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마니는 산삼을 캐러다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그들은 패거리를 이루어 늘 산에 다니기 때문에 그들 사이의 은어도 있고, 일반 사회인들과 다른 독특한 제의례도 있다.
그들이 산삼을 캐러 갔다가 산삼을 발견하면 '심봤다!"고 외친다.
그 말의 뜻이야 "산삼 봤다."라는 뜻이지 별것이겠는가?
그들의 표현이야 어떻든 왜 그들은 산삼을 발견하면 그렇게 소리 치는 것일까?
그 문제를 곰곰히 생각하다가 나는 이런 결론을 얻었다.
그렇게 소리치지 않으면 산삼을 누가 먼저 발견하였느냐에 대한 시비가 따를 것이라고.
그것을 사전에 차단할 목적으로 그런 풍습이 생겨난 것이라고.
산삼을 전문으로 캐러다니는 사람들이 패거리를 이루어 다니게 된 까닭이란
조난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으리라. 혹은 예전엔 호랑이나 늑대도 두려운 존재였다.
심마니들이 여럿이 같이 다니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누가 산삼을 발견하면 내가 먼저라느니 너가 먼저라느니 하며 싸움이 자주 일어난다.
그런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누구든 산삼을 발견한 즉시 큰 소리로 '심봤다'라고
외치기로 하나의 규칙을 만든 것이다.
'심봤다'란 말이 동시에 나오는 경우란 없을 것이다. 누군가 그렇게 소리치고 난 뒤
산삼을 캐었다면 그 말을 들은 사람들 모두가 발견자가 누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들이 그 소박한 방법을 알아내어 하나의 규칙으로 풍습으로 정착시키기까지
산속에서 많은 분쟁이 있었으리라.
어떤 싸움에선 한 사람이 산삼에 대한 욕심으로 자신이 늦게 보았으면서도 먼저 보았다고
우기기도 하였을 것이고, 어떤 싸움에선 두 사람 다 자신이 먼저 본 것으로 알고 있기도 했으리라.
거의 동시에 엎드려 거의 동시에 산삼 뿌리에 호미를 가져다 대면서.
그런 경우 심마니 집단에선 참으로 난감해 했을 것이다.
하느님이나, 천지신명이 나타나 산삼 임자가 누구라고 판정 해주기를 바랐으리라.
그러나 막막한 산속에서 들리느니 우짖는 새소리나 바람 소리 뿐이었다.
그렇다고 각자 따로따로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심봤다!'라고 외치기로 한 것은 그런 과정을 거쳐서 나온 인간 지혜의 산물이 아닐까.
나는 심마니들의 '심봤다'고 외치는 소리에서 예의 원류를 생각하게 된다.
예란 그렇게 해서 발생한 것이 아닐까.
[모든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 같은 것]
그래서 법과도 다르고 종교와도 다른 것이 아닐까.
예기에 [개는 왼손으로 줄을 잡고 가고 염소는 오른 손으로 줄을 잡고 간다]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 대해 어느 분은 그랬다. 개는 언제 야성으로 돌변하여 주인을 공격할 지 모르는 가축이므로
왼손으로 줄을 잡고 가다가 그런 일이 발생시 얼른 오른 손으로 방어한다는 뜻이며, 염소는 순한
짐승이므로 오른 손으로 끈을 잡고 가도 된다는 뜻이라고.
역시 오랜 시행착오 끝에 얻은 하나의 인간 지혜가 아닐 것인가.
축문은 왜 그렇게도 많으며 다양한가? 제상의 음식을 올리는 정석은 무엇인가?
이런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 나는 문득 심마니들의 '심봤다'를 생각한다.
그것이 [모든 사람이 가장 납득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면
사과를 제상의 동쪽에 두든 서쪽에 두든 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그런 제수 진설 문제로 형제 사이에 언성을 높인다면 그 자체가 예의 본류에서 멀어져 있음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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