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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심리적 위협에 대한 전통의 분석과 해결책 |
| 글쓴이 |
김경수 |
작성일 |
2005년 03월 31일 14시 42분 17초 |
| E-mail |
kks1789@naver.com |
조회수 |
1596 |
緖 論
잘 나가던 한국호가 沈沒 직전의 危機에 봉착했다. 98년 IMF 이후 전체적인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 한국의 危機상황은 政治ㆍ經濟ㆍ敎育ㆍ국제적 對外 환경 등의 모든 면에서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政治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 사회 최대 부패인은 여전히 國會議員이며, 한국 政治는 ‘밥그릇 싸움’이라 불릴 정도의 後進國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大統領 彈劾이라는 헌정 초유의 사건은 국민들을 큰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經濟도 마찬가지다. 만 불의 미궁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한국의 經濟 상황은 장기적인 침체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더불어 증대되는 富益富 貧益貧 현상은 국민의 統合을 저해하는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되었다. 한국의 미래를 맡은 敎育도 예외가 아니다. 백년의 계획(百年之大計)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바뀐다. 나날이 증대되는 사교육비는 서민층의 허리를 더욱 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국내적 제반 상황뿐만 아니라 국제적 對外 환경 역시 총체적인 한국의 危機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한국의 危機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제도적 차원에서의 대안과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상과 정신에 관한 근본적인 고민과 문제의식이 없다면 제도적 해결책은 變通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보다 중요한 문제는 한국인의 사상적 정신적 危機인 것이다. 사상과 정신은 눈에 쉽게 띄지 않고 즉각적인 반응이 없어 제도ㆍ물질보다 덜 중요하게 간주되기 쉽다. 또한 과정의 明示化에 따른 객관성 확보에도 形而上學적인 곤란함이 있어 실체 파악이 쉽지 않다. 그러나 모든 상황의 주체가 인간이고 그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사상ㆍ정신임을 감안한다면, 사상과 정신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히 한국의 총체적 危機가 서구의 사상과 제도의 무비판적 수용에서 한계를 드러내는 것임을 간파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또한 유교적 傳統의 계승과 발전에 있어 본래성으로부터 일탈한 부조리한 측면이 두드러진 현실을 볼 때, 사상과 정신측면의 문제적 접근은 그 의미가 크다 하겠다. 결국 일제에 의한 傳統의 왜곡과 해방 후 도입된 서구이념ㆍ제도의 무비판적 적용에 적지 않은 문제가 내포되어 있음을 현대 한국은 주시해야 하는 것이다. 윤무학. 「천인관계를 통해 본 본원유교에서의 예와 법」중 <전통과 현대의 문제>
이에 본문은 ‘제도의 한계인가, 傳統과의 괴리인가’에 관한 문제인식에 관하여 ‘傳統과의 괴리’ 입장 측면을 견지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문제 해결은 결국 傳統과 현실적 상황이 얼마나 바람직스럽게 적용되고 실행될 수 있는가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 한국인 사상의 왜곡된 측면이 아닌 이념의 본래성에 관한 검토가 필요하다. 따라서 본문은 한국인의 사상적 傳統을 바탕으로 한국인의 심리ㆍ사상적 위협을 살펴보고 傳統과의 만남을 통하여 해결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本 論
1. 한국 고유의 사상
1) ‘우리주의’의 두 얼굴
한국인들은 남과 나를 각각의 個別者로 보지 않고 연결된 하나의 존재로 여기는 정서를 갖고 있다. 孔子가 말한 仁이 바로 이러한 내용이다. 즉 孔子의 仁의 근원이 한국사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결국 한국인의 고유 정서인 仁이란 것도 중국인인 孔子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없구나 하는 자기열등적 단정이다. 그러나 仁이 東夷族의 ‘夷’자와 같은 말이며, 東夷族은 한국인의 조상이라는 사실을 현재 한국, 중국의 학계에서 공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을 감안한다면 자기열등의 해석은 어리석은 단정일 뿐이다. (孔斌이 쓴「東夷列傳」이 대표적 사례로 인정됨) 이에 중국의 고대문명은 華河文明중심주의에서 多元論적 문명관으로 다시 쓰여 지고 있으며, 儒란 계급의 근원도 우리 민족인 東夷族에 있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에 힘입어 儒家사상의 근원이 중국 고유의 것이 아닌 한국적인 사상이라는 것이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정서가 가장 명확하게 나타나는 것이 ‘우리주의’이다. 한국의 위기와 선택. 이기동. 동인서원. p.28
술 마실 때 세계 어느 민족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가 남이냐?” 하는 건배의 외침과 우리 집ㆍ우리 남편ㆍ우리 그이ㆍ우리 부모 등의 언어적 표현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한 사람을 ‘人’이 아닌 ‘人間’으로 표현하는 한국인의 습관적 표현 형태도 그 예라 할 수 있겠다. ‘우리’란 말을 곰곰이 살펴보면 ‘울’을 뜻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울’은 울타리를 뜻하는 말로써 나무가 엮어진 것을 의미한다. 국어사전. 민중서림. 1974
엮어짐을 강조하는 ‘우리’는 곧 共同體라는 한국고유의 사상을 잘 나타내주는 말인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말들은 외국어로 적절하게 번역할 수 없다. 글자 그대로 번역하면 뜻이 통하지 않고 ‘우리’를 ‘나’로 바꾸면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이 같은 언어적 표현 특성을 볼 때 ‘우리주의’는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라 할 수 있다. 한편 표현뿐만 아니라 정서적 차원에서도 ‘우리주의’는 쉽게 알아볼 수 있다. 한국인들은 혼자서 식사하기 싫어하고 혼자서 술 마시기 싫어한다. 끝나도 못내 아쉬워 2차 3차로 이어진다. 노래도 그렇다. ‘아리랑’을 대표로 하는 한국의 노래 대부분이 이별가이다. 삼지창과 칼로 고기 먹는 민족이 아닌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 유일한 민족이 한국이다. 그리고 인터넷 카페가 그 어느 국가보다 활성화된 나라가 한국이며, 연락 자주 안한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한국인이다.
