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루부르박물관을 구경한 적이 있다. 많은 전시된 유물과 역사에 놀라지만 더 놀라운 것은 관람객이 여유 있게 작품을 감상하는 진지한 태도이다. 반면 우리는 쫓기듯 뛰어다니며 구경하다가 이집트 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어린이들의 문화교육을 받는 모습을 보고 또 놀란다. 유치원생들이 이집트 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다. 아이들은 각기 편한 위치에서 화판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린이들이 스스로 판단하여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곳'을 선택하는 예의 바른 모습은 놀랍기만 하다. 물론 교사는 말없이 눈빛으로 교육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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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구경에 한이 맺힌 사람처럼 이리 밀고 저리 밀려다니다가 한 작품도 가슴속에 간직하지 못한 채 나오고 말았다. 이러한 버릇은 이미 교사의 손에 숨 가쁘게 끌려 다녔던 유치원 때부터 초/중/고 수학여행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잘 못된 관행 때문일 것이다. 지금쯤 우리 어린이들도 조용한 교사의 눈빛으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예스러운 지혜가 싹 트고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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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예절교육은 더욱 엄격하다. 도교의 전철 안에서의 일이다. 출근 시간에 엄마와 함께 탄 아이가 이리저리 뛰어 다니자 주변 사람들이 불편한 눈치를 보였다. 그 순간 아이 엄마가 아이를 데려와 손바닥으로 따끔하게 혼을 내주었다. 아이가 엉엉 울 정도로.. 서울의 엄마라면 혹 '왜 남의 아이를 기죽이려느냐'고 항변하지 않았을까?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는 교육이 아이 때부터 철저하다. 이처럼 생활화된 예절은 대학에서도 보인다. 교수가 계단을 올라가면 내려오던 학생들은 걸음을 멈춘다. 교수가 다 올라올 때까지 공손히 기다렸다가 내려간다. 이러한 예절교육이 일본을 문화강국으로 만든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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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세계 6대 박물관이라는 새 국립중앙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국민의 사랑과 세계의 관심이 크다. 박물관이 인산인해이니 다행이나 문제가 있다. 전시물에 플래시를 터뜨리지 말라는 안내 방송을 해도 플래시는 터진다. 심지어 건물 안에 주저앉아 도시락을 먹는 사람도 있다. 이쯤 되면 우리의 질서와 예절문화는 몇 점인가? 대학생들의 예의수준도 수업 시간에 미안한 기색도 없이 칠판 앞을 걸어 나가고 들어온다. 수업의 맥이 끊긴다. 수업 도중에 올리는 휴대폰 벨 소리도 문제다. 그래서 한번 올릴 때마다 '3점 감점'으로 벌점을 부과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우리 나라 대학생들의 현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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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과 질서는 서로를 위한 사회적 약속이다. '예(禮)'자를 살펴보면 음식을 넉넉히 차려 놓고 하느님께 제사 드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결국 예절은 인간의 겸손하고 경건한 마음가짐이다. 음악 '악(樂)'자도 크고 작은 악기로 음악을 연주하는 즐거운 모습이다. 이제 에티켓이 바로 즐거움인 시대이다. 예절과 즐거움이 스스럼없이 만날 때 세계가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문화강국이 우리의 것이 될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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