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술이 거나한 채 초인종를 누르는 몰상식을 또 저질렀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힘들지만, 이번 주만 지나면 좀 낫겠지 하며 ‘자의반 타의반’ 술자리에 시달리다 온 길이다. 먼저 잠든 아내가 내가 안방에 들어오는 소리에 깬 모양이다. 자다가 한번 깨면 잠을 영 설쳐버리는 체질이라 미안하지만, 나 혼자 거실 소파에서 몰래 자기는 싫었다.
그런데, 불쑥 하는 말이 “저기, 줄기세포 없대”. 황머시기와 공동저자인 자의 양심선언이 있었다고 한다. 평상시 자기 일에 치여 정치나 사회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친구도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자다 깨어 가장 먼저 알리는 것을 보니.
이런 젠장!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럼 이때껏 의혹논란이 사실이란 말인가. 나에게도 충격탄이다. 방금 전까지는 폭탄주로 폭탄세례를 맞았는데, 이제은 줄기세포로 폭탄을 맞는구나. 세계적인 과학자. 대통령보다 더한 경호를 펼칠 만큼 국빈의 대접을 받던 그 사람이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슨 ‘있다’ ‘없다’가 애 장난인가? 만약에 사실이라면 거기에 놀아난 세계적인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무슨 망신이며, 거기에 장단을 맞추고 춤을 춘 우리 국민들은 무슨 봉이란 말인가. ‘한국 과학계의 국치의 날‘이란 말이 맞는 게 아닐까?
나와 같은 인문학도는 신문에서 아무리 쉽게 체세포, 줄기세포, 복제, 배아 등을 설명해줘도 잘 알지 못한다. 또한 난자 추출은 어떻게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도 없고, 그게 창피해 누구에게 물어보지도 못한다. 정자야 손으로 어떻게 해 추출해 냉동해 보관하면 ‘정자은행’이 되겠지만, 난자는 자궁속에 주사기를 넣어 빼내는 것일까. 그런 난자를 매매한 의혹이 있다하여 촉발된 ‘황우석 폭탄’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나는 그런 거창한 문제보다 개인적으로 작은아들 걱정이 됐다. 이 놈은 ‘수의사’가 목표이고 황교수가 그의 진정한 영웅이다. 그런 아들에게 황교수가 뭐가 잘못됐다고 하면 어떻게 생각할까. 어른들에 대한 불신은누가 보상할 것인가. 어쩌면 황교수는 ‘10년 거짓말’(현재기준으론 안되고 최소한 10년은 기다려야 하는 연구를 실제 연구처럼 꾸며냄)의 주인공이지 않을까. 정말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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