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忠
忠이란 오늘날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가리키는 말로 되어 있다. 그러나 忠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忠이란 허위와 가식이 없는 인간 본연의 마음을 가리킨다. 따라서 忠이란 글자도 가운데 중(中)과 마음 심(心)을 합친 글자로 표시하였다. 결국 忠이라 함은 자기의 마음과 힘을 다하는 것(盡己之心), 즉 자기 성실 및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성찰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論語』「학이」
子曰 見賢思齊焉 見不賢而內自省也『論語』「이인」
을 의미 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다한다’는 忠의 태도는 훌륭한 사람을 만드는 길이며, 동시에 훌륭한 사람을 알아보는 척도가 된다. 자기 마음을 다 바쳐야만 비로소 남에게도 잘할 수 있고, 가정과 사회와 국가에도 제 역할을 다 해낼 수 있음은 당연한 일이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고서 남에게도 그와 같은 정성과 당당함으로 대한다면 그는 忠의 정신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자기 자신의 정성을 다 쏟는 태도가 忠의 태도『공자의 철학』채인후 저. 천병돈 역. 예문서원 2002. p.98
라고 한다면 부모를 섬김에 있어서, 이웃을 대하는 데에 있어서, 자신에게 맡겨진 어떤 일에 있어서, 그리고 국민으로서 국가 惟精惟一 爲國之本『忠經』
一身忠之始 一國忠之終『忠經』
身一則百祿至 家一則六親和 國一則萬人理『忠經』
에 대해 자신의 정성을 다 쏟는 것은 바로 각각의 영역에 대한 忠이라 할 수 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忠이란 ‘마음 속 깊이 간직한 자신의 최고로 보배롭고, 귀중한 마음’이라 할 수 있다. ‘나는 현상세계의 중심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중심인물이다’라는 자각도 忠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석이다.『유교사상과 종교적 세계』금장태. 한국학술정보. 2004. 2장
중심점에 있어서의 역학 작용에 원심작용과 구심작용이 있는 것처럼 인간 또한 일정공간에서 중심점에 위치하고 있다면 이 원심력과 구심력이 작용할 때 참으로 실천적인 忠이 되는 것이다. 원심작용으로서의 忠은 중심적 존재로서의 자아가 사회, 국가, 세계로 자기 확대, 즉 자기 발전하려는 작용을 의미한다. 또한 구심작용으로서의 忠은 나에게 집중되는 압력이다. 그것이 역학적으로 구심력인 것처럼 인간도 사회생활을 하려면 맡은바 자기 직분에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의식이라는 정신력 그것은 자기 직분에서 이탈하지 말아야 하겠다는 강한 의지와 임무완수라는 강한 신념을 의미한 다.
을 지녀야 한다. 이러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응분의 직책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성을 보여 준다면 그 사회는 건전한 발전이 기약될 것이다. 따라서 忠은 내적으로 공고히 자기성실을 다짐하고 외적으로는 끝없이 발전하는 위대한 창조의 자유라 할 수 있으며 자기의 모든 정성을 다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현대적, 사회 윤리 의미로 요약하면 忠은 자신과 공동체를 사랑하는 것이다. 조국과 민족이란 공동체 속에 사회와 가정이 있으며, 가정 속에 내가 존재한다. 때문에 忠은 자기 사랑에서 시작된다. 자기 사랑은 근본적으로 세 가지 요건을 필수로 한다. 첫째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고, 둘째는 매사에 성실한 것이며, 셋째는 생의 바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忠사상은 현대 우리의 정치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서 시민들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한국전쟁 이후에 한국사회는 미국에 의한 민주주의로 인하여 빠른 경제 성장에만 치중을 하게 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권위주의 정권에 의한 忠의 왜곡은 儒學에 대한 전반적인 오해와 왜곡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권위주의 정권의 폐해는 가공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선 지난 수 십 년간 민주화 운동, 인권 운동, 학생 운동, 여성 운동 등 많은 사회운동이 일어났었다. 이에 참여해온 수많은 시민들의 생각에는 정권이나 국가와는 다른 자신 및 사회에 대한 忠이라는 굳은 신념이 자리 잡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들은 온갖 희생을 무릅쓰면서도 국민의 편에 서서 민주주의와 正義를 주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 민주화를 위한 기본적 요인으로서 작용한 忠의 덕목은 포스트모던(Post-modern)의 한국사회에서도 중요한 가치로서 대두된다. 더욱이 현대정치의 목표가 공존의 규칙 정립『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치와 문화』김비환. 박영사. 2005. p.65
임을 감안한다면 忠은 롤스의 고결성(integrity) 빈틈없이 일관된 가치에 의한 도덕적인 삶을 의미한다.
개념과도 충분히 상통할 수 있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구성원들이 공존의 규칙을 제정할 때 자기 멋대로 식의 가치와 목표를 추구한다면 공존의 규칙은 제정될 수 없다. 더욱이 이러한 개인과 집단이 많아진다면 공동체의 생존도 위협받게 될 것이다. 공존을 위한 합의 및 토론의 장을 만들기에 앞서 전제적인 개념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忠의 덕목인 것이다. 이러한 忠의 덕목을 고양함으로써 민주시민은 개인의 자아계발 및 공익달성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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