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촉망되는 한 디자이너(토마스․브르벨/37세)가 본업대신 김치사업을 벌인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는 ‘독일인들이 즐길 수 있는 김치를 만들고 싶다. 김치는 한국인만 즐기는 음식이 아닌 세계인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브르벨이 김치를 알게 된 것은 중국 유학시절에 우연히 한국인 친구를 만난 것이 계기였다. 처음엔 입맛에 맞지 않고 매웠으나 계속 입속을 맴도는 맛이 그냥 매운 게 아니었다. 그는 직접 김치를 담가먹을 정도며, 김치가 머지않아 피클을 압도하리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김치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정착된 농경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뚜렷한 사계절의 특성으로 동절기 식생활에 대비한 산채류나 야생채류의 저장법이 발전되면서 오늘날의 김치에 이르렀다. 김치는 단순히 겨울용 저장식일 뿐만 아닌 계절따라 즐겨 먹는 가공식품으로 변신하였고, 조미료의 발달로 향신료를 섞어 만든 다양한 김치로 발전하였다. 지금과 같은 김치의 형태는 조선시대에 외래 통배추와 임진왜란 후 도입된 조선후기 고추가 조미료로 사용되면서 김치의 담금이 다양해지고 빨간색을 띠게 되었으며, 그 이전에는 무가 주원료인 동치미⋅짠지⋅장아찌가 먼저인 것으로 본다.
김치의 어원은 침채(沈菜)이다.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는 뜻의 침채는 ‘팀채’ 와 ‘딤채’로 발음되었으며, ‘짐치’로 불리다가, 다시 오늘날의 '김치’가 되었다. 고려시대의 ‘한약구급방’에 처음으로 배추에 관한 기록이 나오며, 중국의 ‘삼국지/위지동이전’ 고구려조에 ‘고구려인은 술빚기⋅장담그기⋅젓갈등의 발효음식을 매우 잘한다.’고 김치류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 있어, 이 시기에 이미 저장발효식품으로 생활화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삼국사기에는 신문왕이 683년에 왕비를 맞이하면서 내린 폐백품목 가운데 간장⋅된장⋅젓갈류가 들어있어 발효식품이 널리 퍼졌음을 알 수 있다.
김치는 한국인의 식단에 빼 놓을 수 없는 전통음식이다. 향료의 독특함으로 외국인의 기피식이기도 하였으나, 어느 사이 한류열풍과 함께 세계가 주목하는 음식이 되었다. 서양의 피클이나, 동남아의 아치르, 중국의 파오차이, 일본의 즈케모노 등이 모두 이 침채류에 속한다. 김치가 여타의 침채류와 다른 점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있는 독특한 담금법에 있다. 1차 소금에 절였다가 다시 양념을 배합하여 발효되는 2차 담금 과정에서 유산균과 기능성 생리활성물질이 풍부하게 만들어져 노화억제⋅항암작용⋅현전용해⋅면역기능증진과 같은 효과를 가진 세계적인 건강발효식품이 되었다.
참으로 선조들의 슬기와 지혜가 놀라울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장점을 넘 모르고 살아왔다. 우리에게 가난이며 부끄럼이던 것들이 하나하나씩 자랑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세계의 유일한 구들문화가 그렇고, 한국인의 효친사상이나 항암기능성 청국장⋅웰빙의 된장⋅김치문화에 이르기까지 외국인의 관심과 연구가 새로워지고, 한국인의 기상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다. 김치는 이미 세계화된 음식이 되었다. 우리의 고유문화와 전통을 가꾸고 보존하며 발전시키는 일은 종국적으로 한국인 우리들의 몫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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