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딩일기 33-2-2]동이족이 오랑캐였다구요?
‘동이열전’의 내용은 대부분 유교 경전에 의한 것인데, 중국 고대 왕들의 사적을 적은 ‘서전’(書典)의 <순전.舜傳>에 “帝曰 偰 百姓不親 五品不遜 汝作司徒 敬敷五敎在寬”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순임금이 백성들이 친하지 못하고 형제자녀들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고 불손하여 설(偰)을 교육부장관에 임명하며 다섯가지 지침(五品)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맹자’(孟子) <등문공장.騰文公章>에도 이 내용이 고스란히 나오는데, 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 등 오륜(五倫)으로 정착하게 됩니다. 또한 <이루장.離婁章>에 순임금이 동이사람이라고 명토박아놓은 것을 볼 수 있으며, ‘소학’(小學) <계고 명륜장.稽古 明倫章>에도 소련대련형제는 동이의 아들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공자가 말합니다. “소련대련 선거상 삼일불태 삼월불해 기비애 삼년우 동이지자야”(小連大連 善居喪 三日不怠 三月不解 期悲哀 三年憂 東夷之子也). 소련대련형제는 부모상을 잘(善) 치르고 3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석달을 옷을 벗은 상태로 있지(풀지) 않았고 1년동안(期) 슬퍼하였으며 3년을 근심걱정하였다는 말입니다. 부모상을 당한 후 3년 시묘를 하는 까닭은 태어나서 3년쯤 되어야 걸음도 떼는 등 최소한 사람구실을 할 수 있게 해준 은혜에 보답하는 뜻이라고 합니다. 어지러운 춘추전국을 한탄한 공자는 말년에 ‘군자의 나라’ 동이에서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제자가 ‘그곳은 누추(陋)하지 않느냐’고 하자 ‘문화선진국에 누추가 웬말이냐’며 일축하는 대목이 논어에도 나옵니다.
여기에서 5천년 역사에서 우리 자신을 스스로 비하하게 만든 아주 중요한 한자가 나오지요. 흔히 오랑캐로 훈음되는 동이(東夷)자가 바로 그것인데, 이때의 이를 ‘오랑캐 이‘로 읽어야 맞는지요? 서기 100년경 후한의 허신(許愼)이 지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이(夷)는 평평하다는 뜻이고 글자의 구성은 대(大)자와 궁(弓)으로 되었으며 동쪽지방의 사람이다“(夷平也 從大從弓 東方之人也)로 되어 있습니다. 예로부터 활하고 인연이 있었나 봅니다. 檀弓, 貊弓, 善弓이라는 단어가 옛문헌에 곧잘 보이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올림픽에서 우리 낭자들이 양궁 메달을 휩쓰는 것 보세요. 민족적 유전인자(DNA)가 면면히 흐르는 게 아닐까요? 골프(자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구려벽화에 나오는 격구를 보면 그때부터 골프를 잘 칠 싹수가 보이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중국인들은 왜 동쪽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이(夷)라고 했을까요. 흔히 중국을 중심으로 변방국들을 ‘남만 북적 서융 동이’(南蠻 北狄 西戎 東夷)라고 하지요. 청(淸)대의 학자 단옥재(段玉栽․1735～1815)가 지은 ‘설문해자주’(說文解字注)를 봅시다. ”남방은 만민(蠻閩)으로 벌레충을, 북방은 적(狄)으로 견(犬)을, 동방은 학(학)으로 치(豸)를, 서방은 강(羌)으로 양(羊)을 의미해서 각기 그 성품을 따랐다. 오직 동이(東夷)만이 대(大)를 의미하는데, 그것은 대인(大人)이고, 이(夷)의 풍속은 어질고, 어진 사람은 오래 살아서 군자가 있는 죽지 않는 나라이다“(전략, 惟東夷 從大 大人也 夷俗人 仁者壽 有君子不死之國)로 되어 있답니다. 한편 이(夷)는 옛글자 인(仁)과 같다고 되어 있는 곳도 많이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주로 여진족을 오랑캐라고 했다고 하는데, 본래는 개를 조상이라며 먹지 않는 한족(漢族)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여자가 개와 교접할 때면 개의 발톰과 이빨에 여자의 온몸이 상하게 되는데,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한 여자가 일을 치를 때마다 다섯 개의 주머니(五囊)로 개의 네 발과 주둥이를 싸매었던 것에서 나왔다고도 합니다(오낭개→오랑개→오랑캐). 한족들은 예로부터 조선족을 욕할 때 ‘꼬리빵즈’(高麗棒子)라고 했고 조선족들도 맞받아서 한족에게 ‘싼둥빵즈’(山東棒子)라고 했답니다. 빵즈는 ‘몽둥이’를 말합니다. 옛날에 얼마나 몽둥이찜질을 당했으면 이렇게 말했겠습니까?
‘현대한어사전’(상무인서관 발행)에도 보면 ‘夷 : 평탄하다, 평안하다, 건축물을 파괴하여 평지가 되게 하다, 멸하다, 다 죽이다, 고대 동방의 민족, 옛날 외국 혹은 외국사람을 통틀어 일컬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夷자가 오랑캐를 지칭하는 게 아니라는 논거가 적확히 있는데도, 한쪽에서는 여전히 믿지 않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이야말로 몇 천년동안 ‘중화’(中華) ‘모화’(慕華)사상에 찌들은 노예근성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후대의 어느 중국인(송나라 주자)이 ‘오랑캐 이’라 함으로써 굳어진 훈음이므로 시급히 추방해야 할 대표적인 ‘문화의 오역’이라고 하겠습니다. 배워 알면 무엇합니까. 부지런히 실천하고 주변에 부단히 알리어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그것을 바탕으로 해야 창조와 발전이 있지 않겠습니까. 혹자는 ‘당시 중국이 부러워한 문화선진국이었다 해도 지금 와서 그게 뭐 어땠단 말이냐’며 반문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역사를 되돌려 ‘화려했던 추억’에 몰입해 있자는 얘기가 아닌 줄을 뻔히 알면서도 억지를 부립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결단코 중국의 식민지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들과 진배없는 긴 역사를 가지고 고급문화를 향유했으며 주변국의 부러움을 샀는데, 오늘날에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 하는 반성이 앞서야 하겠고, 그것을 토대로 ‘문화 르네상스’의 꽃을 피워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책장사처럼 세 권의 책을 펼쳐보이며 예절교육을 현장에서 할 때 귀담고 눈여겨볼 책이라며 세 권의 책을 소개하다. ‘나는 학생이다’ ‘동양철학의 유혹’(신정근 지음 이학사 발행) ‘지금 여기의 유학’(김성기 최영진외 9인. 성균관대 출판부 간). 유학을 쉽게 풀이하고 우리 실생활에 바로 접목시켜 얘기할 수 있는 책이라는 설명을 늘어놓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는 것같다. 강의는 성공한 것인가. 모르겠다. 어쨌거나 다들 일어나 예의를 표했다. 나도 얼른 공수(拱手.손을 가지런히 함)한 채(남자는 왼손을 오른손위에 놓고 여자는 반대로 한다. 단 흉사시 절할 때는 손의 위치가 반대이다) 인사를 하며 강단을 내려오다.
진행자가 건네준 봉투에 ‘우천선생 첫 강의 폐백’이라고 되어 있고 수표 한 장이 들어 있다. 퇴근길 굴회집에 모여 4만7천원어치를 샀다. 원장님 曰 “그렇게 3번만 하면 자신감이 붙어 아무 때나 할 수 있다”며 술잔을 건넨다.
휴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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