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도'에 관한 헌재의 헌법불합치 판결(전원재판부 2005.12.22 2003헌가5)에 관하여 판시 사항을 알기 쉽게 옮겨보았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은 헌재사이트의 판례검색을 참조하십시오.
http://www.ccourt.go.kr/ccourt_hinformation/precedent.asp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헌법불합치'에 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헌법불합치란 법의 효력을 외형적으로는 수용하면서도 위헌으로 규정하는 헌법재판소의 변형결정 가운데 한가지로서, 헌재 결정에는 합헌과 위헌 결정 외에 한정합헌, 한정위헌, 일부위헌, 헌법불합치, 입법촉구 등 5가지 변형결정이 있는데, 이 중 헌법불합치는 결정 직후부터 법률을 사문화시키는 위헌결정과 달리 일정 기간 법을 존속토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해당 법률을 위헌으로 선언하면서도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지요.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지면 입법 주체인 국회나 행정부는 헌재가 제시한 기간까지 해당 법률을 개정해야 하며, 새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존 법률은 형식적으로 유지하되 법 개정까지 현행법을 그대로 적용할지 여부는 헌재가 별도로 정합니다.
*호주제 사건과 관련하여 헌재는 재판관 7명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재판관 1명이 합헌판결을 내려 전체적으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헌법불합치 선고를 내린 7명의 재판관 중 5명과 2명이 각각 헌법불합치 주문에 대한 이유가 상이합니다.
그러면 각각의 재판관들이 어떤 근거를 제시하면서 판결을 내렸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다수의견인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7명의 재판관들 중 5명의 재판관들이 제시한 근거입니다.
1. 양계혈통을 모두 성으로 반영하기 곤란한 점, 아버지성의 사용에 관한 사회 일반의 의식, 성의 사용이 개인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성의 사용기준에 관해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규정한 것은 입법형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즉 자유로운 성의 사용 역시 헌법상 인격권으로부터 보호되므로 헌법적 이념과 가치에 반하지 않는 한 성의 사용에 관한 폭넓은 입법형성의 자유를 가진다.
2. 출생 직후의 아들에게 성을 부여할 당시 아버지가 이미 사망하였거나 부모가 이혼하여 어머니가 단독으로 친권을 행사하고 양육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등의 사례에서 일방적으로 아버지의 성을 사용할 것을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침해한다.
3. 입양이나 재혼 등과 같이 가족관계의 변동과 새로운 가족관계 형성에 있어서 양부 혹은 계부 성으로의 변경이 개인의 인격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짐에도 부성의 사용만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의 침해이다.
4. 호주제도의 위헌성은 부성주의의 원칙을 규정한 것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성의 사용을 강제하는 것이 부당한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 대해서까지 부성주의의 예외를 규정하지 않는 것에 있다.
다음은 그 외 2명의 재판관들의 의견입니다.
1. 부성주의는 어머니의 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여 남성과 여성을 차별취급하고 있다. 더욱이 그와 같은 차별취급에 대한 정당한 입법목적을 찾을 수 없어 혼인과 가족생활에 있어서의 양성의 평등을 명하고 있는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2. 국가가 일방적으로 부성의 사용을 강제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이익을 찾을 수 없어 혼인과 가족생활에서 개인의 존엄을 보장한 헌법 제36조 제1항에 위반된다.
3. 1과 2에 의해 헌법에 위반되므로 위헌 판결을 내려야 하지만 성의 결정과 사용에 대한 기준이 없어지게 되어 법적 혼란이 예상되므로 법률의 개정 전까지 잠정적 적용을 허용한다.
*결국 헌법불합치 결정의 7명 중 5명의 재판관들은 부성주의 자체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지만 예외 규정이 없다고 하여, 2명의 재판관들은 부성주의 자체가 위헌이지만 법적 공백과 혼란의 방지를 위해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것입니다.
나머지 소수의견으로서의 1인의 합헌의견을 보겠습니다.
1. 부성주의는 헌법에 선행하는 문화로서 모와의 혈통관계에 비해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부와의 혈통관계를 대외적으로 공시하고, 부와 자녀 간의 일체감과 유대감을 강화하여 가족의 존속과 통합을 보장하는 합리성을 지닌다.
2. 부성의 사용으로 인해 재혼이나 입양 등의 경우에 개인이 받는 불이익은 재혼이나 입양에 관한 사회적 편견이 그 원인이지 부성주의가 그 원인은 아니다.
3. 기호체계에 불과한 성이 여성의 실체적인 법적 지위나 법률관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추상적인 자유와 평등의 잣대만으로 부성주의의 합헌성을 부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다.
4. 부성주의의 대안으로 제시된 제도들 역시 부성주의의 문제점과 불평등의 요소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다.
결국 8인의 재판관 중 7인이 헌법불합치, 1인이 합헌의견이므로 헌재는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것입니다. 그에 따라 호주제도는 2008. 1. 1. 개정법률이 공포되어 그 시행이 예정될 때까지(2007. 12. 31까지) 잠정적으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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