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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對테러전 이후의 국제 현실과 전망 |
| 글쓴이 |
김경수 |
작성일 |
2005년 03월 31일 14시 40분 25초 |
| E-mail |
kks1789@naver.com |
조회수 |
1584 |
서 론
2001년 9월 11일. 세계 경제의 상징물인 뉴욕의 세계무역센터가 두 대의 잇 달은 민간 여객기에 의해 붕괴되었다. 이른바 9.11 테러라 명명된 역사적 사건이 그것이다. 미국은 9.11 테러를 진주만 기습의 충격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 콜린 L. 파월 미 국무장관은 '오욕의 날(day of infamy)' 이라 명명하였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엄청난 충격과 공포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1991년 12월 25일. 소비에트가 해체됐을 때 인류는 民主主義와 法治國家, 人權의 시대가 도래 하는 줄 알았다. 냉전의 어두움은 탈냉전의 새 시대를 향한 기대와 희망에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그러나 9.11 테러가 발생함으로써 모든 상황이 달라졌다. 9.11 테러는 지금까지 없었던 국가와 테러 집단 사이의 새로운 형태의 전쟁을 예고하는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9.11 테러가 21세기 새로운 국제질서의 시작을 의미하는지 단정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새로운 국제질서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 하에 미국 주도의 ‘대테러전’은 국제질서의 변동에 있어 많은 의의를 지닌다. 분명히 9.11 이후 국제 사회의 중심 화두는 대테러전이 되었으며, 대테러전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미국 중심의 국제 변화는 향후 국제질서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본문에서는 대테러전 이후의 국제사회를 분석하기 위해 9.11 이후의 미국과 대테러전의 목적을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한국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유럽, 중국, 러시아, 북한의 대응을 다루어 볼 것이다. 또한 국가적 입장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새롭게 대두되는 국제 시각의 변화도 언급하고자 한다. 관계적 양상이라는 복잡한 국제 사회를 놓고 볼 때 다양한 변화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전망을 예상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
1) 9.11 테러 이후의 미국
9.11 테러 이후 국제 사회의 변화에 관하여 많은 학자들의 의견이 있었다. 분분한 의견이 제시된 와중에 2002년 9월 부시행정부는 ‘미국의 새로운 國家安保 戰略’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국가안보 전략을 바탕으로 하여 2002년 10월 4일에 나온 ‘부시 독트린(Bush Doctrine)’은 역사상 유래가 없는 힘과 영향력의 미국을 상정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어떠한 도전도 허용하지 않는 한편, ‘자유롭고 열린사회(free and open societies)’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 경제력을 총동원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大量殺傷武器를 개발 중인 적대 국가 또는 테러리스트 그룹들에게 미국이 사전 '선제공격(pre-emptive action)'을 가한다는 전략이 있다는 점이다. 미국, 그 마지막 제국 아메리카. 최병권 엮음. 휴머니스트. 2002. p.104
클린턴의 상호주의가 아닌 힘과 일방주의를 기초로 한 냉전적 군사주의 노선을 노골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제공격에 관한 상정은 유엔 국가 대 국가가 아닌 국가 대 테러 국가의 전쟁(선과 악의 대립)으로 변질시킴으로써 유 엔의 승인을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과 국제 조약의 협상 틀을 깨는 無法적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 또한 ‘악의 軸’ The axis of devil (북한, 이란, 이라크)
이라 하여 미국적 시각에서 함부로 국가를 지목하고 ‘예방 차원의 공격(preventive war)’을 설정함은 끊임없는 갈등적 상황을 야기 시킬 수 있는 문제성이 있는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9.11테러 이튿날부터 체포되기 시작한 천2백 명 이상의 사람들은 자신이 왜 체포당했는지 이유도 모른 채 12월까지 감금되어 있었다. 미국, 그 마지막 제국 아메리카. 최병권 엮음. 휴머니스트. 2002. p.116
입법부와 사법부, 의회의 견제와 균형을 용납 않는 부시 행정부의 이러한 변화는 ‘미국 愛國法(USA Patriot Act)'에 기인한다. 도청, 감청은 물론 무영장의 가택 수사가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되었고 사형선고에서도 滿場一致가 불필요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항소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같은책 p.129, 130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부시행정부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매파(hawks)의 일관되고 강력한 정책은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과 크게 비교 된다. 미국 애국법, 부시 독트린, 매파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정치적으로 논란이 많았던 부시 대통령은 어느새 제왕적 대통령으로 권한이 강화되었다. 행정부의 이러한 권력 강화는 미국 민주주의의 중심인 3권 분립을 심각하세 흔들어 놓고 있다 같은책 p.117