이별을 싫어하고 남과 나를 하나로 여기는 ‘우리주의’의 사상에서는 너도 나처럼 소중하므로 남을 자신처럼 사랑하고 아껴주는 고귀한 정신으로 발전할 수 있다. 孔子가 말한 仁이 그렇고 부처가 말한 慈悲가 그것이다. 이 같은 고귀한 정신은 主體와 客體의 분리를 통하여 이루어지는 사랑 서양의 약자보호 개념과는 본질적으로 다름을 직시해야 한다.
이 아니다. 남의 아픔을 보고 ‘얼마나 아플까?’ 하고 동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이 곧 자기의 아픔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주의’를 완벽하게 구현한다면 ‘너=나’, 더 나아가 ‘너=나=宇宙自然’의 명제가 성립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永生하게 되고(내가 곧 宇宙萬物인데 宇宙萬物은 죽지 않으므로 나도 죽지 않음) 天下에는 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내가 곧 宇宙萬物이므로 天下에 宇宙萬物 밖에 없는 것처럼 天下에 나 밖에 없는 것이다) 예수의 “아브라함 시대에 나를 생각해주신 것처럼....”이라는 말과 석가의 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는 말이 이러한 논리 하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물론 이 정도의 聖人 수준은 아니더라도, ‘우리주의’에서의 남을 위하는 따뜻한 마음은 분명 사회에도 적용 가능하다. 너를 나처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은 다양성과 개성이 인정되는 활기찬 사회 풍조를 조성할 수 있다. 또한 따뜻한 마음의 확대를 통한 道德性 중시의 사회 풍조는 분명 법, 규칙 위주의 현 사회에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이 부분의 明暗에 있어서는 자세한 언급이 있을 것이지만 ‘한번도 침략을 안 한 우리 역사를 난 싫어한다.’라는 모CF가 있었다. 이 같은 멘트는 제국주의 시대 청과 일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한 조선의 역사를 반성하여 힘을 키우자는 국가개조론의 사상 맥락과 일치한다. 물론 힘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쳐들어 온 것에 관한 아무런 비판 없이 못 지킨 것만이 잘못으로 취급되는 시각은 왜곡된 물질 중심의 가치 판단 기준을 탄생시켰다.
, 이 같은 사회 분위기의 조성은 현대의 암울한 한국사회에 있어서 큰 활기와 신바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자고로 우리민족은 신바람 한번 나면 그 결과는 곧 기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우리주의’의 발전은커녕 진정한 ‘우리주의’도 실현 못하는 데에 있다. ‘우리주의’는 나누는 것(分)을 싫어한다. 기업의 구조조정이론도 나눔의 원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퇴출된 사람이나 남게 된 사람이나 회사에 대한 불신, 불안은 여전하다. 이런 심리 상황에선 기업의 일이 잘 될 수가 없다. 반면 서양인들은 실력의 유무에 의해 판가름 난 현실을 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퇴출된 사람도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한국인만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한국적 정서나 한국의 사회적 상황에 관한 분석 없이 단지 선진국이 한다고 따라하는 주체적이지 못한 정책 시행에 있다.
그런데 현대사회는 競爭을 강요하는 사회인지라 한국인들은 무수한 정신적 압박을 받고 있다. 競爭은 곧 나눔의 원리로서 相生의 ‘우리주의’하고는 먼 원리이다. 특히 ‘우리주의’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있어 競爭은 약자의 패배를 당연하게 인식하는 서양인들 보다 더 큰 압박을 가져다주고 있다. 한동안 영화계와 드라마계를 강타했던 조폭신드롬도 무엇이든 나누는 현재 상황과 다른, 나누지 않는 의리의 조직을 갈구하는 한국인들의 심정이 투영된 현상이다. 이렇듯 나누지 않는 조직의 갈망이 곧 우리 사회의 골 깊은 문제가 되는 혈연, 지연, 학연의 排他的 分派主義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긍지는 가지나 다투지 않으며,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는 하나 당파는 만들지 않는다.
