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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시선의 전환<대영제국은 인도를 어떻게 통치하였는가> |
| 글쓴이 |
김경수 |
작성일 |
2005년 03월 31일 14시 33분 04초 |
| E-mail |
kks1789@naver.com |
조회수 |
1584 |
동인도 회사에 관한 지금까지의 내 무지를 적나라하게 깨뜨리고 있는 책이다. 세계사 시간 때 들었던 동인도 회사는 회사란 이름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의 기관인 줄로만 알았다. 동인도 회사의 해체를 세계사 책에서 보았을 때 의아해했던 기억도 아직까지 생생하다. 동인도 회사에 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는 자습서도 없고 하여 영국의 인도 지배의 첨병ㆍ기수로만 단순 암기하고 있었다. 그런 무지한 내 머리에 이 책의 내용은 처음부터 흥미진진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회사가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 동인도회사원들의 활약은 현 시대의 기업인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경영학을 잘 몰라 기업운영시스템에 관해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타국에 비해 늦게 출발한 영국의 동인도회사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수업시간을 통하여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의 말씀을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여러 방면으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주위의 친구들에게 책을 빌려주거나 추천하기도 하였다. 독후감을 쓰는데 있어 그들의 도움을 원했던 목적도 있었지만, 읽어보면 좋겠다하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였던 것이다. 친구들 나름의 판단들이 있었다. 요즘 많이 출판되는 기업성공서적과 비슷한 점이 많다는 의견에서부터 다국적 기업의 효시, 영국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 특유의 흥미로운 점이 있다는 의견까지. 공통적인 의견은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단순한 구식의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였다. 솔직히 많이 놀랬단다. 현대의 기업 보다 더 뛰어나면 뛰어났지 결포 뒤쳐지는 회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적 용어까지 쓰면서 설명을 해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 어찌되었든 지금까지 잘 몰랐던 동인도회사에 관하여 쉽고도 재밌게 쓰여진 책이라는 점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이든 어떤 한 대상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하려면 그 대상의 배경적 측면과 주위의 상황, 대상 및 역학관계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인도회사도 마찬가지이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뿐만 아니라 상대인 인도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점에서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이 있었지만, 인도에 관해서는 그다지 좋은 평을 듣지 못할 것 같다. 더욱이 한국인 독자라면 이러한 측면이 보다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로마인을 다룬 여러 서적, 징기스칸을 다룬 여러 서적, 그 유명한 삼국지까지. 힘의 논리를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찬양하는 측면이 강하다. 七縱七擒을 읽으며 맹획의 투쟁을 어리석음이라 단정 짓고, 답답해하며 비웃는 저자와 독자가 대다수이다. 약소국의 처절한 투쟁을 공명의 눈부신 계략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로마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민족과의 싸움을 성장을 위한 단계로서 서술하고 있다. 흔한 비유로 안중근과 김구는 일본인의 시각에서는 테러리스트에 불과하지만 한국인들에겐 민족의 영웅이다. 더욱이 이러한 역사의 현장에 서있었던 경험을 너무나도 가까운 20세기에 겪었던 한국인들이 과거를 잊고 정복자의 시각으로만 바라본다는 것에 관해서는 고민해야 할 문제의 소지가 있다. 그렇다고 하여 힘을 무시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약소국이 당했던 과거의 힘에 관한 교훈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너무 이것에만 치중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불행한 청사진뿐이다. 제국주의라는 혼란한 ‘자연 상태’의 국제 정세와 무관하게 한국은 긴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잠에서 깸과 동시에 한국은 일본의 배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러 지식인들, 임의 침묵을 부르셨던 한용운 선생까지도 ‘왜 먹혔는가? 왜 잠잤는가?’의 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극히 당연한 당시 지식인들의 문제인식이다. 국가 생존과도 연결된 중대사항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기 비판적인 시선은 참으로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자기비판이 심해져 자기비하로 나갈 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자기비하적인 생각 대신에 ‘먹는 것이 정당한가? 침략이 옳은가 그른가?’의 질문을 당당하게 할 수도 있어야만 했다. 비록 이상적인 생각일지라도 이러한 생각의 유무에 따른 결과의 상이함은 실로 엄청나다. 침략에 대비 못한 우리에게도 잘못이 크다. 그러나 단순하게 힘이 우선인 국제정세를 논하며 이유를 대기에도 여러 모순이 많다. 주류주권론이 홉스의 주권론이라 단정하고, 성격이 다른 주권론(로크의 그것)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일한 주권론이었다고 규정한 결론이 초래했던 인권유린의 합리화는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현실이 사상을 창조하기도 하지만 사상이 현실을 창조하기도 한다. 우리 못지않게 침략한 상대도 역시 잘못이 큰 것이다.