대법원의 최종심판권을 회수하고 의회를 무기력 속에 가두면서 안보 지상의 정부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는 유엔이 관리하던 국제질서의 종지부를 의미한다. 부시 행정부의 매파들이 일상으로 입에 담고 있는 언어가 곧 ’아메리카 제국(American Empire)‘이다. 같은책 p.82
교토의정서 반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라크 전쟁은 이러한 일방주의의 대표적 사건들이다. 대테러전의 명분으로 행해지는 미국의 일방주의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어느 국가도, UN도 미국의 일방주의를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잘나가던(?) 부시 행정부도 다시금 전쟁화되는 이라크의 저항과 자국내 9.11테러 의혹제기가 11월 대선문제와 맞물려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반테러전이 이라크 전쟁을 위한 명분적 역할이라는 일부 주장 제기와 초기 지지입장을 표명한 국가들의 미국 일방주의 노선에 관한 우려 표명은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심각한 악재로 다가왔다. 더욱이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자 아지즈 알란티시의 암살 서울신문 2004년 4월 19일자
은 모든 아랍권 국가와 UN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종전의 승리와는 다르게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된 이라크 상황으로 국내외 지지기반을 많이 잃은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2)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미국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부시 독트린‘의 최종 지향점은 석유 장악을 통한 세계패권전략이다. 미국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25%를 차지하는 세계 1위의 에너지 소비국이다. 그중 40%가 석유이며 석유 소비량은 일본의 2배에 달한다. 만약 미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매장고인 이라크를 점령한다면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을 미국 마음대로 조절하여 세게 원유 가격을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주변국들의 경제 규모와 발전을 쉽게 조절하고 석유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미국 경제의 이득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주도적 침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은 지구의 마지막 석유 부존자원이라고 불리 우는 카스피 해와 투르크메니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공화국에 있는 석유와 가스를 상업화하는 파이프라인이 통과할 수 있는 유력한 지역으로 꼽혀왔다. 세계화시대와 다자외교. 최영진외. 지식산업사. 2002. p.152
이러한 석유 자원의 입지가 유리한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함으로써 미국이 얻는 이익은 실로 막대하다. 또한 악의 축 국가들 중의 하나인 이란과 리비아에 관한 압력을 보다 용이하게 할 수 있게 되며, 사우디 내의 에미레트국에 대하여 보호국이란 명분으로 최대 석유 매장지를 잠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미국정부를 장악하고 있는 유태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지나친 우호와 편파적 이익의 추구라는 측면도 제기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매파의 대다수가 유대인임을 감안한다면 지금까지의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편향적 정책 실행과 감싸주기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사항이다. 드레퓌스(Dreyfud Alfred) 사건과 중동전쟁을 거치며 민족적 국가적 대립을 해온 이스라엘과 중동국가 사이에 있어 대테러전은 이스라엘의 이익을 충분히 반영시키는 고도의 술수인 것이다. 9.11테러가 시오니즘(Zionism) 운동에서 저질러온 미국의 횡포에 대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극단적 증오심에서 비롯되었다는 의견이 여기에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반 테러라는 명분으로 전개되는 대이라크 전쟁으로 말미암아 이라크 및 이라크로부터 매일 5만 9000 배럴의 석유를 수입했던 요르단의 몰락은 이스라엘을 명실상부한 중동지역의 패권자로 떠오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같은책 p.152
이 같은 목적으로 인하여 대테러전은 세계유일의 초강대국 미국과 안 보이는 국가 이스라엘의 위상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지고 있다.
