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성지순례-(4)
넷쨋날 : 10월 26일(월)
호텔 식당에서의 낯선 외국인들과 아침식사를 한다는 것 자체를 신기하게 생각하면서, 평소 소식주의였던 습관이 변하고 있음을 느끼며 후식으로 먹는 대추맛이 꿀맛 그대로였다. 며칠사이 일행들과는 무리없이 친근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으며, 우리는 버스로 태산을 향해 출발하였다.
태산(泰山)이라고 하는 말은 너무나 익히 들어온 말이므로, 전설로만 여겨오던 그 태산을 실제로 답습하여 그 의미를 찾아간다는 것이 이 연수의 목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행은 한참을 버스로 달려 태산 등정을 위한 케이블카가 있는 곳에 당도하였고, 차례로 줄을 서서 6명씩 케이블카에 올랐다. 태산의 높이는 해발 1543m로서 백두산(2744m)보다 훨씬 낮다. 이렇게 낮음에도 불구하고 왜 태산을 높다고 하는가에 대한 풀이를 조선족가이드의 말을 빌자면 백두산은 해발 높이부터이나, 태산은 평지에서 솟아올랐기 때문이란다.
그러한 연유로 모든 우화들이 태산을 비유한 예를 들면 ‘태산같이 무겁고 깃털처럼 가볍다’ , ‘높이는 그러하나 무게는 확실히 무겁구나’ 등등으로 재미있는 표현을 써가며 가이드는 설명한다. 그리고 중국 고사 4대 미인으로 첫째 양귀비, 둘째 왕소군, 셋째 서씨, 넷째, 초선에 얽힌 야화들을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케이블카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우리나라의 산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과 동물들의 흔적을 찾아보려 시선을 집중했으나, 다람쥐 한 마리 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관광객들이 하루에 수없이 왕래하다 보니 짐승들도 그 자취를 감추지 않았나 싶다.
태산 정상에서 시작된 돌계단과 그 위를 향할 수록 경이로운 풍경을 어찌 필설로 다 옮길 수 있으리요, 장엄한 바위들에 새겨진 문구들이 시야를 압도하기에 충분하였으며, 이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행운을 빌기 위해 오른다고 한다. 우리 일행도 환호성을 올리며 특히 부산에서 오신 이순휘, 김정미님과 사진찍기에 열중하였고, 찍는 순간에 모두 김치 보다는 태산~! 하고 표정짓기에 바빴다.
태산의 정상에는 옥황상제의 금동상이 모셔져 있었으며, 마당에는 굵은 자물쇠들이 둥근 원을 그리며 수북히 쌓여 있어 인간사의 비밀을 묵묵히 간직하고 있었다.
엄청나게 큰 향을 짊어지고 올라온 젊은이가 커다란 향로에 향불을 피워 꽂고 기원을 하고, 특이한 것은 향로 가장자리에 구멍뚫린 엽전을 묶어 놓고 그 구멍사이로 동전을 통과시키는 장면이었다. 자신이 던진 동전이 그 구멍을 통과하면 모든 것이 형통해 질 것이라 생각하는 듯 했다.
태산을 내려오는 매점에서 우연히 눈에 뜨인 선그라스를 사는 과정에서 홍옥기님의 제치로 한 개값으로 두개를 사게 된 일도 인상에 남는다. 어찌보면 중국인들의 이렇듯 너그러운 상거래가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는 그들만의 수단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버스는 강태공사당을 향해 이동하였으며, 강태공에 대한 일화 역시 많이 들어왔던 고대사의 야담들을 듣게 되었다. 강태공의 사람됨을 알아주지 못하니 하릴없이 낚시로만 나날을 보내었으며, 그의 나이 70세때에 등용되어 제나라의 시조가 되어 수백 개의 성씨들을 퍼뜨리게 되었다고 한다.
가이드의 설명을 통하여 ‘한번 엎어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다’ 는 속담의 유래가 생기게 된 연유와, ‘난쟁이 안자’의 외교관으로서의 일화를 통하여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평가하지 말라’ 는 교훈도 얻게 된다.
호텔로 돌아와 넷째날의 휴식에 들어갔다.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이 된다. 휴대폰 문자는 줄줄이 줄을 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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