子曰 君子 矜而不爭 群而不黨. 論語. 衛靈公. 15
로 발전된다. 혈연, 지연, 학연을 통하여 나누지 않는 競爭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의식과 출세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依他主義적 의식의 발로인 것이다. 이러한 혈연, 지연, 학연의 분리는 정치적으로 사용되면서 그 폐해가 더욱 뚜렷해 졌고, 사회적으로는 엘리트들의 자기합리화 논리로 사용되면서 국민 전체의 統合을 가로 막았다. 더욱이 ‘조선인들은 한 사람은 뛰어나지만 뭉쳐두면 싸움만 한다.’라는 왜곡된 식민사관의 어구도 진실처럼 믿게 되어 혈연, 지연, 학연의 좋은 집단에만 진입하면 인생이 보장되는 잘못된 사회풍조를 조성하게 되었다. 실력이 중시되지 않고 소위 ‘줄’만 잘 타고 ‘빽’만 잘 서주면 성공하는 사회, 大韓民國의 삐뚤어진 모습이다.
나누는 것의 대표적인 예가 ‘왕따’이다. 한 사람을 집중적으로 따돌림으로써 나머지는 일체감의 희열을 느끼고 경쟁 사회의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너도나도 왕따를 당하지 않으려면 主流에 합류하여야 한다. 生하고자 하는 지극히 당연한 욕구인 것이다. 그러나 확고한 주체적인 틀이 부재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재 인류의 主流는 서양이다. 전 세계인들이 세계화라는 명분을 구실삼아 무비판적으로 서양의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독신자의 증가, 아기 없는 부부의 증가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사항에 관하여 시비를 가리는 작업은 차치하더라도 이러한 현상의 결과로 인하여 초래되는 국가적 상황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노령 사회의 진입과 출생인구 저하는 국가 안보적 측면에서도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굳이 이러한 문제들에 관하여 긴 언급이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主流의 잘못된 개념 정의는 한국을 자기비하적으로 해석하는 식민지적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게 한다. 보이는 것 모두가 한국 비하적인 것들이고 급기야는 한국을 떠나서 살고 싶다는 극단적인 모습에 이르기까지 한다. 주체성이 결여되어 잘못된 主流를 모방하는 삶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주체성의 확립과 主流를 서양이 아닌 自然萬物로 전환 與天地同流, 孟子. 盡心.
與天地參矣, 中庸.
與天地合其德. 繫辭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류를 자연으로 설정하여 관찰을 하게 되면 生을 위한 자연의 모습이 발견되는데 이것을 格物致知라고 한다. 개구리가 울 고 새가 지저귀고 꽃이 피는 자연의 모든 행위가 짝을 찾고 종족을 번식하기 위한 몸부림이란 것을 안다면 인간도 자연의 주류에 참여하여 혼인하고 생명을 낳고 살아야 한다. 이러한 음양의 신묘한 조화를 인간사에 적용시킨 대표적인 책이 곧 周 易이다.
내 것이 네 것이면 人道主義 정신으로 발전할 수 있지만 네 것이 내 것이면 依他主義로 타락하게 된다. 그리하여 힘 있고 재력 있는 사람에게 의지하여 득을 보려고 하는 못된 심정이 발동하게 된다. 依他主義가 강해지면 자신의 主體性이 약해지고 責任感이 없어진다. 主體意識과 責任感의 상실은 곧 국가 전체의 일체감 약화라는 크나큰 심리적 위협을 가져오게 된다. 아버지가 대통령이면 나도 대통령이고, 미국의 정치적 거물과 같이 사진을 찍으면 나도 잘나가는 한국의 정치인이다. 이것은 依他主義의 구체적 예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이러한 依他主義가 排他的 分派主義와 합쳐져 보다 큰 해악을 한국사회에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인들에게 있어 이러한 依他主義와 分派主義는 한국인의 자기비하적 진리(?)가 되어 버렸다. 누구 모씨 집안은 예로부터 어떻고, 서울대 출신만 되면 선배들이 출세 보장해 주고, 전라도 사람들은 어떻고 하는 담론들이야말로 심리적 위협 차원을 벗어나 어느새 한국사회의 진리(?)가 되어버렸다.
‘우리주의’의 또 다른 부정적 일면의 폐단은 ‘自己中心主義’이다. 남과 나를 하나로 보는 정서는 잘못되면 자신의 욕심을 중심으로 남을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의 욕심에 비추어 남을 생각하는 것이 아닌 나의 선함으로써 남을 생각하는 수양이 있다.
儒家에서는 이러한 수양을 能近取譬, 絜矩之道, 推己及人이라고 하였다.