유럽, 중국, 러시아, 북한
1) 유럽
9.11테러 이후 유럽은 부시의 동맹이 되었다. 유럽의 수반들의 조건 없는 지지는 유럽국민들과의 심한 분열을 초래했다. 같은책 p.149
그러나 초기의 대테러전에 있어서는 EU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동참의 의사를 보인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렇듯 대미외교에 EU가 적극적 모습을 보인 이유는 무엇인가? 정치통합을 모색하고 있는 EU에게 있어 공동 외교안보 정책은 정치통합에 기여하는바가 크다. 9.11이전에만 하더라도 테러정보경찰사법 분야에서의 협력은 부진한 상태였다. 그러나 9.11이후 반 테러 협조 체제의 강화는 EU의 정치통합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중동지역의 석유를 비롯한 경제적 이해관계도 미국과의 공조를 가능하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되었다. 단, 아프가니스탄의 확전과 이라크 전쟁에 있어서는 각별히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입장 이였다. 처음의지지 모습과 다르게 EU의 공조는 회원국 간의 이해관계에 차이가 있자 개별국가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바뀌게 되었다. 또한 미국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운용을 견제하기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통한 국제공조 모색에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런데 미국애국법의 집행과 미국과 유럽의 협력이 ‘마지못한 협력’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유럽과 미국의 입장차가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최전방에서 대테러전을 수행하는 국가가 러시아, 파키스탄이라는 사실이 입증되면서 EU의 한계성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과 동등한 입장으로 활동하기에는 정치 경제 군사적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제국’의 대이라크전쟁에 서명하라는 미국의 압력을 받고서야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이 주권국가가 아니라 미국제국의 侯國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2) 중국, 러시아, 북한
중국과 러시아는 일단 대테러전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러시아는 체첸, 중국은 위구르 자치구의 테러 위협을 안고 있어 대테러 전선에 동참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책 p.160
9.11전만 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의 대미외교는 그다지 긍정적이지가 않았다. 미사일 방어(MD: missile defense) 문제와 국내 문제 간섭 등으로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반 갈등 사항이 대테러라는 명분에 의해 뒷전으로 물러나게 되었다. 미국 일방주의에는 찬성하지 않지만 대테러의 명분을 구실삼아 중국과 러시아는 자국의 많은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미국과의 통상관계가 증진되며 일본과 EU의 협조체제에 동참함으로써 테러 전의 미국과의 갈등을 잠식시키고 자신들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계산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과 다르게 북한의 태도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 9.11테러 직후 테러를 비난하고 미국에 弔意를 표하는가 하면 미국의 대아프간 전쟁을 비난하기도 하였으며 대테러 조약에 신속히 서명하기도 하였다. 같은책 p.156
북한의 최대 현안은 체제안전 보장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대두되는 경제회복의 문제는 북한외교의 딜레마를 초래하고 있다. 더욱이 부시에 의해 ‘악의 축’으로 낙인찍힌 북한의 국제 상황과 미국의 MD추진은 이러한 북한의 딜레마적인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게다가 핵으로써 체제유지의 보장을 받으려던 북한의 기존 방법이 6자회담에서 관철되지 못했다. 또한 새롭게 악화된 이라크전의 양상으로 지지율의 큰 타격을 받은 부시 행정부는 대북외교를 통하여 지지율 상승을 의도하고 있다. 결국 대북외교의 방향이 강경하게 변하게 되자 북한은 상당한 위협의식을 느끼게 되었다. 2004년 4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였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경제 협력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중국을 통한 대미관계 개선 의도일 것이라는 예측이 이러한 상황을 통해 알 수 있다.
새로운 관계 정립의 움직임
1) 과연 문명의 충돌인가?
헌팅턴(S. P. Huntington) 은 문명충돌의 테제를 설정하여 서구문명과 이슬람문명의 갈등적 이론을 제시하였다. 문명충돌론은 대테러전의 이유와 명분을 불가피한 문명충돌적 상황으로 해석해 버린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이 서양의 눈으로 본 편파적인 시각의 동양의 모습이듯이 문명충돌이론도 서구문명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왜곡된 사상이다. 결국 100% 서양화되지 않는다면 투쟁과 갈등은 영구히 진행될 것이라는 논리다. 서양 근대사상의 원자론적 개체론적 세계관을 그대로 전수한 갈등론적 사상이 바로 이 문명충돌론이다. 미국과 테러분자들은 헌팅턴의 이러한 문명충돌론을 각자의 입맛에 맞게 활용하고 있다.
