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 칠석(음 7월 7일)은 잊혀져가는 우리의 민속절로 금년은 양력 2006년 7월 31일이다. 칠석날 저녁엔 은하수 양편의 견우성(牽牛星)과 직녀성(織女星)이 1년에 1번 만난다는 전설과 이를 제사지내는 행사가 있었다. 민간에서는 더위와 장마가 좀 줄어들고 호박, 오이 등이 풍성한 때라 호박부침을 만들어 빌었다. 칠석은 시기적으로 두 별이 은하수를 중심으로 매우 가까워지는데 이러한 현상이 설화를 낳았다. 동양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중국의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있고, 우리나라도 409년 축조된 평양 덕흥리(德興里) 고구려 고분벽화에 견우직녀가 그려져 있다.
사랑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스럽다. 특히 그 내용이 장렬한 비극적 사랑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은 서로 반목하는 양 명문가의 남녀로서 운명적 사랑과 순간의 시차로 거푸 자살하는 비극적 종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작이기도하다. 이에 비해 견우와 직녀는 아직 죽지 않고 우리와 함께 살아있으며, 지금도 칠월 칠석이면 은하수라는 운명적 갈림길에서 슬픈 사랑을 나누는 러브스토리이며 애잔한 감동이 서려있는 우리들의 오랜 설화이다.
옛날, 하늘나라 임금에게 착하고 예쁜 직녀라는 딸이 하나 있었다. 임금은 배필을 구하려고 자기네별뿐 아니라 다른 별나라에도 널리 알렸다. 마음에 드는 신랑감 견우와 혼인한 남녀는 행복하였다. 이들은 너무 행복한 나머지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잊고 게을러져 마침내 임금의 분노를 산다. 임금은 이들에게 ‘이제부터 직녀는 은하수 서쪽에서 베를 짜고 견우는 은하수 동쪽에서 소를 치라’는 명령을 내린다. 견우와 직녀는 용서를 빌었지만 임금은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 대신 일 년에 음력 칠월 칠일 딱한 번 만날 수 있게 해주었는데 이것이 바로 칠석날이다.
견우직녀가 일 년을 기다렸으나 은하수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 이들이 슬프게 우는 모습을 본 까마귀와 까치들은 너무 불쌍해 하늘로 올라가 머리를 이어 다리를 놓아 주는데 이것이 오작교(烏鵲橋)이다. 그래서 칠석이 지나면 까막까치의 머리가 모두 벗겨져 돌아온다고 한다. 이 날 오는 비가 그들이 기뻐 흘리는 눈물인 칠석우(七夕雨)이고, 전하는 노래로 칠석요(七夕謠)가 있다. ‘칠월칠석 오늘밤은 은하수 오작교에/견우직녀 일년만에 서로반겨 만날세라/애야애야 애야좋네 칠석놀이 좀더좋네(후렴)//닭아닭아 우지말아 네가울면 날이새고/날이새면 임은간다 이제다시 이별하면/일년삼백 육십일에 임그리워 어이살지/우지마라 우지마라/원수로다 원수로다 은하수가 원수로다.’
신화는 ‘옛날이야기’란 식으로 단순하게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신화란 까마득한 과거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늘 그것들을 상상하고 있는 지금과 삶 속에 존재한다. 나를 드러내며 존재하게 만드는 행위와 매일 꾸는 꿈과 각종 종교적인 제의에도 살아 숨 쉰다. 따라서 신화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과거를 알아내는 의미 외에도, 오늘을 알고 나아가 내일을 살아가기 위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글로벌시대에 나의 정체성이 요구됨에 따라 건전 전통문화의 재발견과 육성이 절실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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