논어에서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중궁이 인에 관해 묻자 공자는 “문을 나가서는 큰손님을 만남 듯이 하고 백성을 부리기는 큰제사를 받들 듯이 하고 자기가 하고자 아니하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아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仲弓問仁 子曰 出門如見大賓 使民如承大祭 己所不欲 勿施於仁. 論語. 顔淵. 2
공자가 말했다. “그것은 서일 것이다. 내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仁. 論語. 衛靈公. 23
공자가 말했다. “....인이란 내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서게 하고 내가 이루고자 하면 남도 이루게 하는 것이다. 가까운 자신을 가지고 남의 처지를 미루어 보는 것이 인을 행하는 방법이다.
子曰 ...夫仁者 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已. 論語. 雍也. 28
남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모든 경우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지하철 안에서 큰소리로 전화통화를 한다든가, 자신이 수업 끝나면 타인이 수업 받는 중인데도 시끄럽게 떠들며 지나간다든가 하는 모습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自己中心主義가 발전하게 되면 偏狹性과 閉鎖性을 지니게 된다. 偏狹해진 한국인은 자기와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 현재 한국의 남녀간 갈등, 세대간 갈등, 이념적 갈등의 모습이 바로 그러하다. 더욱이 偏狹性과 閉鎖性은 排他的 分派主義와 쉽게 결합되어 민족의 분열을 조장한다. 사회적 統合을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할 지금 시점에서 분열은 시간과 힘의 낭비가 될 뿐만 아니라 정신적 괴리감 회복에도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괴리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공적영역의 일에 무관심한 국민들이 증가 되고 있으며, 국가의 이데올로기 및 사명감에 큰 의의를 두고 있지 않은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정신적 차원에서 남과 하나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은 현실적인 多樣性과 個性의 차이를 존중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남과 하나 되기를 현실 속에서 찾으려는 사람은 劃一主義의 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화하되 동하지 아니하고, 소인은 동하되 화하지 아니한다.
子曰 君子 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論語. 子路. 23
이러한 劃一主義가 한국의 모든 조직에서 적용되고 있다. 劃一主義 하에서는 모든 것을 상관 위주로 조정하고 맞추어야 한다. 물론 상관을 모시는 禮의 차원이면 바람직하지만 상관의 눈치를 살피고 모든 일이 상관의 기호에 따라 劃一化 된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조직원들의 다양한 個性을 존중하고, 각기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고 활발하게 개진할 수 있다면 발전적인 조직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반대로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게 劃一的으로 움직이고, 구성원들이 주위의 눈치만 살피고 있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특히 軍에서 지휘관의 이취임 때마다 행해지는 대다수의 일들이 사병들의 전투력 증강, 사기 진작의 軍 본질적 존재이유와 전혀 무관한 일임을 돌이켜 볼 때 軍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에 있어 劃一主義의 폐해는 심각하다.
2) 정신적인 삶을 지향하는 정서
환웅이 백두산에 내려와 이상사회 실현을 위해 弘益人間의 뜻을 드높인 일은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三國遺事. 紀異. 古朝鮮.
弘益人間은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모든 사람이 불만 없이 만족하는 사회 창조의 이념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회는 실현 불가능한 이상향의 사회이다. 그렇다면 환웅의 弘益人間은 말도 안 되는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만일 그러하다면 현실적 감각이 전혀 없는 弘益人間이라는 단어를 자랑스럽게 드높이고 있는 한국인은 바보란 말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 민족에게는 정신적 삶을 지향하는 정서 유가에서 한국은 孟子의 性善說을 정통으로 인정하지만 서구와 일본은 荀子의 性惡說을 정통으로 인정한다.
가 있다.(人乃天) 그래서 모두가 하나 되는 정신적인 삶을 추구하는 세계를 지향한다. 이러한 정서가 충실하게 발휘되면 모든 사람은 한마음 한뜻이 된다. 이처럼 사람들이 모두 한마음이 되면 전체의 입장에서 판단하기 때문에 전체의 바람직한 방향에서 개인의 입지를 정할 것이다. 개인의 희생을 통하여서라도 전체를 살리는 단순한 전체주의 입장과는 다르다. 生을 중시하는 홍익인간의 사상에서는 희생 이라는 말부터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러므로 전체가 잘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실시된다면 모든 개인은 이에 만족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상태가 되는 것이 弘益人間이다. 따라서 弘益人間은 정신적 삶을 중요시하는 우리 민족만이 가능한 사상이다. 정신을 중요시 하는 弘益人間의 사상은 서구의 性惡說과는 다른 性善說적 입장을 고수한다. 性惡說적인 육체 중심의 삶은 鬪爭이며 욕망 처리의 문제를 항상 고심한다. 이에 방법론적으로 鬪爭적 상황과 욕망 처리로 인해 야기되는 불안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法과 제도의 필요성이 등장한다. 따라서 善과 惡의 개념은 法과 규칙의 준수여부에 의해 판가름된다. 반면 性善說적 정신 위주의 삶은 調和이며 共同體적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善惡의 구별이 法, 규칙보다는 良心 즉 道德觀念의 영향이 더욱 크다. 그러므로 한국인들이 꿈꾸는 사회는 法에 의해 통치되는 사회가 아닌 法 없어도 되는 사회이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는 道德性의 상실은 물론 法治의 원리도 위태하여 최후의 보루로서 法治國家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러한 法治國家가 수단의 효용은 있어도 궁극적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위에서 보았듯이 한국인들은 본래적으로 法과 규칙을 중시하는 성향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은 法과 규칙을 위반해도 그 이유가 도덕적이면 인정하고 용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바로 寬容의 정신이고 속되게 말하면 봐주기 정신이다. 이 봐주기 정신을 오용하여 현대 한국은 엄청난 위기에 빠졌다. 봐주기 정신이 악용되어 뇌물을 주고받는 풍토로 연결된 것이다. 정경유착, 차떼기 등의 부정부패의 고리가 모두 뇌물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러한 뇌물비리로 인하여 국제적 위신도 많이 실추되었다. 有錢無罪無錢有罪의 명제가 법칙이 된지 오래다. 부끄럽지만 얼마 전에 편입학 부정사건에 있어서도 우리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도적인 처벌보다 지금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은 아름다운 정서를 본래 모습으로 지키면서 악용되지 않도록 그 풍토를 조성하고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아닐까?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자기의식 가운데 하나가 假化 상태의 의식이다. 假化란 말은 神의 모습을 감추고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남을 의미한다.
