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새로운 시작이며 항상 가슴 설레는 계절이다.
어떤 사람은 밤새 실비를 타고 온다고 하며, 누구는 먼 남쪽나라의 완행열차의 기적소리로 온다고도 하나 정차시간이 너무 빨라 축제처럼 뿌리고 간 꽃구경을 제대로 할 시간도 없이 떠는 것이 또한 봄이다. 봄의 상징은 꽃이며 흔히 개나리, 벚꽃, 진달래를 말하나, 한국의 봄은 아마도 제주도의 유채꽃소식으로부터 오는 것 같다. 그러면 꽃과 잎이 피고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인 봄이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와 연유를 지닌 말인가. 그 뜻과 유래를 한번 살펴보자.
봄에 대해서 두 가지의 설이 있다.
어떤 이는 불의 옛말 ‘블(火)’과 오다의 명사 ‘옴(來)’이 합하여 ‘블+옴’이 되는데, ‘ㄹ’받침이 떨어져 나가면서 ‘봄’이 된 것으로 봄의 뜻은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옴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말의 봄은 ‘보다(見)’라는 동사의 명사형 '봄'’에서 온 것으로 보는 견해가 더 근거 있는 어원 규명이라고 생각된다. 우수(雨水)를 지나 봄이 오면 얼어붙었던 땅에 생명의 힘이 솟아 동식물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위대한 자연의 섭리를 '새로 본다'는 뜻으로 새봄이란 준말이 된 것이리라!
한자의 봄인 춘(春)은 어떤 뜻을 담은 글자인가?
이는 원래 두 상형문자를 합하여 이룬 회의문자로 뽕나무 상(桑)자와 해를 뜻하는 날 일(日)자로 된 것이 춘(春)의 옛 글자이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을 받아 뽕나무의 새 움이 돋아나오는 날을 뜻한다. 우리는 흔히 중국 사람을 비단장사 왕 서방이라고 말한다. 중국대륙을 횡단하는 길을 실크로드(비단길)라 일컫는 것을 보면 일찍이 이곳은 뽕나무를 가꾸고 누에를 쳐 비단 생산에 성공한 비단 수출국이었던 것을 알 수 있거니와 봄 춘(春)자가 생긴 연유도 인상적이다.
영어에서 봄인 'Spring'은 원래 돌 틈 사이에서 맑은 물이 솟아 나오는 옹달샘을 뜻하는 말이다.
이는 '솟아나온다'는 의미로 땅을 뚫고 새 움이 나오고, 죽은 듯 앙상한 가지에 파란 잎과 꽃잎이 터져 나오며, 동면(冬眠)에서 만물이 뛰쳐나오는 계절인 봄을 뜻하는 말로 정착되었다. 우리나라 절기의 이름에 얼음을 녹이는 봄비가 온다는 뜻인 우수(雨水)와 얼음이 녹아 깨지는 소리에 놀라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뜻의 경칩(驚蟄)이 '春'이나 'Spring'의 뜻과 그 맥을 같이 한다. 'Spring'이 용수철이라는 쇠붙이 이름으로 사용되는 것도 그 튕겨져 솟아나오는 힘을 상징하는 것이다.
봄에 대한 느낌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나 한가지인 것 같다.
뽕나무 새순이 돋는다는 한자의 춘(春)이나 생기가 솟아올라 온다는 영어의 spring이 모두 자연이 주체인 자연 중심의 말인데 비하여, 우리의 봄은 사람이 주체가 된 대자연의 생기를 새롭게 본다는 인간 중심의 명칭임을 알 수 있다. 우리말의 그 깊이 있는 뜻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는 대목이며 선조들의 지혜와 슬기 앞에 절로 머리 숙여진다. 봄은 희망, 새로움 그리고 젊음이다. 봄이 오는 소리에 취하여 잠시 봄의 유래를 살펴보았다. ▣ (원고지 7.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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