우박처럼 흩어진다)
개발새발(X) 괴발개발(O) 고양이 발과 개의 발. 엉망진창으로 쓴 글씨
뇌졸증(X) 뇌졸중(0) 腦卒中(中風):뇌동맥이 막히거나 갑자기 터져 뇌에 혈액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마비, 언어장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증상)
눈쌀을 찌푸리다(X) 눈살을 찌푸리다(O) 눈살:두 눈썹사이에 잡히는 주름. ‘눈총이 따가웠다’의 눈총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눈꼽(X) 눈곱(O) 눈곱:눈에서 나오는 진득진득한 액, 액이 말라붙은 것
등살(등에 있는 근육) 등쌀(몹시 귀찮게 구는 짓)
늦깍이(X) 늦깎이(O) 설겆이(X) 설거지(O)
덤탱이, 덤테기(X) 덤터기(O)
둘러리(X) 들러리(O) 떡볶기(X) 떡볶이(O)
마늘쫑(X) 마늘종(O) 짱아찌(X) 장아찌(O)
무등을 타다(X) 무동을 타다(O)
소꼽장난(X) 소꿉장난(O) 소꼽놀이(X) 소꿉놀이(O)
쑥맥(X) 숙맥(O) 숙맥불변(菽麥不辨)의 준말
오도방정(X) 오두방정(O) 오도발광(X) 오두발광(O)
오지랍이 넓다(X) 오지랖이 넓다(O)
으름짱 놓다(X) 으름장 놓다(O) 끄나풀(불(x) 끄나풀(o)
짜집기(X) 짜깁기(O) 허접쓰레기(X) 허섭쓰레기(O)
홀홀단신(X) 혈혈단신(O) 희노애락(X) 희로애락(O)
실천예절 한마당-경조서식(미니칼럼기사)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각종 경조사의 '고지서 없는 세금‘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특히 봄, 가을엔 더해 주말 가족끼리 휴양이나 휴식이 힘들 정도다. 시간과 부조금(扶助金)도 문제이긴 하지만, 하얀 봉투의 겉면과 물목지(속종이)에 쓸 문구도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이번 호에는 결혼의 예를 알아보자.
흔히 겉봉투 앞면에 ‘축 결혼(祝 結婚)’이나 ‘축화혼(祝 華婚)’이라고 쓰고 뒷면에 이름을 쓴다. 그런데 결혼이란 말은 문제가 없는가? 정부에서 1969년 가정의례준칙을 법률로 정할 때 ‘결혼’이라고 했는데 곧 잘못된 용어임을 알고 모든 문서를 ‘혼인’으로 바꿨다. 관혼상제(冠婚喪祭)라고 하지 관결상제라고 하지는 않는다.
결혼이란 말은 일본식 한자어라고 알려져 있으나 한국이나 중국의 역사문헌에도 보이긴 한다. 고려때는 원나라 군인에 혼인시킬 여자를 뽑아들이기 위해 설치한 ‘결혼도감’(結婚都監)이라는 임시관아가 있었다. 주로 국가끼리 혼인할 때 쓰인 것같다. 신라와 백제가 국혼(國婚)을 맺었다며 ‘결혼’이란 말이 기록돼 있다. 예부터 남자 여자가 시집 장가가는 것을 혼인이라고 일컬었다. 화혼이란 말은 국적불명의 말이다(중국의 12권짜리 한어대사전에도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축의금을 전할 때 신랑측은 결혼, 신부측은 화혼으로 구별하여 쓰는 표현으로 알고 있다. 이렇게 써보면 어떨까? 여기에서는 세로쓰기(縱書)를 원칙으로 설명한다
(사진 참조).
봉투 전면 우측상단에 ‘위(爲)‘자를 쓰고 줄을 바꾼 후
‘爲’자와 높이를 맞춰 이름을 쓴다. 000군(양)
다시 줄을 바꿔 높이를 같게 하고
경하혼인(慶賀 婚姻)
줄을 또 몇 줄 길게 바꾼 후 아랫부분에
축의금을 전하는 사람의 이름(000)을 쓴 후 하례(賀禮)라고 쓴다.
식장 축의금 받는 곳에서 봉투를 빌리거나 ‘축 결혼‘ 문구가 인쇄돼 있는 봉투를 사용하는 것은 진짜 큰 결례이다. 다음 물목지 접는 요령이다.
다섯 부분(칼럼)으로 접는데 우측 첫번째 부분은 비워둔다.
두번째 부분은 봉투 앞면에서처럼 ‘爲‘자를 쓰고
줄을 바꾼 후 같은 높이에서 ’000군(양)‘이라고 쓴다.
셋째 부분 우측에 봉투의 전면 중앙에 쓴 것과 같이 ‘경하혼인’이라 쓰고
이어서 축원하고 싶은 말(근축행복謹祝幸福)등을 쓴다.
셋째 부분 좌측 하단에 부조금품의 종류와 수량을 쓴다.
현금의 경우는 ‘整’자를 쓰지 않는다.
넷째 부분은 연월일과 자기 이름(000)을 쓴 다음 하례(賀禮)라고 쓴다.
다섯째 부분은 첫째 부분처럼 비워 둔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봉투 앞면
爲
000군(양)
경하 혼인
000 하례
속종이
첫째 부분 비워 둠
爲
000군(양)
경하 혼인
근축 행복
하례 금(金) 삼만원(參萬원)
2005년 4월 00일
000 하례
다섯째 부분 비워 둠
물론 경조서식(慶弔書式)을 꼭 이대로 쓸 필요는 없겠다. 축의금은 드리는 사람의 정성만 담기면 되는 일이고, 축원하는 글의 내용도 진심이 우러나는 한 줄의 글을 한글로 쓰면 될 것이다.
하지만, 고래로 내려온 우리의 전통 경조서식 격식(格式)을 현대에 맞게 변형하여 전달하면 어떨까. 제법 선비然하지 않겠는가.
|
현재위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