三國遺事. 紀異. 古朝鮮.
춘향전이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가 바로 이 假化意識 때문이다. 전생에 선녀였던 춘향은 현세에서 기생의 딸로 태어났다. 선녀인 본래 모습을 인정받지 못하고 천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춘 향은 자신의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못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대변해 주는 인물이다. 여기에 춘향의 고귀함을 모르고 현재의 천한 상태만을 보고 그녀를 억압하는 인물이 변학도이다. 변학도에게 억압받던 춘향은 춘향의 본래 모습을 알아보는 이몽룡 에 의해 구출되어 본래의 영광스러운 모습을 회복한다.
한국인의 정서가 恨이라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의 나와 본래의 나 사이의 괴리감이 곧 恨이라는 것이다. 본래는 하늘같은 사람이었는데 돼지가 되었다면 그 돼지의 인생은 이중구조로 인하여 돼지로서 만족하지 못하는 삶을 살 것이다. 결국 죽음으로써 돼지의 삶은 종결되고 다시 본래의 모습인 하늘의 삶으로 돌아가게 된다. 흔히 육신의 생명이 다하는 것을 ‘돌아가신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러한 정서에 바탕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국인들의 높은 宗敎性과 飮酒文化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의식에 기반 하여 발달한 것이다. 수많은 宗敎가 한국 사회를 이루고 있어도 그 흔한 宗敎전쟁과 宗敎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 세계의 기독교 전파 기간과 교회 수를 따져 보아도 한국 따라올 국가는 없다. 흔히들 일본에 불교가 발달되었다고 하지만 일본인들은 정신적 차원인 解脫을 이해할 수 없어서 장의불교로 발달되었다. 게다가 한국인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恨을 달래기 위해서거나 안타까워서 마시는 경우가 많다. 경쟁 위주의 육체적 삶과 남과 하나가 되는 정신적 삶의 이중구조에서 술은 정신적 차원으로 승화시켜 주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물론 무엇이든지 과하면 모자른 것 보다 못하지만 한국의 宗敎 혹은 飮酒文化의 내면에 이러한 假化意識이 있다는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자신만을 하늘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한국인은 남들에게 군림하고 대접받으려는 욕구를 가진다. 이러한 욕구는 자신은 대접받기 원하면서 남은 존중해 주지 않는 못난 한국인의 자화상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에게 대접받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돈이 곧 지상 목적이 되어버린다. 돈을 벌면 대접을 받기위해 어떠한 일이라도 한다. 좋은 집, 좋은 차, 호화 가구, 좋은 옷 등을 구입하고 과시적인 해외여행을 즐긴다. 더불어 그러한 행위가 목적이 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왜곡된 변화는 이러한 졸부근성을 더욱 북 돋게 한다. 걸어 다니는 집값인 명품족들이 있는 반면 하루하루 먹고살기 어려운 사람들도 우리 사회엔 많다. 특히 VIP문화가 발달된 한국 사회의 모습에서 추한 한국인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난다. 돈뿐만 아니라 대접받기 좋아하는 잘못된 한국인들은 國會議員 등에 출마하여 정치적 지위를 높이려 들기도 한다. 이 때문에 당선되기 위하여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투자한다. 한국 國會議員만큼이나 비서진이 많은 國會議員도 없다. 또한 外遊하기 좋아하는 國會議員의 특징도 그것이 더 대접받고 특권을 누리는 방법이라 그들 자신이 생각하기에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분명 국민을 위한 政治를 목적으로 하여 출마한 것이 아닌 大統領이 되기 위한 한 과정으로서 출마했을 것이다. 그것이 최고의 대우를 보장하는 捷徑이기 때문이다. 대접받고 싶어 하는 한국인이 권력을 갖게 되면 웬만한 法은 무시해도 되는 것처럼 행동한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닌 ‘내가 누군데 감히..’라는 잘못된 생각이 자리 잡는 것이다. 民主政黨에서 ‘家臣’이라는 封建的 용어가 쓰여 지고 있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역대 한국의 大統領이 憲法을 무시해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여, 자기에게 유리한 형태로 改憲하려는 모습 또한 이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정신적인 하나됨을 추구하는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남을 잘 믿고 신뢰하기 때문에 상대에 대하여 잘 의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격은 平和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바탕이 될 수도 있지만, 반면에 적대적인 민족이나 사람들에게 침략당하기 쉬운 취약성을 노출한다. 