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문화만 추구하던 시대는 가고 우리 것이 힘이며 자랑이라는 기운이 서서히 일고 있어 다행이다. 김치가 서양의 피클을 압도하리라는 주장이 외국인의 입에서 나오고, 한국의 구들문화가 온방의 최고라며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소위 한류가 세계를 휩쓸고 지구가 한국을 주시하고 있으나, 한국인 자신이 오히려 우리 것에 대한 성찰과 애정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우리의 인사법인 절이나 간단한 호칭예절마저 모르는 경우는 좀 안타깝다. 전통과 문화는 계승하는 자의 것이며, 이것 없이는 문화민족일 수 없다.
한말의 갑오경장(甲午更張)이후 일제의 침략으로 우리의 정체성은 물론 전통과 호칭문화도 훼손되어 오늘날까지도 많이 헷갈리고 있다. 어느 날 한 친구의 문의가 있었는데, 큰 아들의 볼멘소리인 즉 자기 아내가 왜 남동생을 서방님이라고 부르냐는 항변에 답을 못하여 난처했다는 것이다. 서방이란 남편만이 아니라 시동생과 사위, 시누이나 시누이 동생의 남편도 서방님으로 호칭되며, 심지어 더러는 머슴도 ‘o서방’이라고 불렀으니 헷갈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서방’이란 과연 무슨 의미인가? 더욱 ‘서’의 한문자는 서방(書房)과 서방(西房), 서랑(壻郞) 등이 있으니 살펴보기로 하자.
우선 글 서인 서방(書房)의 사전적 풀이는 ‘남편의 높임말, 혼인한 시동생, 벼슬 없는 젊은 선비를 부르는 말’ 등이나, 결국 그 어원은 ‘글방의 선비’라는 뜻이다. 남편은 글방에서 책을 읽는 선비이고 시동생도 그러하니, 시동생이 총각일 때는 도련님이다가 장성하여 혼인하면 서방님으로 예우한다. 옛날에 ‘깎은서방님’이란 말쑥하게 차린 선비를 뜻하였으며, ‘글방서방님’은 글공부의 일 밖에 하는 일이 없는 아직 벼슬 못한 서생(선비)을 놀리는 말이었으니, 서방이란 남편의 뜻만이 아니다. 머슴을 ‘ㅇ서방’이라 한 것은 마땅히 부를 말이 없어 나이든 하인을 예우한 것이다.
사위는 서녘 서(西)의 서방(西房)이다. 예로부터 사위를 백년손님(百年之客)이라 하여 가까우나 어렵게 여겼다. 본래 동쪽은 집의 근본(日出東 家의 根本)으로 주인은 동쪽을 지키고 손님은 서쪽에 모시는 것이 의례이고, 이것이 쇠위 주동객서(主東客西/주인은 동, 객은 서)이다. 왕세자는 차세대의 주인으로 동궁(東宮)에 거처하며 동궁마마이듯이 현대의 국가의전도 국빈의 좌석배치 등 이 기준에 따라 이뤄지며, 사위의 신방은 서쪽에 마련되고 ‘ㅇ서방(西房)’이라 불렸다. 같은 맥락에서 시누이의 남편과 시누이동생의 남편도 ‘서방(西房)’이다. 한편 사위서의 서랑(壻郞)이란 남의 사위를 높여 부르는 말(지칭)이지 호칭이 아니며, 따라서 ‘서방(壻房)’이라는 용어는 당초에 없다.
짧은 역사인 미국은 문화적 자산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작은 것 하나 소홀함 없이 보존하려는 노력으로 오늘의 미국을 있게 하였으며,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같은 시민의 문화재보존운동 또한 활발하다. 일만 년의 찬란한 역사를 자랑하는 민족일지라도 보존하지 못하는 전통과 문화유산은 의미가 없으며 그 혹독한 대가는 후손의 몫이다. 우리는 어떠한 유산을 사랑하는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가? ▣ (총1,513자/원고7.9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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