테러분자들의 목표가 문명충돌로 확장시키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 말은 곧 테러분자들이 아랍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내 주는 말이다. 테러분자들은 아랍권 내에서도 배척과 두려움의 대상이다. 이집트와 요르단은 테러와의 전쟁을 적극 지지하였고 사우디와 쿠웨이트 왕정은 과격분자들과 심한 갈등관계를 겪고 있다. 같은책 p.147
물론 국가 전략과 국민들의 의사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테러라는 극단적 방법에 관해서는 전 국민적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슬람을 과격하고 테러를 조장하는 종교로 오인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대 팔레스타인 공격이 자주 일어나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아랍권은 팔레스타인 민중의 희생을 결코 간과하고 있지 않다. 빈라덴과 알카이다. 요나알렉산더외 지음. 동아시아. 2001. p.285
테러분자들은 아랍권의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를 현실적으로 표출하기위해 문명충돌론을 주장한다. '지하드(Jihad)'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무의식중에 이슬람과 유대, 미국과의 투쟁을 합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테러분자들은 세력권의 확장이라는 사적 욕심을 추구하고 있다. 성스러운 종교의 이름은 사적 욕심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적 의미 밖에는 아무 의의가 없는 것이다. 민족적 역사적으로 이슬람이라는 확고한 응집체계를 가진 아랍세계에서 종교가 한 단체의 수단적 의의로 사용된다는 것은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사항이다.
미국도 문명충돌론을 자국의 대테러전을 위한 명분으로 사용하고 있다. Blow Back으로 인하여 자유평화를 운운하는 겉모습이 더 이상 설득력이 없게 되자 문명 충돌이라는 불가피한 상황논리로 변화시킨 것이다. 결국 미국은 충돌이라는 갈등적 상황을 지속하기 위해 분할과 지배통제를 위한 이데올로기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과 야만, 정통과 이단이라는 분할에서는 갈등과 투쟁을 통하여 문명과 정통이 이겨야 한다. 갈등과 투쟁의 과정에서 미국은 Hyper-Power로써 문명과 정통이 이길 수 있게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결국 미국 주도의 모든 갈등과 투쟁은 문명과 정통 즉 선이 이기기 위한 것이라는 합리화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대테러전에 있어서 지구촌 국가들의 선택은 오로지 참가 불참의 2가지 밖에 없고 참가=선, 불참=악이라는 왜곡된 이론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미국은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소련이라는 적이 없어서 전 세계가 미국의 단일체계를 비판하려고 할 즈음, 새로운 적을 설정하여 전 세계의 관심을 그쪽으로 쏠리게 하고 자신은 계속 우두머리를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 근거가 성립되는 것이다. 허구허위라는 이데올로기의 참 뜻을 감안할 때 하나의 관점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절대화되는 곳에서는 관용과 공동체의 참여가 자리 잡을 수 없다. 탈이데올로기시대의 정치철학. 이진우. 문예출판사. 1993. p.219
이 같은 위험한 문명충돌론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된다면 충돌의 투쟁적 상황은 끝이 없는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더욱이 이슬람문명이 미국에 의해 잘 마무리(?)된다면 유교문명으로 대표되는 동북아가 다음 목표라는 미국의 인식은 우리의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대응 방안을 요하고 있다.
2) 제3의 시각은 없는가?
대테러전의 참가와 불참의 선악만이 있을 뿐 제3의 시각은 용인되지도 존재하지도 않는다. 테러의 원인모색, 대테러전이 타당한가에 관한 자연적인 물음은 불참의 의도로 평가되어 테러분자들과 동격인 악으로 설정된다. 공동체적 시각과 의식적 측면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이때, 서서히 고개를 드는 제3의 관계모색은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에 관한 비판 일원적 세계질서에서 자신의 힘을 직접적으로 사용하려는 미국의 의지는 좌절한 민족운 동세력을 국제테러라는 비행기에 올라타게 한다.
탈냉전과 미국의 신세계질서. 서재정외 지음. 역사비평사. 1997. p.350
과 국제테러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 줄 수 있다. 폭력의 근원적 뿌리를 단절하지 않는 이상 테러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 빈라덴이 제거되고 알카이다가 해체된다 하더라도 제2의 빈라덴, 제2의 알카이다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원인을 무시한 채 행위 자체만을 중시하는 불균형적 시각은 지양되어져야 한다. 또한 강대국의 시각으로 모든 사건을 파악하는 이분법적 시각도 제거돼야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 폭력의 뿌리를 찾지 않고 가지만 잘라내는 그러한 해결 방법도 옳지 못하다. 그런 면에서 미국과 테러분자 모두 전 세계인류를 담보로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오십보백보의 국가 단체에 불과하다.