역사적으로 한국이 주변 국가의 수없는 침공을 받아 온 것도 약자의 비애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이러한 연유에서도 해석 가능하다. 한국이 다시 일본의 침략을 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드물 것이다. 국제정세가 옛날과는 많이 다르다는 인식 때문에 그러하다. 그러나 침략의 빌미를 잡기 위해 독도 문제를 계속 거론하고 있는 일본의 대외적 상황과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전방위적인 침략 방식을 연구하고 있는 일본의 대내적 상황을 전제한다면 우리는 냉철하고 치밀한 계획을 강구해야 한다. 단순한 감정적인 대응은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2. 위기 해결 방안
지금까지 한국 고유의 사상을 살펴봄과 동시에 고유 사상이 부정적으로 轉移된 한국인의 현재 모습도 살펴보았다. 그러한 과정과 더불어 서구적 가치관으로 한국의 가치를 판단하는 모순과 한국인의 사상적 특색을 무시한 일방적인 서구제도 도입의 한계성도 살펴보았다. 본문에서는 서구의 원자론적 사상의 한계에 관해서는 논외의 문제이므로 생략을 한다. 그렇지만 분명히 말해두고 싶은 것은 서양의 사상과 한국의 그것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현대에 이르러 이러한 차이로 인한 부작용들이 증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傳統으로 모두 되돌아가야 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철저하게 무시된 우리 傳統에 관한 근본적인 연구와 적용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심리적 위협의 상황은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해야 되는가?
1) 中 庸 哲 學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수많은 사상을 받아들인 한국은 재해석과 자기화의 재창조를 창출하였다. 儒彿道는 물론 기독교 사상까지 ‘受容性이 한국 문화의 특징이다’란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 조상들의 智慧와 정신적 안목은 대단하였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일제에 의한 傳統의 단절ㆍ왜곡과 서양 문물의 무비판적 수용은 한국인의 사상적 위기를 초래하였다. 그로 인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은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근본적인 사상의 轉換 없이는 이러한 문제적 상황을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에 中庸의 시각을 제시한다. 中庸의 시각은 흔히들 주장하듯이 두 가치체계의 단순종합이나 상호보완을 목표로 하는 중간의 시각이 아니라 우리의 傳統文化를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국제적 감각을 가미하는 시각이다. 삶의 정치사상. 임효선. 한길사. p.264
中庸은 산술적인 중간이 아닌 互惠的인 調和를 의미한다. 이러한 調和에서는 變化를 중시한다. 일정한 불변의 중간은 결코 中庸이 될 수 없다. 變化를 중시하는 調和의 시각이란 다양한 개별 요소를 調和로운 전체에 통합함으로써 어느 요소의 희생도 동반하지 않는 相生의 안목을 의미한다. 우리 고유의 훌륭한 傳統을 살리면서 傳統의 부정적 요소는 傳統의 올바른 발전과 다른 사상을 통하여 얼마든지 제거할 수가 있다. 傳統文化와 시대적 사조의 창조적 종합을 통한 중심의 시각은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특히 傳統적 사상과 상이한 특성의 서구제도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여 머리와 가슴이 분리되는 혼란을 겪고 있는 한국인에게 中庸의 철학은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여기에 두 가지 방법이 제시된다. 서구의 제도를 바탕으로 우리의 傳統을 가미하여 기존의 서구제도를 보완하는 방법이 있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傳統을 중심으로 새로운 제도를 창조하는 방법이다. 물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후자의 방법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한국 초중고 학생들의 수업량은 세계 제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석학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한국의 교육제도는 물론이거니와 서구 중심의 학문을 따라가기 바쁜 학문구조에도 원인이 있다. 후자의 방법이 그런 의미에서도 의의가 있는 것이다. 즉 우리의 傳統을 중심으로 새로운 제도를 창조한다는 것은 물론 아주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독창성과 참신성 면에서 세계 석학의 출현은 부차적인 문제인 것이다. 머리와 가슴이 진정으로 일치하는 날이야말로 弘益人間의 고귀한 사명은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2) 위정자의 역할