힘의 부재란 문제인식 이후 한국은 강국인 서양의 세력을 모방하기 시작한다. 한국 모든 분야의 주류는 서양세력이다. 그네들이 버린 쓰레기까지도 한국에서는 선망의 대상이다. 고도로 발달했었던 사상과 문화는 정체불명의 사상과 문화에 의해 병들게 되었다. 심지어는 서양 사람들이 문제 거리로 삼아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폐해들까지도 그대로 수입, 재포장 하여 그네들의 비웃음을 사기도 하였다. 우리 나름의 특수한 상황을 무시한 채 오로지 서양인의 전통과 사상을 모범으로 민족을 개조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북한의 주체사상, 이광수의 민족개조론 등이 그렇다. 이것은 철저히 서양인의 사상보다도 더욱 왜곡된 형태로 발전하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찬란했던 우리 문화가 주체성을 잃게 된 것이다. 근 만여년 동안 중국의 문화에도 흡수당하지 않던 우리의 주체성이 근 50여 년도 채 못 되어 한국인 스스로에 의해 내팽겨져 버렸다. 자존심도 없는 우리들인가? 심지어는 찬란했던 문화를 ‘설마 우리가?’ 라는 자기 비하적 불신으로 단정 지어 버리기도 한다. 여기에 일제의 간교한 식민사관까지 더해져 ‘한국놈은 원래~이다.’라는 자기포기적 비관만이 존재하게 되어 현 한국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현 한국사회의 위기를 단순하게 제도와 법으로써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발전의 단계로 간주하여 발전의 과도기적 상황일 뿐이라는 분석 역시 위험한 발상이다.
뿌리가 튼튼하면 어떠한 외압에도 부활할 수 있다. 그러나 뿌리가 부실하면 지금 열매와 꽃이 만발했다 하더라도 그것의 미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와 같이 현재 한국인들이 혼란해 하고 있고 분노하고 있는 이유는 사상, 정신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다. 한국인의 정신과 사상은 명백하게 서양인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다른 뿌리에서 나온 결과물에 끼워 맞추려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면 문제는 참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원인 하에 한국인은 ‘머리와 가슴의 분리’라는 분열의 현상을 겪게 되고, 그 사이 타 민족의 발달에도 추월당하는 안이함 역시 갖게 된 것이 사실이다. 잘 맞지도 않는 옷을 입으려니 이상한 모습이 되고, 몸도 불편하다. 행동도 역시 거추장스럽다. 예전에 우리가 입었던 옷을 찾으려고 해도 우리 스스로가 버렸기 때문에 온데 간데 없다. 이제는 잃어버린 옷을 찾으려고도 아니한다. 설사 찾게 되었다 하더라도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의 부정적 입장을 표한다. 이렇듯 역량양성의 논리는 곧 우리 민족 비하의 논리로 악화되어 버렸다. 그런 파탄적 상황에 무섭게 달려든 서양의 자본은 한국인을 허무와 쾌락, 돈 및 육체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침략에 관한 부당의 논리는 이러한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논리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한 발 물러나 사건을 관조할 수 있는 장점이야말로 대상에 관한 이성적인 태도를 갖도록 만든다.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양은 모든 면에서 주류가 될 수 없다. 더욱이 욕망의 충족에 비해 욕망의 절제를, 육체보다도 정신을 더욱 소중히 했던 우리의 고유 모습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닌 오히려 다시 찾아도 모자란 성격의 것이다. 우리의 역사ㆍ전통ㆍ사상ㆍ특징 등을 이용하여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 나가야 한다. 단순한 모방은 절대로 불가하다. 단순 모방의 방법은 모방의 대상인 서양에서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것이 초래한 위기적 상황을 감안한다면 단순 모방의 위험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렇듯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실마리의 시작으로서 ‘침략이 정당한가?’에 관한 의문은 이런 면에서 큰 의의를 가질 수 있다. 전통과 사상 및 그 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무시하고선 그 나라는 아무런 발전을 이룰 수 없다. 근시안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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