2-1) 공동체적 관계시각
한나 아렌트(H. Arendt)는 인간행위를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Action. Work. Labour
그중 아렌트는 Action의 공적 영역을 강조하며 인간과 인간의 관계적 시각으로의 전환을 주장하였다. 현대사회는 공적(Public)참여의 영역보다는 개인적(Private)영역을 더 우선시 하고 있다. 서구근대의 개인주의 사상에서 나온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테러라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공포를 느끼게 된 현대인들은 더 이상 개인적 영역의 행복을 능동적으로 추구할 수 없게 되었다. 어찌 보면 홉스적 자연 상태와 비슷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러나 계약 성립과 공적 영역으로의 참여라는 방법론적 측면을 고려한다면 사회의식의 심화를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적 연대를 가능하게 만든 정보화의 발달 http://www.peacewomen.org, http://pax.protest.net, http://www.mwaw.org,
은 이 같은 움직임에 추진력을 더해 주고 있다. 공적 영역의 참여를 통하여 인류는 하나의 지구공동체라는 관계적 윤리가 발생하게 된다 영국의 전쟁중지연맹(Stop the War Coalition), 미국의 A.N.S.W.E.R(Act Now to Stop War and End Racism)의 활동이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의 전쟁반대운동이 행해지고 있다.
. 힘 위주의, 자국 이익 위주의 관점으로는 현 세계의 상황뿐만 아니라 미래의 비전도 설명 또는 제시 할 수 없다. 물론 이러한 관계적 시각이 서구의 개인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했다는 한계는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동양의 자연관, 인간관으로의 전환이 이처럼 불안정한 현대 서양의 관계적 시각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힘의 논리위주의 미국 일방주의는 오래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관계론의 시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미국의 대테러전은 영원한 전쟁이 될 것이다.
2-2) 의식적 측면의 중요성
미국의 대테러전을 봐라보며 문득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春秋戰國時代 조양자와 위지백의 일화가 그것이다. 史記列傳. 游俠列傳.
일인의 완력은 꺾을 수 있을지 모르나 정신은 꺾을 수 없다. 三國志를 보면 촉의 승상 諸葛 公明이 南蠻을 정벌할 때 사용한 방법이 있는데 이른바 七縱七擒이다. 이처럼 정신의 중요성은 그만큼 강도해도 모자르다. 현재 미국이 시행하는 대테러전은 이처럼 중요한 정신의 측면을 배제하고 있다. 현상위주의 정책 운영은 근본적 해결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을 증오하는 의식이 달라지지 않는 한 대테러전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차원을 벗어날 수 없다. 물론 의식적 차원을 미국의 입장 강화에 쓰이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CNN을 통한 미국의 관점 전파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테러와 미디어에 관한 연구는 다음의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테러리즘과 미디어. 최효찬. 커뮤니케이션북스. 1998.
그러나 이런 얄팍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행태는 분명 자기고립의 딜레마를 초래할 것이다.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도외시한 채 자국의 이익을 힘으로써 추구하는 대테러전은 인류의 밝은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
결 론
분명 9.11테러는 이후 인류의 역사에 큰 轉換點을 가져다주었다.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은 것이 사실일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달라진 국제질서이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당분간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까지 미국의 세력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나 단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시간 달라지는 국제정세와 미국 내 상황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미국 일방주의가 결코 오래갈 수 없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앞으로 예정된 국제질서에 큰 영향을 주는 사건들을 계기로 국제질서는 변화의 여지가 다분하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여 국제질서에 많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보다 중요한 것은 현대 국제질서의 제반 요소들이 긴밀한 관계 하에서 상호 어떤 영향을 주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이러한 작업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다. 그렇게 성립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국이 나아갈 길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의 과정을 통하여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은 힘과 이익만이 국제질서의 절대 진리가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양한 관계적 시각과 의식적 측면의 해석을 통해서도 국제질서의 향후 양상을 얼마든지 해석 전망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위 두 가지 측면을 강조하는 국제적 움직임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다. 다양한 관점으로의 접근이 필요할 때다.
또한 미국과 테러분자들의 정확한 의도와 목적을 간파하고 이들의 의도대로 휩쓸리는 어리석은 입장을 고수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동북아라는 복잡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야 말로 맹목적인 끌림은 위험한 행동이 아닐 수 없다. 현실과 명분을 교묘히 살린 光海君의 외교정책이 절실히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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