정치학도로서 爲政者의 역할을 언급해야 한다는 말 못할 責任感과 동시에 한국사회에 있어서 爲政者의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해 볼 때 爲政者의 역할은 이 같은 심리적 위협에 있어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한국의 높은 정신적 차원에서는 너와 내가 하나가 되는 한마음을 추구한다. 마찬가지로 爲政者와 국민들은 남이 아닌 하나가 되어야 한다. 爲政者가 국민들과 하나가 된다면 어머니의 마음을 갖게 된다. 어머니의 母性愛는 말 못하는 동물들도 갖고 있는 숭고한 사랑이다. 그런 자애로우신 어머니 당신들께서 자식 키우기 힘들어 “에이~ 어머니 역할 힘들어서 못하겠네~”란 말을 하시겠는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발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한국 국민의 어머니는 그런 발언을 하셨다. 그런 말을 들은 우리네 자식들은 배신감과 절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또한 爲政者들은 똑똑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仁者여야 한다. 國會議員 대부분이 한국 최고의 지성인인 서울대 법대 출신들이다. 우리가 흔히 잘못하는 생각이 있는데 政治는 똑똑한 사람이 해야 된다는 착각이다. 조선의 500년 역사를 볼 때 가장 타락한 政治가 세도정치이다. 한 가문이 독식하는 政治체제였기에 수많은 비리ㆍ부패가 득실했었다. 지금 한 학교 동문이 정치권을 소위 싹쓸이 하고 있다. 물론 세도정치 때에도 안동김씨가 최고의 명문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정권을 장악했을 것이다. 현 시대의 정치권과 너무나도 닮은 세도정치의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 된다면 오늘날의 학벌 중심의 권력 독점 역시 망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大學」에서는 知者보다 仁者가 더 政治적 역할을 잘 할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만약 어떤 신하가 있는데 다양하지 못하여 다른 재주가 없으나 그 마음이 너그러우면 남을 용서함 이 있다. 타인에게 재주 있는 것을 보면 자기에게 재주 있는 것처럼 기뻐하고 타인의 훌륭한 점을 보 면 건성으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이는 남을 포용할 수 있으니 이는 백성들을 보전할 수 있는 사람이므로 나라에 이로운 사람이다. 그러나 타인에게 재주 있는 것을 보면 시기하고 타인에게 훌륭한 점이 있으면 그것을 시기하여 그의 길을 막으면 백성을 보전 할 수 없으니 나라에 해로운 존재이다.... 所謂平天下在治其國者 上老老而民興孝 上長長而民興弟 上恤孤而民不倍 是以君子有絜矩之道也 所惡於上 毋以使下 所惡於下 毋以事上 所惡於前 毋以先後 所惡於後 毋以從前 所惡於右 毋以交於左 所惡於左 毋以交於右 此之謂絜矩之道 詩云樂只君子 民之父母 民之所好 好之 民之所惡 惡之 此謂民之父母 詩云節彼南山 維石巖巖 赫赫師尹 民具爾瞻 有國者 不可以不愼 辟則爲天下僇矣 詩云殷之未喪師 克配上帝 儀監于殷 峻命不易 道得衆則得國 失衆則失國 是故君子先愼乎德 有德此有人 有人此有土 有土此有財 有財此有用 德者本也 財者末也 外本內末 爭民施奪 是故財聚則民散 財散則民聚 是故言悖而出者 亦悖而入 貨悖而入者 亦悖而出 康誥曰 惟命不于常 道善則得之 不善則失之矣 楚書曰楚國無以爲寶 惟善以爲寶 舅犯曰亡人無以爲寶 仁親以爲寶 秦誓曰若有一介臣 斷斷兮 無他技 其心休休焉 其如有容焉 人之有技 若己有之 人之彦聖 其心好之 不啻若自其口出 寔能容之 以能保我子孫黎民 尙亦有利哉 人之有技 媢疾以惡之 人之彦聖 而違之 俾不通 寔不能容 以不能保我子孫黎民 亦曰殆哉 唯仁人 放流之 迸諸四凶 不與同中國 此謂仁人 爲能愛人 能惡人 見賢而不能擧 擧而不能先 命也 見不善而不能退 退而不能遠 過也 好人之所惡 惡人之所好 是謂拂人之性 菑必逮夫身 是故君子有大道 必忠信以得之 驕泰以失之 生財有大道 生之者衆 食之者寡 爲之者疾 用之者舒 則財恒足矣 仁者 以財發身 不仁者 以身發財 未有上好仁而下不好義者也 未有好義 其事不終者也 未有府庫財 非其財者也 孟獻子曰畜馬乘 不察於鷄豚 伐氷之家 不畜牛羊 百乘之家 不畜聚斂之臣 與其有聚斂之臣 寧有盜臣 此謂國不以利爲利 以義爲利也 長國家而務財用者 必自小人矣 彼爲善之小人之使爲國家 菑害並至 雖有善者 亦無如之何矣 此謂國不以利爲利 以義爲利也. 大學 10장
爲政者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智慧를 결집시키는 능력이다. 타인의 智慧를 결집시키기 위해서는 남을 존중하고 남의 말을 마음으로 들을 수 있는 겸손함이 요구된다. 자신의 말이 잘 경청되고 智慧가 인정되면 누구나 신바람이 나서 최대의 智慧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知者는 자신이 남보다 잘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타인의 말을 들으려 조차 않는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리 잘해도 똑똑한 상관에게 지적을 당하기 때문에 열심히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中庸」6장에 夷族 출신인 舜임금의 政治 방법이 나타나 있다.
공자가 말했다. 순임금은 크게 지혜로운 분이다. 순임금은 묻기를 좋아하기고, 평범한 말을 살피기 좋 아하시며, 타인의 악을 숨기고 선을 드러내시어 양쪽 끝을 잡아 백성들에게 그 가운데를 쓰시니 그 때문에 순임금이 된 것이로다. 子曰 舜其大知也與 舜好問而好察邇言 隱惡而揚善 執其兩端 用其中於民 其斯以爲舜乎. 中庸. 6장
해결하는 사람이 舜임금처럼 어머니의 마음을 가진 仁者여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상황에 따른 中의 정확한 정도 파악을 위해서는 智者여야 한다. 그리고 해결책이 결정되었으면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勇者여야 한다. 이러한 爲政者가 있다면 정말로 훌륭한 인물을 참모로 발탁하여 국민들의 삶을 보다 윤택하도록 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 것이다. 괜히 자신 말 잘 듣는 코드가 비슷한 인물을 참모로 발탁하지는 않을 것이다. 플라톤은「國家論」에서 통치자들의 사익억제를 위해 처자식은 물론 사유재산의 공유제를 주장한다. 물론 제도적인 차원에서는 불가능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사익억제’라는 궁극적 목적을 생각한다면 현대 한국의 政治 현실에 의미하는 내용은 크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익충족의 목적은 권력의 획득이다. 그렇기 때문에 爲政者들은 권력 획득을 위한 선심성 정책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포퓰리즘이라 불리는 대중영합주의가 그것이다. 왜곡된 여론에 의해 형성된 잘못된 다수의 결정을 爲政者가 아무런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실행한다. 그래야 표를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번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하여 생기는 피해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그만큼 爲政者들의 사익억제는 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줄기차게 주장되어온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세종대왕의 일화를 예로 한번 들어보고자 한다. 세종 5년, 세종은 지방관의 임기를 3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수령육기법(守令六期法)을 확정ㆍ시행하였는데 이는 일반 관리들의 호응을 얻기 어려운 것이었다. 많은 반대상소가 일어났고 심지어 집현전에서도 상소가 올라왔다. 그러자 세종은 “자네들은 六期法을 파하고 3년제를 다시 행하고자 하지만 관리가 자주 바뀌고 창고를 뒤지는 폐단은 일찍이 헤아려 보지 않았는가? 내가 하는 정책이 그렇게도 심히 잘못되었는가? 자네들은 모두 史籍을 읽었을 터인데 임기를 오래하지 않다는 것과 자주 바뀌는 것이 유익하다고 어느 典籍에 실려 있는가?”라고 말하며 단호하게 대처하였다. 관리들의 반대는 지방 임기를 서둘러 마치고 중앙관서에 조속히 복귀하려는 개인적인 욕심에서 기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세종대왕은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국의 위기와 선택. 이기동. 동인서원. p.248
結 論
지금까지 한국 고유의 사상을 통하여 심리적 위협의 실체와 대응책을 살펴보았다. 심리적 요인은 제도적 물질적 요인에 비하여 중요성이 덜 인식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러나 심리적 위협의 중요성은 점점 증대되고 있는 실정이며,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상과 심리의 측면에 관한 문제 인식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전통과의 만남은 한국의 총체적 위기에 보다 적극적이고 원만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이러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는데 있어, 앞서 제기했듯이 무엇보다도 일제에 의해 왜곡된 우리 고유의 傳統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제에 의해 행해진, 傳統을 경시하고 배외하는 풍조의 유행은 우리의 근본적 자아 찾기와 문제 해결 모색에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껏해야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서양적 세계관이 문명이라는 이름의 탈을 쓰고 한국의 傳統文化를 가치 폄하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주체적인 사상 확립의 필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서구의 제도가 주류가 된 현대 사회에서 한국인은 고유의 傳統과 맞지 않은 제도를 받아들임으로써 자기 분리라는 모순적 상황에 처해 있다. 서구적 머리와 한국적 가슴의 분리를 겪고 있는 한국의 총체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머리와 가슴에 관한 정확한 파악은 물론이거니와 머리와 가슴의 일치라는 방법적 차원에서의 노력도 절실하다. 인문과학과 사회과학의 협력적 調和를 통한 머리와 가슴의 일치야 말로 미래의 한국을 위한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각계의 노력과 협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미래의 한국은 밝지가 않다. 더욱이 政治, 經濟, 敎育 등의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는 현재의 한국에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고자 하는 실천적 노력이 없다면 영원히 이류 국가로 쳐지는 불행한 역사의 진로를 밟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 한국호의 순항과 난파는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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